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전달과 의사소통, 통신 등을 모두 포함하는 북한의 의사소통 체계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외부의 새로운 수평적 연결망이 확산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곽정래 박사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내부에 새로운 의사소통 체계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곽 박사는 26일 서울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2015 북한사회문화학회 학술회의’ 발표에서 북한의 의사소통 체계는 기본적으로 선전선동에 기반한 국가와 당 중심의 수직적 방식으로, 이를 통해 지난 70년 간 북한식 사회주의 체계가 수립, 형성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19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과 이념 종식,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의 여러 정치, 경제적 어려움 등이 발생하면서 외부의 다양한 연결망이 북한 내부로 연결됐고 이러한 수평적 연결망이 확장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연결망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접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곽 박사는 특히 북-중 접경지역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생존을 위한 북한 주민들의 행위자 연결망이 구성됐다면 90년대 중반 이후 생필품을 비롯한 다양한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서 시장가치를 추구하는 경제연결망이 형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곽정래 박사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이런 연결망들이 우리가 이전에 북한 커뮤니케이션에 존재하지 않았던 동등성, 등가성을 전제로 하는 연결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공존하고 있다 라는 것이고요. 새로운 테크널러지들이 사회에 도입되면 사람들이 의식도 바뀌고 행동, 태도에 영향을 줍니다. 당연히 무수히 많은 컨텐츠나 매체들이 연결망을 통해 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사고, 태도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죠.”
곽 박사는 이어 외부 연결망을 통해 들어온 새로운 정보가 권력이 되기도 한다면서 막대 저장장치-USB 같은 저장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외부 영화나 드라마 시청이 가능해 시공간의 재구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곽 박사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새롭고 수평적인 연결망을 감시, 통제하고 있지만 이제는 단속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토대가 이뤄질 정도로 뿌리내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3대 세습을 받아들이는 북한 주민의 마음에는 분명 그 이유와 원리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외부에서 보는 북한은 3대 세습과 경제적 어려움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북한 내부는 이미 나름의 일관성과 관계성이 정립돼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안정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생활총화’를 예로 들면서 사상 비판을 당하는 것이 체면을 잃는 것이 아닌, 성스러운 게임이나 종교적 의례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성경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그 공간 내에서의 서로 비판하는 것은 나름 의례로 구축돼 있다는 거죠. 체면이라는 것이 만약 성스러운 개인, 개인이 강해진다면 누가 나를 모욕하는 것이 기분 나빠서 내 체면을 잃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 상황에서 체면을 잃는다는 그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는 거죠. 체면을 잃는다는 맥락은 ‘왜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지?’ 성스러운 대상, 교회라고 생각하시면 맞을 것 같아요. 왜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했을까 라는 것이 기분이 나쁜 것이지, 교회 설교 말씀 중에서 왜 당신은 이번 주에 이런 일을 했습니까? 라는 게 기분 나쁘지 않다는 거죠. 그게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 잡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북한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바로 ‘총화’라면서 북한 당국이 이를 통해 주민들이 사적 활동을 못하도록 하고 일상화되지 않도록 카리스마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