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함경북도 지역에 지난 8월 말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쏟아진 폭우로 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수해가 해방 이후 최악이라고 밝혔는데요, 과거 홍수 피해 규모와 국제사회 지원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해마다 반복돼 온 수해 피해,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가뭄과 홍수로 몸살을 앓았던 함경북도 지역에 올해 또다시 큰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8월29일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이 지역에 이틀 동안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로 인해 두만강이 범람해 큰 홍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지난해 8월 22일부터 사흘 간 라선 시 일대 폭우로 60여 명이 사망한 지 1년 만에 또 다시 큰 피해가 발생한 겁니다.
올해 인명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138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실종됐습니다. 가옥 2만 채가 무너졌고, 학교와 보건소, 기반시설도 파괴됐습니다. 집을 잃은이들도 10만7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큰물 피해가 “해방 후 처음 겪는 대재앙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평양 소재 유엔 상주조정관실도 지난 9월 14일 성명을 내고 “북한이 과거에도 홍수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홍수는 근래 들어 가장 심각하며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곧바로 수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지원에 나섰습니다.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 CERF는 평양에 상주하는 5개 유엔기구에 긴급대응 지원금 485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도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인 365만 달러를 지원했고, 태국이 30만 달러, 덴마크가 1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수재민 60만여 명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입니다.
유엔은 함경북도 수재민 지원에 2천89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14일 현재 모금된 금액은 목표액의25%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수해로 인한 인명 피해는 1995년 이래 네 번째로 큰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5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는 지난 2007년 발생했습니다. 당시 8월5일부터 14일까지 열흘 간 북한에는 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졌다고 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북한은 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데 이어 9월에는 태풍 위파가 뿌린 폭우로 또다시 극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복구가 진행 중이던 교량 등 기반시설과건물 붕괴 등 2차 피해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당시 적어도 454명이 숨지고 156명이 실종됐습니다. 또 재산 손실과 농작물 피해, 농경지와 농업구조물 복구비는 북한 국내총생산 GDP의 1%에 달하는 2억7천500만 달러로 추정됐습니다.
북한은 수해 직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피해 상황을 알리고 신속하게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당시에는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이뤄지는 등 북 핵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지면서 국제사회의 지원도 활발했습니다.
유엔은 8월27일 북한에 대한 1천400만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 모금을 요청했고, 4개월 만에 1천269만 달러가 모금돼 목표액의 87.4%를 달성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민간단체를 통해 북한에 1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액수는 적었지만 끊겼던 미국의 대북 지원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10월 말에는 백악관과 국무부, 국제개발처 USAID, 고위 당국자들이 방북해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북한 수해에 미국 정부가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과 대조되는 겁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미국 정부가 현재 북한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킹 특사] "At this point North Korea has not requested for assistance…"
1995년 이래 두 번째로 큰 인명 피해를 낸 수해는 2012년 발생했습니다.
그 해 7월에 장마와 함께 제7호 태풍 카눈이 상륙하면서 월 강수량이 353mm에 육박했습니다. 7월 강수량으로는 1973년 이래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이어 한 달 뒤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황해도를 중심으로 폭우가 내렸고, 특히 8월 말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상륙하면서 서해안과 동해안을 중심으로강풍과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230여 명이 사망하고 450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또 2만3천여 채의 주택이 파괴되고, 23만 3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유엔은 수해 지원을 위해 중앙긴급구호기금 2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가장 많은 자금을 출연했고, 국제적십자사가 60만 달러로 뒤를 이었습니다. 스위스와 독일 정부, 독일의 일부 민간단체들도 대북 지원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유엔은 북한 수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470만 달러 중 80%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민간단체들의 수해 복구 지원도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한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의 연합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북민협은 의약품과 내복, 항생제와 영양제 등 29만 달러어치 구호품과 밀가루 5백t을 북한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한국 정부는 수해 지원을 위한 북민협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 조차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문제 삼은 겁니다.
한국 통일부 홍용표 장관이 최근 대북 수해 지원과 관련해 발표한 내용입니다.
[녹취: 홍용표 장관/ 한국 통일부] “수해 피해 지원은 지원의 실효성과 투명성,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현 시점에선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00년 태풍 프라피룬으로 226명, 1996년에는 116명, 1995년에는 68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등 수해 피해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