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을 강조한 북한인권 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합의 처리됐습니다. 북한인권 결의안이 제3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통과된 것은 2013년 이후 3년 만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총회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가 15일 전체회의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마리아 엠마 메히아 벨레스 콜롬비아 대사는 결의안 처리에 대해 아무런 반대가 없어 표결 없이 채택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인권 결의안이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12년 연속입니다.
또 표결 없이 합의 처리된 것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합의는 투표를 거치지 않는 의사결정 방식으로, 개별 국가가 합의에 불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장일치와는 다른 형식입니다.
올해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방안 등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묻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안보리가 북한 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결의안에 포함된 것은 2014년 이후 3년 연속입니다.
올해 결의안은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자원을 전용하는 것이 주민들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중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아울러,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여건 아래서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새라 맨델슨 경제사회 문제담당 대사는 결의안이 합의 처리되기 전 발언에서, 이번 결의안이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멘델슨 대사] "With this resolution, international community will again send clear message to the DPRK regime...."
국제사회는 이 결의안을 통해 북한 정권에 인권 유린이 반드시 중단돼야 하고, 인권 유린에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명한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겁니다.
일본 대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제한된 자원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호주 대표는 북한 당국이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여건 아래서 착취 당하고 있다며, 모든 나라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이 인권법과 노동기준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The draft resolution represents extreme manifestation of politicization, selectivity and double standard of human rights...."
결의안은 인권의 정치화, 선별성, 이중기준의 극단적인 사례라는 주장입니다.
북한은 회의 도중 회의장 밖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김인룡 유엔주재 차석대사와 김영호 외무성 인권과장, 리성철 유엔주재 참사관 등은 이 기자회견에서 유엔총회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 보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미국 등 적대국이 정치적으로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는 결의안이 채택된 뒤 발언을 통해, 지난 10년 간 유엔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인권 개선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오 대사는 또 북한이 계속해서 유엔의 권고와 결의안들을 외면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오준 대사] "It is also regrettable that DPRK authorities continue to ignore……"
오 대사는 북한이 부족한 자원을 대량살상무기에 전용하는 대신 주민들의 생계와 인권 상황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이란, 쿠바 등 10개 나라는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합의’에 동참하지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에 제3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한편 북한인권 결의안 심의에 앞서 벨라루스가 제3위원회가 북한과 시리아, 이란, 크림공화국 등 4개국의 인권 결의안을 처리하지 말자는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찬성 32표, 반대 101표, 기권 37표로 부결됐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