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의 설계를 간소화해 신뢰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설계 변경으로 실전배치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가 22일 북한이 지난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새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에 대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 우주로켓 분야 전문가인 존 실링 씨와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 동아시아담당 국장 등 3 명의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에서 북한이 기존 KN-08의 설계를 바꿔 성능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사일 길이가 지난 2012-2013년에 공개했던 것보다 짧아졌고 기존 3단체에서 2단체로 바뀌는 등 간소화됐다는 겁니다. 또 탄두 모양도 과거 뾰족한 형태에서 뭉툭하게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엔진 등 기술적으로는 과거 미사일과 많이 비슷하지만 구조설계가 보다 안정적으로 개선된 게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설계 변경으로 미사일의 잠재적인 신뢰도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기존에 공개했던 KN-08은 복잡한 3단체 구조로 실전 기능에 대한 신뢰도가 약했지만 새로운 설계는 2단체로 단순화 시켜 신뢰성을 높였기 때문에 위협 수준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탄두 모양이 둥근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했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탄두 기술 수준은 보통 둥근 형태에서 뾰족한 모습으로 진화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오히려 반대 형태로 미사일을 공개한 겁니다.
이 때문에 한민구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 열병식에 관한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2년 전 공개한 뽀족한 형태의 탄두는 위장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한민구 장관] “2013년도 행진 때는 뾰족한 게 나왔기 때문에 당시 그것이 기술 진화 수준에서 보면 위장용일 것이라고 판단했고 2년 지나 금년도엔 돔추형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것이 개발이 최초 형태로 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고열을 견디기 위해 탄두 형태를 뭉툭하게 바꿨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에 진입할 때 수 천 도에 달하는 마찰열을 제어하는 탄도미사일의 핵심 기술입니다.
미 국방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세계적인 군사 컨설팅업체인 IHS 산하 전문지 ‘IHS 제인스 인텔리전스 위클리’는 지난 4월 분석에서 북한이 재진입 기술 등 여러 기술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아직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38 노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기술을 불법적으로 취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012년 북한 외교관 2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기밀을 촬영하다 적발돼 유죄를 선고 받는 등의 시도가 있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한 전문가는 지난 10월 말 ‘VOA’에 북한이 새롭게 공개한 KN-08이 사거리가 만 킬로미터인 옛 소련의 ‘UR-100’과 모양과 길이, 연료추진제 등이 거의 같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그러면서 탄두를 뭉툭하게 돔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1t 정도의 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력 현실화가 상당 수준 진행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뭉툭한 핵탄두는 개발이 쉽고 고열에서 더 견딜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고 상대의 미사일 방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구조설계 변경으로 잠재적 신뢰도는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설계를 크게 변형했기 때문에 실전배치는 2020년 혹은 그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