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부가 군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영국의 유력 군사 연구소가 밝혔습니다. 한국의 국방예산은 지난해 335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유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 (IISS)는 최근 펴낸 `2016세계 군사균형 보고서’에서 북한 군의 현대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 군이 갈수록 노후화가 진행 중인 러시아와 중국산 장비 등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새롭게 도색한 전투기만이 지난 20년 넘게 새 전투기를 도입하지 못한 (공군) 전력을 위장해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며 “모든 북한 군에 걸쳐 현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분석은 관영매체를 통한 북한 당국의 선전과는 사뭇 다른 겁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 부대들을 현지 지도하며 현대화 작업이 잘 이뤄지는 데 대해 치하했다는 소식을 자주 전하고 있습니다.
보도들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현대화에 대한 주체적인 관점과 입장”을 강조하며 “높은 민족적 자존심과 불타는 애국심에 의거해 현대화 사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국제전략연구소 보고서는 그러나 현대화는 커녕 기존의 무기들마저 노후화된 현실 때문에 북한은 군사력을 “많은 병력 규모와 잠재적인 비대칭 전력에 더욱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 군이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자주 (과시를 위한) 연출용으로 보이며, 이런 모습이 작전 능력이 강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 진전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있지만 북한은 계속 미사일 운반 능력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군 관리들은 북한이 지금까지 시험비행을 하지 않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 즉 화성 13호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입장은 북한이 지난해 열병식에서 과거 모형과 현저히 다른 개량된 모델을 선 보인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2일 미 의회에 제출한 북한 군사안보 동향 보고서에서 북한이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비행한 적이 없다며 무기 신뢰도를 낮게 평가했습니다.
국제전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도 적극 개발하고 있지만 이는 탄도미사일 운반체계를 다양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야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원형의 완전히 비행시험이 없었고 잠수함 사출 시험발사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는 심지어 초기 작전능력을 갖추는 데만 앞으로 수 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국제전략무기 운반체계와 핵탄두’ 현황에서 북한이 최대 2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다양한 거리의 탄도미사일은 없거나 알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남북한의 재래식 무기 전력에 대해서는 한국이 훨씬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마크 피츠패트릭 미국사무소장은 이와 관련해17일 ‘VOA’에 “한국이 북한 보다 훨씬 우수한 첨단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In our military balance (report), we pointed out that South Korea enjoys conventional weapons……”
피츠패트릭 소장은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을 때 조기에 탐지해 타격하는 킬체인 (Kill Chain) 능력도 구축하고 있다며 전력은 한국이 훨씬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에 일부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There are some vulnerabilities in South Korea’s defense in the face of North Korea’s growing nuclear and missile threats……”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를 협의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란 겁니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 군의 병력을 지난해 현재 62만 8천 명, 예비군은 450만 명, 북한의 병력은 119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국방비는 지난해 335억 달러로 전년에 이어 계속 세계 10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에서 국방비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미국으로 5천975억 달러, 2위는 중국으로 1천458억 달러, 그 뒤를 사우디아라비아의 819억 달러, 러시아 656억 달러, 그리고 최근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일본은 410억 달러로 8위에 올랐습니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다음 순위에 오른 14개 나라를 모두 합친 액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중국의 국방예산이 거의 해마다 두 자릿수로 늘어 아시아 전체 국방비의 41%를 차지하고 있다며, 서방 세계의 군사력 우위가 점차 줄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국방예산을 공개하지 않아 통계에서 제외됐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