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 입니다. 유엔은 세계 각지에서 북한으로 납치돼 강제실종된 사람의 수가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지난 1950년대 말 이른바 `북송사업’에 따라 북한으로 간 ‘재일조선인’ 9만 3천여 명도 포함돼 있는데요, 일본의 한 비정부기구가 이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자의 일본 정착을 지원하는 일본 내 비정부기구 ‘모두 모이자’가 북송 재일조선인 피해자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가와사키 에이코 대표는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송 재일조선인들의 자유왕래 등 인권 개선을 위해 지난 6월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에 ‘인권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에이코 모두 모이자 대표] “6월에 갔을 때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에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유엔도 북송 재일조선인 인권 문제 해결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권구제신청서’는 1950년 대 말 북송사업을 추진한 북한 정부와 조총련, 일본 정부, 북한과 일본적십자사, 국제적십자사를 상대로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북한에 남아있는 북송자들의 일본으로의 자유왕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에이코 모두 모이자 대표] “그 6개 대상에서 각각 북송사업이 잘못됐었다는 것,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것, 간 사람들의 (북한에 남아있는 북송 한인) 가족, 2세, 3세들의 일본 귀향을 빨리 자유롭게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
‘모두 모이자’는 지난해 1월에도 일본변호사협회에 이 같은 내용의 인권구제를 요청했었습니다. 북송사업 피해자들이 인권구제를 신청한 첫 사례였습니다.
재일조선인 북송사업은 북한 당국과 조총련, 북일 적십자사 등이 합작으로 펼친 사업이지만 어느 누구도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따라서 명백한 인권 침해란 주장입니다.
가와사키 대표에 따르면 일본변호사협회는 조사와 심의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북송사업의 인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 정부 등을 상대로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가와사키 대표는 다음달 12일 일본변호사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듣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에이코 모두 모이자 대표] “(북한과 일본 정부 등) 6개 상대가 아직 아무런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논의할 것입니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이뤄진 북송사업으로 재일조선인 9만 3천 여 명이 북한으로 건너갔습니다. 가와사키 대표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가와사키 대표는 17살 때인 1960년 북송선 클리리온 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에이코 모두 모이자 대표] “그 때 혼자 북한으로 갔어요. 그 때 당시 일본 내 신문, 잡지 TV 등 언론에서 귀국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가보니까 일본 정부나 조총련이 선전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가와사키 대표는 기계공장에서 일하며 북한 남성과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두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고난의 행군’이 시작돼 굶주려 죽는 사람이 급증하자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에이코 모두 모이자 대표] “이 북한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탈북을 한 겁니다. 일본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이 ‘일본에서 북으로 돌아간 사람의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후 계속 북한인권 상황을 폭로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가와사키 대표는 앞으로도 북송 조선인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에이코 모두 모이자 대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미국 정부의 결정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 달라는 것, 북한에 남아있는 재일 조선인들에게 이 문제를 꼭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테니 희망을 가지고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편 유엔은 지난 2010년 열린 제 65차 총회에서 8월 30일을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 또는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는 지난 2014년 2월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와 강제실종 대부분이 한국전쟁과 1959년 시작된 재일 조선인 북송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강제실종 피해자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북한 내로 이동한 사람도 있고, 물리적인 강압이나 거짓 설득을 통해 납치된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결과적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