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ITF)이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에게 태권도 명예 9단증을 수여했습니다. 태권도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며 북한 고위 체육계 인사 명의의 단증을 교황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 주도 세계태권도연맹(ITF)으로부터 지난달 태권도 명예 9단증을 받았다고 조지 바이탈리 ITF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바이탈리 대변인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리용선 ITF 총재가 지난달 4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명예 단증을 수여했으며, 리 총재의 위임을 받은 아돌포 빌라누에바 ITF 부총재가 이를 교황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지 바이탈리 대변인] “This past September when the world championships were being held in Italy, representatives of ITF traveled to the Vatican and presented Pope Francis with an honorary 9th degree certificate.”
북한의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는 리용선 ITF 총재는 당시 이탈리아 남부 아풀리아 주 안드리아 시에서 청소년과 장년층 선수들을 대상으로진행된 ITF 세계대회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바이탈리 대변인은 마침 지난달 4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추대하는 의식이 거행돼 이날 시성식을 주례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명예 단증을 수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단증을 전달한 태권도 9단의 빌라누에바 ITF 부총재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ITF 집행부 최고위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바이탈리 대변인은 ITF 명예 단증은 태권도 발전에 크게 기여했거나 태권도 정신을 구현한 인물에게 주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태권도의기본정신인 예절과 성실, 인내, 자제력, 불굴의 정신을 세계인들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라는 이유에서 최고 등급인 명예 9단을 수여한 것이라고설명했습니다.
[녹취: 조지 바이탈리 대변인] “Because obviously the Pope is somebody who….”
1966년 9월 창립된 국제태권도연맹(ITF)은 최홍희 초대 회장이 캐나다로 망명한 뒤 1980년대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면서부터 북한 계열로 분류돼 왔습니다.
ITF가 본거지를 옮기자 한국에서는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 (WFT)이 창설돼 태권도 단체가 남북한으로 갈라졌지만, 초기에는 김종필 당시 한국 공화당 의장이 ITF 명예회장을 맡아 1966년 첫 명예 단증(6단) 수여자가 됐습니다.
외국인으로서는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키르 조하리 전 교육부 장관이 1966년 처음으로 ITF 명예 4단을 받았습니다.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로부터 명예 9단증을 받은 유명 인사로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이 있으며 반기문유엔 사무총장은 2013년 명예 10단을 받았습니다.
한편 바티칸 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ITF 명예 단증 수여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VOA’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