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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성분제도, 장마당 등장 이후 약화...뇌물로 특권 확보'


지난달 24일 북한 평양 시내를 운행하는 전차에 탄 시민들.
지난달 24일 북한 평양 시내를 운행하는 전차에 탄 시민들.

북한의 성분제도가 장마당 경제에서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성분제도에 따른 특권을 뇌물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성분제도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스’가 최근 북한의 성분제도를 비판하는 장문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이 작성한 이 기고문은 성분제도에 환멸을 느껴 탈북한 북한 주민의 사례를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1990년 북한에서 태어난 최승철 씨는 할아버지가 일제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나쁜 출신성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그의 아버지는 산악지대에서 고된 농삿일을 했고, 수 십 년 뒤에야 겨우 해안가 대도시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대도시로 옮긴 최 씨의 부모는 트럭운전사들과 군대에 기름을 파는 장사로 돈을 많이 벌었고, 권력자들에게 접근해 뇌물을 주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와 관련해 기고문에서, 1990년대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이 생기고 주민들 사이에 사경제가 확산되면서 출신 성분이 좋은 사람들에게만 보장되던 특권을 뇌물을 주고 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당 간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애썼습니다. 부모님의 연줄로 소년단 대표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습니다. 평양의 좋은 대학들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진 것입니다. 뇌물도 그의 출신 성분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녹취:로버트슨 부국장] “When he got out of the local level, when he applied to universities in Pyongyang…”

로버트슨 부국장은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기고문에 나오는 탈북자의 가족은 그들의 성분을 어떻게든 바꾸려 했고,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지방을 벗어나 평양의 대학으로 진학하려 했을 때 출신 성분이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것이 최 씨의 한계였고, 극도의 실망감을 느낀 최 씨는 결국 탈북했다고 로버트슨 부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에서 사경제가 발달하면서 성분제도도 일정 부분 약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성분이 좋은 사람들의 특권이었던 범죄에 대한 면책권, 다른 지역으로의 통행권 등을 돈과 연줄을 이용해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분제도는 여전히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짜내는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로버트슨 부국장] “There are limits to how far money can take you in North Korea and those…”

북한에서 돈이 통하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출신 성분에 달려 있으며, 결국 출신 성분이 북한 내 최상위층으로의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입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기고문에서 북한 당국이 헌법에 모든 주민의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고, 1981년에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준했다며, 성분제도는 이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로버트슨 부국장] “I think UN as part of ongoing investigations into crimes against humanity has to…”

로버트슨 부국장은 유엔이 성분제도를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성분제도를 활용해 적대계층을 구분하기 때문에, 결국 성분제도가 인권 탄압의 도구라는 겁니다.

유엔은 북한의 성분제도 철폐를 거듭 촉구해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3년 이후 14년 연속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 내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대우 폐지를 촉구했고, 유엔총회도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해 성분에 따른 차별을 지적했습니다.

또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HRNK는 지난 2012년 북한의 사회계급체계를 분석한 ‘성분-북한의 사회계급’ 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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