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 연방 상원이 회계연도 마감시한을 몇 시간 남겨두고 잠정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하원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관련 소식 먼저 전해드리고요. 이어서 교황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주 여성의 사형 집행이 강행됐다는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맥아더 재단이 ‘천재장학금’ 수상자 24명을 발표했는데요. 영광의 수상자들은 누구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첫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현지시각으로 내일, 10월 1일부터 새 회계연도가 시작됩니다. 오늘 밤 자정까지 새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잠정예산안이 연방상원을 통과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잠정예산안이 상원에서 찬성 78표, 반대 20표로 통과됐습니다. 하원에서도 오늘(30일) 수요일 중에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잠정예산안은 오는 12월 11일까지 정부를 운영하기 위한 한시적인 법안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정부폐쇄 사태를 막게 됩니다.
진행자) 잠정예산안에는 논란이 되는 미국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지원이 그대로 포함돼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은 미국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지원이 빠진 예산안에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은 정부 폐쇄사태까지 각오한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미국 가족계획협회에 줘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상원에서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지원을 뺀 잠정 예산안을 절차투표에 부치긴 했지만 통과하지 못했고요. 이번에 통과한 잠정 예산안은 가족계획협회 지원 내용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당장 정부 폐쇄는 피하더라도 미국 가족계획협회 지원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싸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에 미국 가족계획협회 회장이 하원 청문회에 나왔군요.
기자) 네, 세실 리처즈 미국 가족계획협회 회장이 화요일(29일)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리처즈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의 날 센 질문을 받았는데요.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불법을 저지른 일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어떤 단체이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요?
기자)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주로 가난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피임과 임신 검사, 성병 치료, 암 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비영리단체입니다. 미국 전역에 약 7백 개 진료소를 두고 있고요. 한 해 약 2백70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미국 가족계획협회 예산의 3분의 1 이상이 연방정부의 지원금입니다.
진행자) 미국 법은 연방 정부 예산을 낙태에 쓸 수 없게 금지하는데요.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낙태가 포함돼 있어서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실 리처즈 회장은 낙태 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서비스의 3% 이하이고 강간이나 근친 등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낙태에 연방정부 지원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미국 가족계획협회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게 동영상 때문이지 않습니까? 이 단체 직원이 낙태한 태아의 조직을 거래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죠.
기자) 맞습니다.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단체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리처즈 회장은 돈을 벌기 위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에게 기부하는 것이라며 처리 비용 명목으로 소액을 청구할 뿐이고 그렇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같이 연구용으로 태아의 조직을 기부하는 건 합법이고 질병치료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 같은 설명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미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위원장인 제이슨 체이피츠 의원은 공화당 소속으로 낙태를 반대하는데요.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낙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로비를 벌이는 데 연방 정부 지원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공격했습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짐 조던 의원은 리차즈 회장이 앞서 동영상과 관련해 사과한점을 지적하면서 동영상 내용을 인정한 셈이 아니냐고 몰아세웠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낙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여성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미국 가족계획협회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의 동영상이 왜곡되게 편집됐다고 말하는데요. 공화당 의원들이 여성의 건강 증진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에 더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동영상을 찍은 낙태반대 운동가를 청문회에 출석시키길 원했는데요.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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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교황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 남부 조지아 주에서 사형 집행이 감행됐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지아 주는 수요일(30일) 새벽 잭슨의 주립 교도소에 갇혀 있던 사형수 켈리 르네 기센다너 씨에게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형을 집행했습니다. 집행 몇 시간 전, 주 사면가석방 위원회가 기센다너 씨에 대한 최종 사면 청원을 거부한 건데요. 조지아 주에서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여성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이었습니다.
진행자) 기센다너 씨가 무슨 죄를 지은 건가요?
기자) 네, 기센다너 씨는 지난 1997년 내연남 그레고리 오언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기센다너 씨 남편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람은 내연남인 오언 씨입니다. 하지만 오언 씨는 유죄를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사형을 면했습니다. 종신형을 선고 받았는데요. 기센다너 씨는 이같은 양형 거래를 거부하면서 1998년 가석방 가능성이 없는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조지아 주에서 직접 살인을 하지 않고 사형선고를 받은 경우는 기센다너 씨가 유일하다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논란이 되는 건데요. 기센다너 씨의 변호인은 기센다너 씨가 죄를 지었다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사형집행은 너무 과한 처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기센다너 씨가 깊이 뉘우치고 있고 감옥에서도 모범수라며 사형대신 종신형으로 감형해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기센다너 씨는 특히 투옥 기간 기독교를 받아들여 영적으로 완전히 갱생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하지만 연방대법원과 조지아주 대법원, 가석방 위원회 모두 기센다너 씨의 사형 집행 유예 또는 감형 청원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도 사형집행 폐지를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의회 연설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했었죠? 또한,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교황을 대신해 조지아 주 사면가석방위원회에 편지를 보냈는데요. 정의와 자비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형벌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기센다너 씨의 사형집행이 7개월 정도 연기됐었다고 하던데 이유가 뭡니까?
기자) 조지아 주 교정 당국이 사형집행 때 독극물 주입방식을 쓰는데 이 독극물에 들어가는 최면제와 진통제의 일종인 펜토바르비탈에 다른 약이 섞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하지만 조지아 주 당국은 조사 결과 펜토바르비탈이 오염된 것이 아니라 너무 낮은 온도에서 운반하고 보관하면서 침전물이 생긴 것이라며 다시 사형 집행을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오클라호마 주에서도 곧 사형집행이 있을 예정이죠?
기자) 네, 오클라호마 주 매캘레스터 주립 교도소에서 한 시간쯤 뒤에 리처드 글로십 씨에 대한 사형이 집행됩니다. 역시 약물주입방식으로 집행할 텐데요. 글로십 씨는 원래 형 집행 일이 9월 16일이었는데요. 법원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검토하기 위해 2주간의 유예기간을 가졌었습니다. 글로십 씨는 지난 1997년 살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는데요. 사건의 공범이 글로십 씨에게 사건을 뒤집어 씌웠고 글로십 씨는 죄가 없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새로운 증거를 받아드리지 않고 결국 사형을 집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오클라호마 주도 사형집행에 사용되는 독극물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지 않습니까? 연방대법원에까지 올라간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오클라호마 주 당국은 독극물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할 때 수술용 마취제인 미다졸람을 가장 먼저 주입하고 두 가지 약물을 추가로 주입하는데요. 미다졸람이 제대로 잘 듣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글로십 씨를 포함한 오클라호마의 수감자들은 사형 집행 과정에서 미다졸람을 쓰지 말 것을 주장하면서 이는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한 미 헌법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했는데요.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미다졸람이 잔인하고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결했고요.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으로 오클라호마 주에서 글로십 씨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사형제도가 오랜 기간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일단 사형이 비인도적인 제도이기 때문이죠. 또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나는 사람들이 종종 나오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이 잘못된 재판을 받고 처형될 가능성이 있으니, 사형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약물 주사 사형 방식과 관련된 논란도 있는데요. 약물 주사 방식은 고통을 주지 않고 사형수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인간적인 방법이라고 해서 그동안 많은 주 정부가 도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형수가 약물로 처형될 때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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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맥아더 재단이 ‘천재장학금’ 수상자 24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름이 독특합니다. ‘천재장학금’, 어떤 상인가요?
기자) 네,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존 앤드 캐서린 맥아더 재단’이 수여하는 천재장학금은 영어로 ‘맥아더 펠로상 (McArthur Fellow)'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천재장학금이란 별명으로 불립니다. 매년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한 과학자, 작가, 예술가, 학자, 사업가 등을 선정해 두둑한 상금을 주면서 격려하는 상이죠. 천재장학금은 세 가지 기준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요. 우선 특출 난 창의성을 첫 번째 요건으로 보고요. 또 앞으로도 계속 성취할 가능성, 또 장학금이 이 두 가지를 촉진할 수 있는 잠재성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진행자) 두둑한 상금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얼마인가요?
기자) 네, 수상자로 선정되면 무려 62만5천 달러의 상금을 5년에 걸쳐 받게 되는데요. 아무런 조건이 붙어있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가면 되고요. 여행을 가든 자동차를 사든, 수상자 마음대로 상금을 쓸 수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수상자가 모두 24명이라고 하던데 어떤 사람들이 영예의 주인공으로 올랐습니까?
기자)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바로 힙합 가수이자 배우인 린-마누엘 미란다 씨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10달러 지폐의 얼굴이기도 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그러니까 가극 ‘해밀턴’의 대본, 작사, 작곡, 주연을 맡은 사람인데요. 뮤지컬 ‘해밀턴’은 현재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 가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 들으시듯이, 미란다 씨는 딱딱한 역사 이야기를 힙합이 곁들어진 뮤지컬에 담아내면서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특히 뮤지컬 해밀턴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두 딸을 데리고 직접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 외에 또 어떤 사람들이 수상자로 선정됐습니까?
기자) 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뽑혔는데요. 흑인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도전을 쓴 책 ‘세계와 나’로 인기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가 타-네이시 코츠도 수상자로 선정됐고요. 인형극의 거장 바질 트위스트와 장애인을 위해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대표 알렉스 트루스델, 그리고 파킨슨병 치료를 연구하는 줄기세포생물학자 로렌즈 스투더 씨 등이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천재장학금 수상자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수상 소식을 알리는 방식이 독특하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수상자들은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선정 과정은 비밀에 부쳐지고요. 어느 날 갑자기 전화로 5년에 걸쳐 장학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는 식이라고 합니다. 사실 요즘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잘 받지 않잖아요? 그래서 수상자들 경우 계속 전화를 피하다가 몇 번 만에 통화한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또 어떤 수상자는 공과금 수금원이 돈을 뜯어내려고 전화한 걸로 오해하고는 화를 낼 뻔 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