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통치방식을 답습해 권력을 공고히 했다고 미국 언론이 분석했습니다. 또다른 언론은 김정은 체제의 `비이성적인' 모습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지극히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방식을 분석한 장문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민적인 모습을 보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무자비한 숙청으로 권력을 안정시켰다며, 이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통치방식과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인들의 존경을 받는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외모를 하고 활발한 현지 지도를 통해 서민적인 풍모를 내비칠 뿐더러, 장마당을 허용하는 등 실용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 그랬던 것처럼 김 국무위원장도 그동안 100명이 넘는 고위 관리를 처형 또는 숙청하는 등 잔인한 면모를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내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이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노련한 독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내세웠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선친과는 달리 국정운영을 군에서 당 중심으로 돌려놓았고, 17년 집권 기간 단 한 번 목소리가 방송에 나갔던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외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군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인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김 위원장은 경제와 핵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병진 노선'을 내세웠다고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또 아버지는 핵무기 개발을 원조와 협상 방안으로 이용했지만, 김 위원장은 군부 장악력을 강화하고 한국을 위협하는 방편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외부에 미친 것처럼 보이는 김정은 체제의 특징이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지극히 이성적인 선택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핵무기로 주변국을 수시로 위협하고 한국을 공격하는 김정은 체제의 행태가 국제사회에 미치광이 짓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이성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호전성은 언제든 공격받거나 붕괴할지 모르는 취약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계산된 행동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또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한반도에 전쟁 직전의 긴장이 유지돼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는 충돌 등 오판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