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북한이 지난 9일 실시한 5차 핵실험은 지난 네 차례 실험과 비교해 규모와 주기 면에서 크게 다른 특징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북한의 역대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비교했습니다.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한은 처음으로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장소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동쪽 갱도.
석 달 전 장거리 로켓인 대포동 2호와 여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1695를 채택하자 예고대로 핵실험을 강행한 겁니다.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 규모는 3.9에서 4.3이었고 원료는 플루토늄, 하지만 폭발력은 1kt으로 미미했습니다.
1kt은 TNT 1천t의 폭발력으로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에 떨어트렸던 핵폭탄 15kt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였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핵실험 닷새만인 14일, 대북 결의 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뒤 본격적인 제재에 나섰습니다. 이 날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안보리 결의 1718호는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물자와 물품 교역을 금지하고 화물 검색과 제재위원회 설치 등이 골자였습니다.
북한은 이후 2년 반여 뒤인 2009년 5월 25일, 플루토늄을 이용한 2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전년인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시키며 잠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지만 그 해 새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해 다시 벼랑끝 전술로 돌아간 겁니다.
핵실험 수순은 1차 때와 비슷했습니다.
실험 50일 전 장거리 로켓 광명성 2호를 발사했고, 유엔 안보리가 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며 핵실험을 강행한 겁니다.
2차 핵실험 장소는 풍계리의 서쪽 갱도, 하지만 폭발 위력은 1차 때보다 강력해진 3-4kt, 인공지진도 규모가 4.5-4.7로 위력이 커졌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를 규탄하며 다음달 12일 대북결의 1874호를 채택했습니다. 안보리는 1718호에서 언급했던 “규탄”을 “가장 강력한 규탄”으로 수위를 올리고 북한의 수출 통제 대상을 모든 무기 관련 물자로 확대하며 제재를 강화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3년 반 정도가 지난 2013년 2월 12일,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3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핵실험을 강행한 겁니다.
장소는 풍계리의 같은 서쪽 갱도였지만 폭발 위력은 6-7kt으로 더 커졌고 탐지된 인공지진 규모도 4.9-5.1로 높아졌습니다.
북한은 특히 3차 핵실험이 이전 보다 폭발력이 크면서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해 원료가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 우라늄(HEU)임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핵연료를 규명한 제논이 탐지되지 않아 고농축 우라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특히 3차 때도 실험 두 달 전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기존의 방식을 반복하며 핵 운반 능력을 과시하려 애를 썼습니다. 은하 3호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기존의 제재 대상과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북 결의 2087 호를 채택하자 보란 듯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겁니다.
유엔 안보리는 다시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달인 3월 네 번째 대북 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했습니다. 2094호는 기존보다 금수 조치와 금융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품목과 내용도 강화한 게 특징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이후 3년이 채 안 된 올해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폭발 위력은 6kt 정도, 인공지진 규모는 4.8에서 5.1로 3차 때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4차 실험이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소탄은 원자탄처럼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파괴력이 원자탄보다 수 십에서 수 백 배가 더 큽니다.
하지만 미국은 수소탄 가능성을 일축했고 한국 당국도 수소폭탄 재료인 삼중수소를 소량 이용한 증폭핵분열탄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 역시 6kt은 수소탄 폭발력에 훨씬 못 미친다며 북한의 수소탄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4차 핵실험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앞선 세 차례 핵실험에서는 외무성이 핵실험을 예고했지만 4차 때는 예고가 전혀 없었습니다.
또 핵실험 전 발사해왔던 장거리 로켓 대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에 대응해 기존 대북 결의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 내용을 담은 2270호를 3월에 채택하며 북한 정권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불과 8개월만에 5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2-3년 차를 유지했던 핵실험의 주기가 훨씬 빨라졌고, 폭발력은 4차 때보다 두 배 정도가 커진 10kt으로 한국 국방부는 추정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5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외부 관측통들은 이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속도를 내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 주기와 핵탄두 소형화에 대해 이번에는 어떤 제재 결의를 채택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