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내 실향민, 설맞이 합동차례


설날인 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합동 망향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북녘을 향해 절하고 있다.
설날인 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합동 망향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북녘을 향해 절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복지관이 설날을 맞아 고향인 북한을 떠나온 실향민 등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합동차례를 지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내 실향민, 설맞이 합동차례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6:02 0:00


[녹취: 현장음]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후를 위해 다양한 운동과 취미생활 등의 교육을 제공하는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평소에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로 활발하고 시끌벅적한 이 곳에 엄숙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녹취: 현장음]

이 곳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개관 이후 벌써 17년째 합동차례를 열고 있는데요, 올해 설에는 지역에 있는 실향민 등 어르신 5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매년 명절마다 여는 합동차례 행사지만 부족함 없이 정성을 다하고 있는데요, 지역 주민들이 정성을 보태 조금씩 모은 비용과 쌀로 넉넉한 차례상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의 김승자 관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승자,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장] “사실 어르신들이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시잖아요. 얼마 안 있으면 저승에 가야 되는데, 이렇게 조상들한테 정성을 많이 못 드려서 마음이 무겁단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죽어서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뵐까, 죄스러워서’. 그런 걱정을 많이 하셔서, 복지관은 또 어르신들의 그런 고민을 덜어주는 게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차례상 차리기를 했는데 특히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하시고 싶은데 건강이 안 좋아서 못하시는 어르신들, 그런 어르신들이 아주 편안해 하시고 또 이렇게 차려주셔서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셔서 우리가 지금 벌써 17년 째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녹취: 현장음]

합동차례지만,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도 더 격식을 갖춰 정성껏 지내는데요, 성균관유도회 은평지회가 집전을 맡아 분향과 헌작, 재배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녹취: 김승권, 성균관 유도회 은평지회] “제례는 옛날서부터 쭉 지내오던 그대로 지냈고요, 아주 복잡한 건 간소하게 지냈습니다. 제례 중에는 삼헌관 제도를 채택해가지고 헌관 세 분이 나와서 제례를 지내는 형식인데, 초헌관에는 우리 김승자 관장님이 나오셨고 아헌관에는 우리 구청장님이 했고 또 종헌관에는 제자 분들 중에서 자손들 중에서 제사를 모시는 이런 식으로 죽 해 왔습니다. 그거는 이제 예법대로 절을 할 때는 반드시 두 손을 마주 공수를 해서 읍을 하고 절을 하고, 당연히 술을 올려야 되죠. 옛날서부터 제사에 술이 없으면 안되니까. 자손들이 많으니까 다 섯 분씩 나와서 절을 올렸습니다. 예법으로는 큰절을 다 해야 되는데, 다리가 불편하면 서있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앉은 채로 했고, 또 종교를 초월해서, 절을 않는 종교가 있기 때문에 절을 않는 종교는 그 종교의 법을 따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저의 또 위의 선생님이 쭉 하시다가 그대로 제가 이어받은 게 오 년 째 되는데요, 자손들의 정성도 대단하고 참여하는 정성도 대단하고요, 또 제를 이렇게 집전하는 사람도 뿌듯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갖가지 사정으로 고향을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 중에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이 많은데요,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비슷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 하면서 위로를 얻습니다.

[녹취: 합동차례 참가자] “외롭죠. 혼자 이제 아무도 없고, 고향에 못 가니까.”

“명절 때 되면 다른 집은 다 자손들이 모여서 서로 즐겁게 지내는데, 좀 쓸쓸한데 복지관에서 이와 같이 준비해 주니까 감사하고 좋습니다.”

“이북서 못 지낸 제사를 내가 지내니까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어머니,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우리 동생 셋이 있는데, 어쨌든 잘들 있고 잘들 살거라. 난 걱정 없이 잘 있으니까 내 걱정은 절대로 하지마. 나는 잘 있다.”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차례상을 차리고 싶어도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혹은 몸이 불편해서 매년 명절마다 마음이 불편하게 마련인데요, 매년 이 곳에서 여는 합동차례 덕에 근심을 조금은 덜 수 있습니다.

[녹취: 합동차례 참가자] “복지관에서 이거라도 해 주니까 감사하고, 기분 좋죠. 차례상을 한 번도 안 빠지고 이렇게 해 주니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해마다 복지관에서 이와 같이 자리 마련해 주셔서 제사 지내게 되니까 마음이 좋고요, 또 항상 복지관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여기서 하니까 집에서는 안 하지, 다음엔. 못 지내지. 혼자 있으니까.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하시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조상님 이렇게 내가 올렸습니다.”

합동차례 후에는 지역 내 음식점에서 후원하는 점심식사도 제공했고요, 한마음연예봉사단의 설맞이 축하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지역 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새배와 재롱잔치까지 다양한 행사들로 명절 분위기를 한껏 즐겼습니다.

서울시립은평노인복지관의 김승자 관장은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려야 한다며 앞으로도 설과 추석에 합동차례를 꾸준히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