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 실향민 가정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 교수가 미 유력 신문 기고를 통해 북한 여행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철저한 감시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니 굳이 위험한 모험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최근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북한 여행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미 명문 컬럼비아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머리 리(한국명 이명옥) 객원교수는 26일 ‘뉴욕타임스’ 신문 기고문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북한 여행을 하지 말도록 당부했습니다.
리 교수는 북한 출신 이산가족 가정에서 자라난 한인 2세 작가로 미 유력 매체들에 어머니의 탈북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의 기고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가기 위한 당신의 휴가 계획을 제발 취소하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이 교수 아버지와 자신의 체험 등을 통해 북한 여행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미 대학생 웜비어 씨가 최근 북한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뒤 큰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자신은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잔인함을 지적하며 실향민 출신인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아버지는 남동생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인의 요청으로 북한에 돈을 보내고 서신도 교환했지만 결국 고향을 가 보지 못한 채 10 년 전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아버지가 자신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사진 속 동생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북한 방문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북한 정권은 아버지의 입국을 끝내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아버지가 떠난 지 10 년 가까이 지난 2009년에 컬럼비아대학 단체방문단의 일원으로 어머니와 함께 방북했었다며, 그러나 기억은 유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입국 직후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정도로 개인의 통제력을 잃는다는 겁니다.
또 정부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먹어야 하고 개인의 자유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으며, 외국인들만 묵는 양각도 호텔은 평양에서 동떨어진 섬과 같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동행한 어머니는 미국의 아들과 연락하고 싶었지만 전화를 할 수 없었고 이메일도 보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이런 비밀스런 북한과 그 독재자에 대해 미국 관광객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는 듯한 북한 여행 뉴스는 더 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웜비어 씨가 이용한 여행사는 광고에서 “아주 싼 가격에 재미와 짜릿함,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북한 여행을 묘사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미 국무부는 북한 정권이 일관성 없게 형사법을 적용해 체포와 장기 구금의 위험이 높다며 북한 여행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지만 미국의 북한 관광객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16일에도 미국 시민의 모든 북한 여행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두 번이나 반복해 경고했습니다.
<Lee/NK Vacation ACT 1 YKK 3/28/16> “Let me just repeat that again. The United States and the Department of State strongly recommends against all travel by U.S. citizens to North Korea”
웜비어 씨 상황은 북한 여행과 관련된 위험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북한 여행을 고려 중인 미국인은 국무부의 여행 경고를 반드시 읽으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평양에서 열리는 ‘만경대상 국제마라톤’ 행사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들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북동부 뉴저지 주의 북한전문 여행사인 ‘우리 투어스’의 안드레아 리 대표는 ‘VOA’에 자신의 여행사를 통해 200 명이 참가를 신청했다며, 지난해 보다 2 배 많다고 말했습니다.
<Lee/NK Vacation ACT 2 YKK 3/28/16> “We have about two hundred runners for the Pyongyang Marathon..”
리 대표는 또 이 대회에 출전할 전체 외국인 규모가 1천 200 명에 달할 것이란 게 북한전문 여행업계의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여행업체들은 미국인들이 북한을 여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공산주의 독재국가에 대한 호기심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기고문에서 그런 모험을 감수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자신도 방북 당시 북한의 규범을 깨고 싶은 유혹이 있었고 일행 중 한 명이 실제로 사진을 임의로 촬영하다가 끌려갔지만 다행히 중국 국적이란 이유로 풀려난 경험도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일행 중 많은 이들이 또 다른 실수라도 할까 두려워 다음 장소에서는 카메라를 버스에 놔둔 채 내렸다고 이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념품 판매소에서 선전물 포스터를 구입해 단단히 봉한 뒤 출국했지만 나중에 선전물에서 얼룩진 (감시원의) 지문을 발견했다며 북한의 철저한 감시문화를 비난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