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여성들 가운데 굶주림을 면하려고 중국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또 이렇게 중국에서 결혼한 탈북여성 가운데 많은 이가 한국행을 택한다고 합니다. 이 소식, 김정우 기자가 전합니다.
중국 동북지방의 탈북 여성들 가운데 배고픔을 면하려고 중국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 한국행을 택한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경보’는 지난 1일 '중국 동북지방 마을에 사는 북한인 부인들의 유일한 목적은 배부르게 먹는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지인과 결혼하는 탈북 여성들의 실태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신경보’는 이 기사에서 국경을 넘어온 북한 여성들이 배고픔을 면하려고 중국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간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중 국경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지린 성 옌볜 자치주 따허 마을의 촌장을 인용해, 지난 20년 동안 탈북 여성 10명이 현지 남성과 결혼했지만 남은 사람은 단 1명이라고 전했습니다. 한 명은 북한으로 송환됐고, 1명은 행방불명됐으며, 7명은 한국으로 갔다는 겁니다.
마을 촌장은 또 탈북 여성들이 현지 중개인이나 친척의 소개로 중국 남성과 결혼한다며, 신랑은 대개 나이가 많거나 심신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경보’는 이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탈북 여성 최 모 씨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20년 전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최 씨는 현지에 사는 친척의 소개로 앞을 못 보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최 씨는 가정을 꾸린 뒤 열심히 일했고, 지금은 중국 생활에 만족하면서 지낸다고 기사는 전했습니다.
최 씨는 같은 마을에 살던 탈북 여성들이 살기가 훨씬 좋다며 한국행을 권했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따허 마을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까지 둔 북한 여성들이 가족들을 남겨두고 한국으로 떠난 사례도 많았습니다.
`신경보’는 방모 씨와 한모 씨 등 따허 마을에서 결혼한 뒤 한국으로 간 탈북 여성들의 사정을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 출신 부인이 한국으로 떠난 뒤 남은 가족들은 대개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인이 중국을 떠날 때 한국행 비용을 마련하려고 현지에서 빚을 내는 경우가 많고, 또 먼저 한국으로 가서 남은 가족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이런 약속이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실제 따허 마을의 북한인 부인이 한국으로는 간 뒤 중국에 남은 가족을 초청한 사례는 2건에 불과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인 남편들과 자녀들은 아내나 엄마가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자신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주기를 기다리면서 시름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신경보’는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