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가학적인 독재자”라고 비난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백악관에 입성하면 중국과 공조해 북한 정권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2일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에서 자신의 외교정책 구상을 밝혔습니다.
특히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수뇌부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기존의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 “with China to increase pressure on North Korea…”
핵문제 등 북한의 변화를 위해 “중국과 함께 북한에 대한 압박을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발언은 중국과 협력 강화 등 국제 공조를 통한 압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특히 공화당측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북 발언을 조목조목 비난하며 북한 수뇌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 “Take the threat posed by North Korea-perhaps the most repressive regime on the planet, run by a sadistic dictator who wants…”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가학적인 독재자가 국가를 통치하고 있다”는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특히 “북한의 가학적인 독재자는 미국에 핵무기를 운반(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길 원하고 있다”며 이런 독재자를 유쾌하게 묘사하는 트럼프 후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 “You’ve got to give Kim Jong un credit for taking over North Korea-something he did by murdering everyone he saw as a threat, including his own uncle...”
트럼프 후보가 “고모부(장성택) 등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사람들을 살해하며 (권력을) 잡은 김정은을 인정했다”는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독재자와 폭군에 연민을 느끼는 트럼프 후보에 대한 설명(진단)은 정신과 의사에게 맡겨야 할 것이라며 조소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연설의 많은 시간을 구체적인 외교정책을 밝히기 보다 트럼프 후보를 비난하는 데 할애하며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한-일 3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일 두 나라가 미군 주둔 분담금을 모두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 “It’s no small thing when he suggests that America should withdraw our military support for Japan…”
가령 트럼프 후보가 주일 미군을 철수하고 일본의 핵무장을 북돋아 일본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데도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하는 것이며 행운을 빈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그러면서 “핵전쟁에 대해 트럼프 후보가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군 주둔에 대한 동맹국들의 공정한 비용 분담은 자신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했고, 실제로 많은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늘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논쟁의 핵심은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는가 아니면 동맹과의 단절 여부”라며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미국을 약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한-일 3각 공조에 관해서는 자신이 국무장관 시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한국, 일본과 함께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수뇌부의 무모한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방어망을 구축했고 이 가운데 핵심이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이라는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미-한-일 세 나라가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모두 기여했고 당장 이달 말에 세 나라가 미사일 방어 합동 경보훈련을 실시한다며 “이 것이 동맹의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의 이런 발언은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후보의 대북 정책 구상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할 것이며 그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I would speak to him, I would have no problem speaking to him..
트럼프 후보는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저자세로 협력을 요청하기 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엄청난 경제적 힘을 바탕으로 중국에 강한 압박을 가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또 과거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에 대한 재정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용의가 있으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한-일 동맹의 자체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정치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이런 발언들이 유권자의 관심과 표를 가져오기 위한 의도가 강한 만큼 전당대회와 TV토론회를 거쳐야 보다 명확한 정책 기조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