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북한 외교관이 추방됐습니다. 보호대상 동물인 코뿔소 뿔을 밀매하다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박철준 (Pak Chol Jun) 참사가 남아공 당국에 의해 ‘외교적 기피인물’ (persona non grata)로 지목돼 추방됐습니다. 인근 모잠비크에서 코뿔소 뿔을 밀매하다 현장에서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박철준 참사는 지난 11일 남아공을 떠났다고 현지 외교 소식통이 23일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남아공 국제관계부 (DIRCO)는 지난 11월 20일 남아공 주재 북한대사관의 조영만 대사와 박철준 참사를 소환해 항의했습니다.
현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남아공 국제관계부는 박철준 참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목하고 30일 안에 떠날 것을 통보했습니다.
조영만 대사로부터는 구두로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외교관을 무조건 기피인물로 즉각 지목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는 남아공 국제관계부에 두 차례에 걸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박철준 참사는 코뿔소 뿔 밀매로 벌어들인 자금을 북한 당국에 상납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입니다.
박 참사는 현지 태권도 사범 김종수와 함께 지난 5월 3일 이웃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에서 코뿔소 뿔을 사려다 현장에서 검거됐습니다.
당시 모잠비크인 2 명으로부터 코뿔소 뿔 4.616kg을 구입해 차량으로 이동하다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것입니다. 차량에서는 미화 9만9천300 달러와 남아공 화폐 2천400 랜드도 나왔습니다.
박 참사와 김종수 사범은 마푸토 경찰서에 구금됐다가 이튿날인 5월4일 보석금으로 100만 모잠비크 메티칼, 미화 3만 달러를 지불하고 풀려났습니다.
보석금은 남아공 주재 조영만 대사가 직접 지불했고, 용의자들은 남아공 번호판을 단 외교차량을 이용해 육로로 남아공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김종수 사범도 지난 11월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전했습니다.
남아공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인접한 모잠비크주재 북한 보건대표부의 도움을 받아 수시로 코뿔소 뿔 밀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관 차량이 국경을 통과할 때 검색하지 않는 것을 악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모잠비크에서 확보해 남아공으로 넘어간 코뿔소 뿔은 외교행랑을 통해 중국으로 보내지고, 중국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이를 암시장에서 약재용으로 판매해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뿔소 뿔은 베트남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암시장에서 금보다 비싼 1kg당 6만 달러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코뿔소 뿔이 암 등 질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세계 각국의 북한 외교관들은 공관 운영비와 본국 상납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에는 파키스탄주재 북한 외교관 부부가 카라치 길거리에서 허가 없이 술을 팔다 적발됐습니다.
북한 무역참사부 정모 서기관과 부인은 카라치의 대규모 주택단지에서 현지인들에게 위스키를 팔다 적발됐지만,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외교관 면책특권으로 기소되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방글라데시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이 27kg의 금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돼 추방됐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