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지영 기자와 함께 대통령 후보 2차 토론회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지난 일요일(9일)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교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사이에 2차 TV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유권자들을 초청해서 직접 질문을 받고 답하는 타운홀 형식으로 열렸는데요.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기자) 네, 큰 무대에 휑하게 두 후보만 서 있었던 1차 토론회와 달리, 무대도 작고 여러 사람이 앉아있어서 보기에는 좀 더 아늑하고 편안해 보였는데요.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무척 냉랭했습니다. 보통 토론회 시작 전에 후보들이 악수하는 게 보통인데, 이날 두 후보는 악수도 나누지 않았고요. 서로 여성혐오자,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하면서, 토론회 내내 강도 높은 설전을 벌였습니다.
진행자) 지난 금요일(7일)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2005년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죠? 그래서 이번 토론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2005년에 TV 방송 녹화를 하면서,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말한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여성을 비하하고 성폭행을 암시하는 발언이 들어있었습니다. 유부녀와 관계를 맺기 위해 유혹하려고 했고, 허락 없이 여성의 몸을 더듬었다는 내용이었죠. 자신은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는 건데요.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입수한 이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진행자) 파문이 대단했죠.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 등이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요.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요. 트럼프 후보가 신속하게 사과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죠.
기자) 맞습니다. 일요일(9일)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나왔는데요. 트럼프 후보가 다시 한 번 사과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후보] “Yes, I am very embarrassed by it…”
기자) 트럼프 후보는 무척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음담패설을 했을 뿐이고, 허락 없이 여성의 몸에 손을 댄 일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안다는 건데요. 오히려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성을 상대로 더 심한 행동을 했고, 또 그런 여성 희생자들을 클린턴 후보가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모아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후보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요. 트럼프 후보의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후보의 말입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 “So this is who Donald Trump is…”
기자) 네,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여성과 중남미계, 이슬람교도들을 모욕해 왔다면서, 녹음 파일에 나오는 대로의 사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후보의 경우, 국무장관 시절에 관용 이메일 계정이 아니라,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이 계속 논란이 돼 왔는데요. 이 문제도 나왔죠?
기자) 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웠습니다. 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해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메일 논란에 대한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 간의 설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트럼프 후보] “It’s just awfully good…”
기자)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면서, 트럼프 후보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 미국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후보는 만약 자신이 그런 자리에 있었으면, 클린턴 후보는 교도소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의 이 교도소 발언이 또 논란이 되고 있죠? 상당히 수위가 높은 발언이란 반응 아닙니까?
기자) 네, 사실 토론회장에 있던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은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과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권력을 잡을 경우, 정적을 교도소에 보내겠다는 발언은 독재 국가에서나 나올 수 있는 발언이란 겁니다. 이런 식으로 상대를 위협한 경우는 미국 대통령 후보 토론회 역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그밖에 또 어떤 문제들이 논의됐습니까?
기자) 네, 클린턴 후보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트럼프 후보가 모든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당분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 점을 비판했는데요. 미국이 이슬람교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그동안 계획이 바뀌었다고 말했고요. 테러 방지를 위해서 시리아 등지에서 오는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또 러시아가 트럼프 후보를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후보의 말과 트럼프 후보의 대답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트럼프 후보] “And they have also decided…”
기자) 클린턴 후보는 러시아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걸 원치 않으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후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 격퇴 작전에서 협력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와 사이좋게 지내는 건 좋은 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전산망 해킹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해킹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제(9일) 토론회는 주민 초청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유권자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고 답하는 방식이었는데요. 혹시 특이한 질문이라면 어떤 게 있었을까요?
기자) 네, 마지막에 추가된 질문인데요. 서로에 대해 좋은 점이 있다면, 한 가지씩 말해보라는 거였습니다. 두 후보가 뭐라고 했는지,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트럼프 후보] “His children are incredibly…”
기자)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의 자녀들을 칭찬했습니다. 능력이 뛰어나고 헌신적이라는 겁니다.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를 투사로 묘사했는데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런 점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시작 때와는 달리 마지막에는 조금이나마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는데요. 두 후보가 악수를 나누면서 토론회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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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일요일(9일)에 열린 대통령 후보 2차 토론회 소식 자세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1차 토론회가 끝난 뒤에는 클린턴 후보가 승자라는 평가가 우세했는데요. 이번 2차 토론회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미국의 정치전문가들과 언론은 대부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더 잘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클린턴 후보가 안정적이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승자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선방했다는 평가인데요. 1차 토론회 때보다는 주장이 확고하고, 활력도 있어 보였다는 겁니다.
진행자) 일반 유권자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CNN 방송과 여론조사기관인 ORC가 공동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클린턴 후보가 더 잘했다는 응답이 57%로 더 높았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더 잘했다는 답변은 34%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1차 토론회 때보다는 두 후보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었습니다. 그 때는 클린턴 후보가 더 잘했다는 응답이 62%에 달했죠. 참고로 이번 설문조사는 TV로 토론회를 시청한 사람들을 상대로 했는데요. 보통 토론회 시청자들 가운데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많다는 점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이나 민주당 내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트럼프 후보의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토론회 직후 트럼프 후보가 더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클린턴 후보를 비난했는데요. 줄리아니 전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녹취: 줄리아니 전 시장] "Hillary Clinton lied to the FBI…"
기자) 줄리아니 전 시장은 클린턴 후보가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는데요. 클린턴 후보가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로 FBI 조사를 받을 때 문서에 있던 알파벳 ‘C’가 기밀을 뜻하는지 몰랐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트럼프 후보 역시 토론회 중에 이 점을 지적했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후보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물론 클린턴 후보가 더 대통령 후보다운 모습을 보이며 토론회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인데요. 존 포데스타 클린턴 선거대책위원장의 말입니다.
[녹취: 포데스타 선거대책위원장] "She was able to about the positive things…"
기자) 클린턴 후보는 토론회 내내 공격을 받았지만, 본인이 하고자 했던 긍정적인 것들에 대해 말했다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말씀 드렸습니다만, 지난 주말 트럼프 후보의 음담패설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트럼프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공화당 내부에서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펜스 주지사의 반응도 전해주시죠.
기자) 네, 펜스 주지사가 토론회 직후에 인터넷 단문 사이트인 트위터에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이번 토론회는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도널드 트럼프의 큰 승리라고 주장하면서 함께 해서 자랑스럽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공화당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트럼프 후보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펜스 주지사는 또 월요일(10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런 입장을 확인했는데요. 자신이 부통령 후보를 사퇴할지 모른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란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펜스 주지사와 가까운 사이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라이언 하원의장이 지지 철회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월요일(10일) 공화당 의원들과 전화 회의에서 더는 트럼프 후보를 옹호하지 않고, 트럼프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지도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에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건데요.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의원 수가 30명 정도 더 많기 때문에 무난히 다수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상원은 공화당이 5개 의석만 뺏겨도 다수당의 위치를 잃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주요 쟁점 중의 하나가 이민자 문제인데요. 이민자들은 이번 토론회를 어떻게 봤을까요?
기자) 네, VOA가 이민자들로 구성된 패널을 꾸리고 이번 대선 후보 토론회에 대한 반응을 들어봤는데요. 대부분은 이번 토론회에서 클린턴 후보가 더 잘했다고 평가했지만, 일부는 트럼프 후보가 더 잘했다는 반응도 보였고 TV 토론회를 보고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 트럼프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과 관련해 이민자 출신 유권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VOA 이민자 패널] "It doesn’t matter what it is, it’s still disrespectful…. Many of us really think the country is at a crossroads…"
기자) 레바논 출신의 여성 이민자는 트럼프 후보의 여성에 대한 발언은 그 누가 해서도 안 될 말로 특히 대통령 후보로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라고 말했는데요. 중국에서 온 이민자는 트럼프 후보의 그런 발언이 문제이긴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좀 더 심각한 문제를 대표한다고 말했는데요. 현재 미국은 갈림길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네, 이렇게 2차 토론회에 대한 평가와 반응까지 들어봤습니다. 이번 토론회가 두 후보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대통령 TV 토론회, 한 차례 더 남아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3차 토론회는 다음 주 수요일(19일)에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데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단 20일 남겨놓고 열리는 토론회이다 보니 벌써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