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비무장지대 (DMZ)에 지뢰를 대량 매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판문점 인근에도 지뢰를 매설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군사령부는 23일 발표한 `입장자료'를 통해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 지역에 여러 발의 지뢰를 매설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은 지난 1976년 북한 군이 미군 2명을 살해한 이른바 `도끼만행 사건' 이후 폐쇄된 곳입니다.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이런 지뢰 매설이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군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북한 군이 판문점 인근에 지뢰를 매설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1953년 체결된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최전방 지역 군인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판문점 남북한 지역은 정전협정 규정에 따라 지뢰를 매설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지뢰 매설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과 유엔군은 최근 몇 년 동안 북한 군이 비무장지대 안에 지뢰를 계속 매설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특히 지난달 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 군이 올 들어 비무장지대에서 예년보다 2배 많은 8곳에 지뢰를 대대적으로 매설하고 있다고 전했었습니다. 북한 군이 매설 중인 지뢰 수가 이미 4천 발을 넘어서는 등 과거보다 훨씬 많은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는 겁니다.
남북한은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 남과 북 각각 2km 안에서는 중화기 배치 등 어떤 적대적 행동도 할 수 없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비무장지대란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이 지역에 매설된 지뢰는 1백만 발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1 제곱미터 당 2.3개 꼴로, 비무장지대는 지뢰 매설 밀도면에서 세계 최대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지뢰 도발과 지뢰 유실로 인한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북한 군이 의도적으로 설치한 목함지뢰 도발로 한국 군 부사관 2명이 각각 두 다리와 발목을 잃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민통선 안의 한 하천에서 쓰레기 제거작업을 하던 병사 2명이 쓰레기 속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실 지뢰가 터지면서 크게 다쳤습니다.
이밖에 강원도 양구에서는 지난 봄 지뢰가 폭발해 주민들이 다치는 등 군과 민간인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 군이 최근 들어 군사분계선 지역 내 도발 위협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한국군도 경계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지난달 초 “군사분계선을 참혹한 첫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지난해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은 한국 군의 계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엔의 제재와 잇단 고위급 탈북에 대한 우려로 체제 결속과 인민군의 탈북 방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지뢰 매설를 늘리고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