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자식을 두고 온 탈북 여성들이 미국 대학가를 돌며 아이를 찾기 위한 인권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 황현정] “세 번째 잡혔을 때는 개를 패듯 패더라고요. 3-4개월 동안 운신을 못하고 더 이상 여성으로서 사명을 다 끝냈고, 출혈로 인해 수술도 받게 되었고, 북한에 아빠도 없이 있는 딸 때문에 도주를 하게 되었고…”
[녹취:이영희] “엄마로서 당당히 자격을 갖추고 작년 11월에 아들을 만나러 갔지만 엄마에 대한 감정이나,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녹취: 김정아] “ 21살 어린 나이에 하반신을 못쓰고 기어 다녔습니다.그 때 제가 저주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를 낳아준 엄마입니다. 나아서 책임도 못 질 바엔 차라리 죽이지 왜 남 줬냐고..”
미국 워싱턴의 명문대학인 조지타운대 북한인권 모임인 THiNK와 북한인권 비영리단체 노체인이 공동으로 주관한 ‘통일맘 연합회 증언의 밤.’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 이 대학교 교실에는 한 서린 아픔을 토해내는 탈북 여성들과 이들의 사연을 듣는 20대 미국인 청년들의 한숨과 흐느낌 소리가 들립니다.
지난해 1월 설립된 한국 내 탈북자 인권단체인 통일맘 연합회 김정아 대표와 황현정 이영희 씨 등 3명의 탈북 여성이 각각 겪은 중국 내 인신매매와 북한 내 경험 등 피해 사례에 대해 증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들은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중국인에게 팔려가 자식을 낳고 살면서도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이 두려워 두 번째 탈출을 해야 하는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 그리고 중국에서 낳은 자식과 생이별하는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이날 모임에는 조지타운대 학생들과 직장인 등 북한인권에 관심이 많은 50여명이 참석했는데요, 이들에게 탈북 여성들이 증언하는 구체적인 중국 내 인권 피해 사례들은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한 시간 넘게 숨죽이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증언을 듣는 내내 눈물을 흘리던 20대 직장 여성 다이아나 신 씨입니다.
[녹취:다이에나 신] “It was really clear that there were only a few stories that were told here today, but it represents so many lives, and to think..”
신 씨는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수많은 탈북 여성들이 끔찍한 일들을 겪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제씨라는 이름의 미국인 대학생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 상황이 이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며,자신의 어머니가 한국 여성인데 만약 어머니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자신에게도 정말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수 있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제씨 스카보드] “because my mom’s Korean so I was thinking what if she had been..”
이날 참석한 미국인 청년들은 탈북 여성들의 증언에 대해 두 가지 고통이 크게 다가왔다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우선 북에 두고 온 자식 걱정에 중국인 남편에게서 도망치다 잡혀 폭행 당한 황현정 씨의 이야기와,북한 내 군대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김정아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여성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북한과 중국에 두고 온 자식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엄마들의 아픔이었습니다.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중국인 남편 호적에 올라간 8살 딸과 소식이 끊긴 상태입니다.
줄리 허타도 씨는 김 대표의 사연을 들으며 딸로서 느꼈던 고통을 듣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줄리 허타도] “Especially the one where she said that she cursed her mother at one..”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 대신 엄마에 대한 저주와 자신 역시 딸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듣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탈북 여성들의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아 대표는 이날 북한 군복을 입고 나와 북한에서 10년의 군 생활 중 열병식 훈련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북한에서 두 번의 입양을 거치는 등 힘든 성장 과정, 군 입대 후 혹독한 훈련 과정에서 두 번의 하반신 마비를 겪으며 친어머니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인 보헤사 원 씨는 중국에서 체류하다 온 탈북 여성의 현실이 매우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원 씨는 북한 정부와 중국 정부, 그들의 중국인 남편과 싸워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을 외면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아픔과 싸워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그들을 미국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모임을 주관한 조지타운대 북한인권동아리 THiNK의 회장인 린 리 씨 역시,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 탈북 여성들의 용기감사함을 느낀다며, 이날 시간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린 리] “It’s such a difficult issue, like we don’t get to hear about them, they’re..”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인권 상황과, 자녀들을 찾기 위한 통일맘연합회의 증언의 밤 행사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끝났는데요, 학생들은 밤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대표단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황현정 씨는 이런 학생들의 모습이 고맙게 느껴졌고 자신 뿐아니라 같은 아픔에 처한 북한 여성들이 자식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대표는 중국 내 딸을 찾기 위해 미국까지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심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저는 사실 어디가 명문인지 몰라요, 산 밑에서 혼자 아프다고 아프다고 소리쳤는데 아무리 소리치고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더라고요. 산 정상에서 소리치는 그 울림은 다르겠죠. 전 그걸 바라는 것뿐입니다. 산 아래에서 내 딸 보고 싶어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도 돌아 안보던 그걸.. 바닥 바닥 정상에 올라와서 소리치는 그 차이밖에 없어요. 다만 명문이면 명문답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방법을 찾아주길 바라고요…”
김정아 대표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탈북 여성들이 겪고 있는 모든 비극은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이라는 정치 상황과 북한 정권의 국민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깊은 뿌리에서 비롯된다”며 자신들과 같은 탈북자들의 행보가 북한 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맘연합회’ 대표단은 이날 학생들에게 영문으로 된 호소문을 전달했습니다.
호소문은 중국인과 결혼해 자식을 낳고 사는 탈북 여성들의 법적인 신분 보장, 한국 국적 탈북 여성들의 중국 내 자녀들에 대한 권리 보장, 그리고 중국 내 탈북 여성 자녀들의 선택권 보장 장치 등을 촉구했습니다.
통일맘연합회는 다음달 4일까지 미 국무부, 상.하원 외교위원회,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중국위원회CECC에서 증언하고, 사만다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만나며, 하버드와 예일 등 미국의 유명 대학5곳에서 강연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