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얼마나 부담하고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후보간 마지막 TV 토론회가 열린 지난 10월.
당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다시 꺼냈습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When I said Japan and Germany, and I’m, not to single them out, but South Korea, these are very rich, powerful countries..."
미국이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잘 사는 동맹국을 지켜줄 필요가 없다며 일본, 독일과 함께 한국을 거론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의 50%를 부담한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트럼프 후보는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CNN INTERVIEW] "How much percent?” (50%) “50%? Why not 100%?”
또 그렇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까지 했습니다.
차기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 주한미군을 포함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주한미군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미국과 한국이 각각 나눠 분담하고 있습니다.
1967년 발효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겁니다.
이 협정의 5조에는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1990년까지 주둔 비용을 사실상 전액 부담했습니다.
하지만 무역 적자 등으로 미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한국의 경제력은 커지면서, 워싱턴은 한국에 비용 부담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1년 양측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 비용도 분담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1만명 가량 감축됐던 2005년을 제외하고 한국측의 분담금은 전년 대비 2 - 6% 가량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분담금은 주한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군무원 등의 인건비, 막사와 환경 시설 등 군사건설비, 그리고 탄약 저장과 항공기 정비, 수송과 물자 등 군수지원비 등 3가지 항목에 쓰입니다.
가장 최근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지난 2014년 타결된 9차 협정입니다. 당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입니다.
[2014년 1월 / 외교부 대변인] “한미 양국은 제 9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을 타결했습니다. 금번 협상에서 정부는 방위비 분담 제도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괄적 제도 개선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오랫동안 누적돼온 관행과 미진한 부분을..”
9차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2018년 까지 입니다. 해마다 4% 를 넘지 않는 선에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도록 했습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분담금은 9천 441억 원, 미화로 8억 1천 700달러로 정도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금 이외에 토지와 인력 제공, 각종 수수료 감면 등 직,간접 지원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훨씬 크다는 입장입니다.
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 독일 보다 더 분담금 비중이 높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한국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3년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은 0.068%입니다.
일본은 GDP 대비 0.064%, 독일은 0.016% 수준입니다.
한국정부는 이렇게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돈이 들더라도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것이 대북 억지에 더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조태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입니다.
[녹취: 조태용 국가안보실 제1차장] “동맹관계나 통상관계 모두 어느 한 나라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한미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라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 군 당국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본토로 재배치 할 경우 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바 있습니다.
[녹취: 매캐인 위원장] “So it would cost more to keep those troops stationed in the United States than it would be in Korea. Is that correct? [브룩스 사령관] “Absolutely, Senator”
미군을 미 본토로 재배치하려면 장소 물색에서부터 부대 건설과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때문에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했던 트럼프 당선인도 이 같은 상세한 내용을 보고 받으면 입장을 재고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케이토 연구소의 덕 밴도우 연구원은 지난해 미 경제지 ‘포브스’ 기고문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은 자동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며, 이럴 경우 훨씬 더 많은 병력과 무기 등 군사비를 투입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대선 다음 날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했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녹취: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은 한국과 100% 함께 할 것이며 북한의 불안정성으로부터 방어를 위해 한국과 굳건하고 강력하게 협력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국방부가 ‘미국 차기 행정부는 대한반도 정책을 펼쳐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 및 능력의 확충을 요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자료를 내 놓은 데서 그런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조정이 현실화 될지, 또 이 문제가 ‘미-한 동맹’의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