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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2014 북한 상수도 보급률 82.1%'..."북한 물 공급 여전히 심각"


지난 2005년 평양 인근 농장에서 북한 주민이 외부 지원으로 지어진 급수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5년 평양 인근 농장에서 북한 주민이 외부 지원으로 지어진 급수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주민 10 명 가운데 8 명은 상수도 시설을 통해 물을 공급받고 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얻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북한의 물 공급 실태를 알아봅니다.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엔 산하 ‘유엔인구기금 UNFPA’는 2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2014년 현재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은 82.1%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은 지난 2014년 북한 중앙통계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경제∙사회∙인구∙보건 조사 (Socio Economic Demographic Health Survey, SDHS)’에서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설문조사는 북한 11개 도 내 1만3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각 도에서 평균 1천250 가구가 참여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은 2008년 인구센서스에 비해 3%포인트 가량 감소했습니다.

또 우물이나 우물에 설치된 펌프 (Tube well/ Borehole with Pump)를 이용해 물을 얻는 비율은 10.5%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북한 주민 2%는 공동수도에서, 4.1%는 자연샘에서 물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상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남한의 60~70 년대 수준으로 매우 노후화돼 있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10년 가까이 북한을 오가며 북한 수자원 개발 등 대북사업을 진행해 온 한국 기아대책 안향선 자문위원의 말입니다.

[녹취: 안향선 한국 기아대책] “이미 시설은 노후화 돼 있고,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펌프 시설부터 공급되는 과정까지.”

북한의 대외보험총국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다 2004년 탈북한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도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수도시설은 전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전력 부족)등으로 잘 작동이 안돼 물 부족 현상을 많이 겪고 있죠. 특히 겨울철 난방이 얼고 수도관이 얼어 공급이 안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요.”

김광진 연구원에 따르면 그나마 주민들에게 한 두 시간 공급되는 수돗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녹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평양 시내 수돗물도 비 오면 흙탕물이 나오고 어떨 때는 지렁이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상황이 굉장히 열악하죠. 소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거죠. 물을 다 끓여 먹어야 합니다.”

식수와 생활용수로 쓸 물이 부족하다 보니 북한 주민들은 인근 우물이나 공동수도, 강, 자연샘에서 물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인구기금 조사 결과 2014년 기준 우물이나 우물에 설치된 펌프를 이용해 물을 얻는 비율은 2008년 8.5%에 비해 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연샘에서 물을 얻는 비율도 2008년 2.7%에서 2014년 4.1%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우물이나 강마저 오염된 경우가 많아 수인성 질환에 취약한 상태입니다.

북한 수도사업 정보 공유와 물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설립된 ‘북한물문제연구회’ 김승현 회장의 말입니다.

[녹취: 김승현 한국 북한물문제연구회 회장] “우물이 수질오염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주변환경에 많이 노출돼 있죠. 예를 들어 우물이 농사 짓는데 근접해 있으면 비료나 거름 등에 오염될 수 있고요. 민가에 가까이 있으면 배설물에 오염이 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수인성 질병이 많아 지는거죠. ”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황해남도 지역에서는 가뭄 등 물 부족으로 어린이 설사환자 수가 140% 증가했습니다.

유니세프는 물이 부족한데다 수질도 나빠져 어린이들 사이에 설사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질병과 영양실조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적십자사도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물 부족으로 수인병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과 5세 미만 어린이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이 열악한 북한의 식수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와 월드 비전,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등 국제 구호단체들이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특히 올해 미화 500만 달러를 투입해 북한에서 식수위생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주민 25만여 명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100만여 명에게 식수와 물저장소를 지원하며 200만여 명에게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월드 비전도 앞서 ‘VOA’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안남북도 내 농촌 지역 세 곳에서 식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업은 주거지와 학교, 보건소 등 마을 곳곳에 펌프와 수도 시설을 갖춘 우물을 설치하는 작업으로, 완공되면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의 대북 구호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도 북한 내 결핵과 간염 전문병원 시설들에 수도를 설치해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도시설 공사는 또 다른 미국의 구호단체 웰스프링과 협력해 우물을 판 뒤 물탱크와 태양열 집열판, 중력을 이용한 수도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오는 5월 방북해 수도시설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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