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북한에 새로운 구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군자리 정신’과 ‘70일 전투’, 제2의 ‘고난의 행군’ 등이 그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를 위기감과 내부 동요의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29일 1면 사설을 통해 “1950년대 군자리 혁명정신으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영광의 대회로 빛내자”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사설에서 무려 43 차례나 ‘군자리 정신’을 언급하면서 각급 당과 근로단체 조직이 군자리 정신을 체질화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군자리는 평안남도 성천군 산골에 위치한 곳으로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 무기를 생산했던 곳입니다. 이 때문에 군자리는 ‘영웅적 투쟁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활용돼 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주머니에 강냉이와 소금을 넣고 그것을 몇 알씩 씹으면서 일했습니다. 벽시계를 거꾸로 돌려가면서 생산을 다그쳐 박격포를 만들어...”
북한 당국이 60년 전 ‘군자리 정신’을 다시 강조하는 건 국제사회의 제재와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중국 등에서 국경에서 실효적 제재가 가해져 치약, 치솔, 비누 가격이 뛰니까, 김정은으로서는 절박해지고, 인민들에게 겁을 주고 끌고 가기 위해 군자리 정신을 들먹이는 것 같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도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8일 정론을 통해 풀뿌리를 씹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또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후 ‘고난의 행군’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최근 각종 결의대회를 열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사상전’으로 이겨내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영 `조선중앙방송'의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KCNA]”유엔의 제재를 한두 번 받아온 우리 인민이 아니며 우리는 유엔의 제재를 눈곱만큼도 여기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주민들을 결속하고 제재로 인한 어려움에 대비하라는 신호라고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겠죠? 그 다음에 그 효과가 계속 커지겠죠. 그래서 그것을 대비해서 주민 결속 그리고 준비 그런 것들을 예견하는 차원에서 한 거죠. 정신적으로 각오하고 물질적으로도 사전 준비하고 당국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
북한 당국은 또 대북 제재의 원인과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떠넘기며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연일 중,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한편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제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3일 청와대를 초토화시키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26일에는 인민군 장거리 포병대 명의의 ‘최후 통첩장’을 통해 남측이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청와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대남 위협에 대해 ‘적반하장’격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이런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는 점을 좀 북한이 직시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위기는 이렇게 우리를 비난하거나 위협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돌아봐서 진정으로 살 길을 찾고, 민족과 자기 주민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촉구합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28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문제는 선제공격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미국 때문이라며 북한은 미국에 사전 핵 공격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조선의 오늘’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로 미국 워싱턴에 핵 공격을 가하는 동영상을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우려한다며 이를 문제 삼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존 커비 대변인] “I can assure you that we will continue to raise our concerns inside the UN and here unilaterally in the United States about North Korea’s continued provocative behavior..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적 행동에 대해 유엔과 미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며, 북한이 저지르려는 일을 못 본 척하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도 북한의 위협적인 언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은 지난 29일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하다”며 “각 당사국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과 언사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