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라디오 매거진,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워싱턴 지역 한인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0일 미 동북부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에서 ‘나비’라는 주제로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나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돼 꽃다운 청춘을 빼앗긴 피해자 할머니들을 상징합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나비’에 비유한 이유는 다시 두 가지로 풀이됩니다.
우선, 일본 군 위안부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영혼이나마 나비처럼 훨훨 날아 고향 땅을 찾아가길 염원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다른 의미는 오랜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뜻합니다.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하고 볼품없는 번데기가 아름다운 나비로 변모하는 과정이 할머니들의 인생 역경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겁니다.
이날 음악회에는 나비가 고향을 찾아가는 의미의 노래, 그리고 나비라는 제목의 음악 등 주제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선율이 연주됐습니다.
한국가곡 `가고파', `꽃구름 속에',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등을 비롯해 미국의 재즈곡과 영화음악 등 8곡이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에 의해 연주됐습니다.
‘트리오 엘피스’라는 이름의 20대 한인 여성 음악인들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삼중주로 기독교 음악을 연주해 감동을 선사했습니다.기존의 전통적인 찬양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편곡해 연주했고,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역시 한인 여성 성악가 권기선 씨의 서양 고전가무극 오페라 아리아 연주도 장내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음악회는 메릴랜드 지역 한인 여성으로 구성된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이 주관한 것인데요, 한국대사관과 지역 한인 언론들이 후원했습니다.
워싱턴 지역에서 한국 내 위안부 피해자들의 활동 지원과 학술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 ‘워싱턴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를 후원하기 위한 기금마련 행사였습니다.
이날 300여 청중이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 내 강당을 가득 채웠는데요,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의 두 시간 공연이 끝나도록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에 이어진 앵콜곡은 청중에게 깜짝 공연이었는데요, 이 합창단의 김승철 지휘자가 흑인을 연상시키는 둥그렇고 커다란 가발을 쓰고 나와 미국 영화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단원들이 소품을 들고, 율동을 섞어 가며 노래를 불러 화기애애 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합창단의 김승철 지휘자는 이번 연주회를 1년 간 준비했고 단원들이 한 마음으로 연주에 임했다면서 여성합창단이 여성의 인권 문제인 위안부 문제에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뒀습니다.
[녹취: 김승철 지휘자] ”저희가 여성 합창단이기 때문에 정신대 문제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년부터 1년 동안 준비해왔는데, 단원들도 굉장이 이렇게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있었고, 그런 분들 을 잘 섬기고 싶고……”
공연에 참가한 단원인 변은혜 씨는 공연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변은혜] “신문에 나고 뉴스에 많이 나니까 생각은 하죠. 저희가 이렇게 공연을 함으로서 이런 이슈를 걸고 하니까 사람들이 생각해 보고 모르는 세대들은 잘 모르잖아요. 와서 보고 모르면 부모님에게도 물어볼 수 있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50대 한인 여성도 같은 목적으로 잘 준비된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50대 한인 여성]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다들 잘 하셔서 감동을 많이 받았고요, 준비한 손길이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했어요. 저희가 타국에 살면서 한국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거나, 참여한다는 생각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감사하고 있어요.”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의 홍희경 이사장은 미국 내 한인들이 한국 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연 수익금을 전달받은 워싱턴정신대대책위원회 이정실 회장은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 문제로 한국 내에서나 워싱턴 지역 내에서 의견이 나뉘는 상황이라며,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실 회장] “사람들이 돈 안 받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오히려 할머니를 모시고 자체적으로 펀드레이징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저희 조차도, 환영한다고 절대 아니다 라는 목소리가 있어서..”
지난 4일 한국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10억엔, 미화 970만 달러 전액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일 것이며 간병인 비용, 의료비, 위로금 등의 형태로 할머니들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와 한국의 합의 자체에 대한 반감이 여전해 이 돈을 받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여전한데요, 하지만 돈을 받아들이자는 일부 의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정신대위원회 측은 위안부 역사에 대한 학술연구와 문화예술을 통한 위안부 알리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 텍사스 주에서 한글학교협의회 초청으로 위안부 역사 강의를 진행했고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반 년에 걸쳐 진행된 온라인 학술토론 웨비너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순서를 최근 마무리 했고 관련 자료가 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됐는데요, 내년 1월 두 번째 행사는 한국 호주 프랑스와 연계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지난 15일부터는 한 달 일정으로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위안부를 주제로 한 ‘Collateral Damage-민간인 희생’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요, 다양한 국적의 작가 13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어 다음달에는 학술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정실 회장] “워싱턴 시대 유대인 학살 박물관 디렉터가 참여해서 여성과 어린이 인권에 초점을 맞춘 인권 학술회를 열게 됩니다. “
이정실 회장은 일본과 한국 간 합의 이후 10억엔 기금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 운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그럼에도 역사 알리기 운동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