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납북 일본인의 상징적 인물인 요코다 메구미 씨에게 16년 간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편지들이 지난 6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일본 도쿄 서부 타치가와 제7 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1999년부터 16년 간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 씨에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7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 학교 수학 교사인 사토 사치노리 씨가 편지 보내기 운동을 펼쳐왔고, 지난 6월에는 이 편지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책 제목은 “인생수업-요코타 메구미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메구미 씨는 13살이던 지난 1977년 항구도시인 니가타에서 배드민턴 연습 후 귀가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이후 1977년 1월에 일본에 망명한 북한 공작원의 폭로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돼 평양에 살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며 지난 2004년 유골을 일본 측에 넘겼지만 감정 결과 이 유골은 가짜로 밝혀졌습니다.
사토 씨는 아사히 신문’에 메구미 씨가 자신의 여동생의 같은 반 친구였고, 그가 실종됐을 당시 자신은 두려움을 느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토 씨 가족이 니가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면서 그 일은 기억에서 잊혀졌고, 20 년 후 사토 씨는 텔레비전에서 메구미 씨가 북한으로 납치됐을 수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 그의 실종 사건을 잊어버린 점을 미안하게 생각했습니다.
사토 씨는 그래서 자신이 가르치는 타치가와 제7중학교 학생들에게 메구미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며 그에게 편지를 쓰도록 했습니다.
사토 씨는 수학 선생님이지만 학교 측은 그가 메구미 씨에게 편지를 쓰는 특별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학생들은 편지에 글도 쓰고, 만화도 그리고, 그림도 그렸습니다. 종종 생일 축하카드도 만들고, 또 메구미 씨의 부모님이 특별 연설을 하러 오면 이에 대한 소감을 적기도 했습니다.
사토 씨는 메구미 씨가 강제로 부모, 친구와 헤어지고, 꿈을 잃게 되는 슬픔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 학생은 “방과후 활동을 하고 저녁식사를 생각하며 집으로 걸어갈 때, 나는 메구미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해 5월 말 일본인 납북자 전면 재조사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7월 4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일본은 이에 맞춰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늦어도 초가을까지 초기 조사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두 나라 간 공식 협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