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북한에서의 경험과 탈북 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런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 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입니다.
탈북민들은 북한체제에서, 또는 탈북 과정에서 겪은 경험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있게 마련인데요, 특히 북한에 가족이 있는 경우 심한 자책감과 우울증에 빠지게 쉽습니다. 이런 상처들이 결국은 한국사회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에 지장을 줄 수 있는데요, 이런 상처들을 치유하고, 인성교육 등 다양한 상담 활동을 통해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기관들이 있습니다.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사단법인 새조위에는 북한이탈주민 코칭센터가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코칭센터는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적응하면서 겪는 여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1년에 설립됐고요, 매주 탈북민들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조위 북한이탈주민코칭센터의 김광호 소장입니다.
[녹취: 김광호, 새조위 북한이탈주민 코칭센터 소장]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코칭 교육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인데요, 코칭이라 하면, 서로 간의 대화를 잘 할 수 있도록 경청하고, 질문하고, 인정과 칭찬을 하고, 이런 기본적인 대화기술, 인간관계의 소통기술들을 같이 공부하면서, 더 좋은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코칭 자체가 심리치료가 목적은 아니지만, 잘 아시다시피 북한이탈주민들은 트라우마가 많이 있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명상이라든지, 상담이라든지, 이런 요소들까지 가미해서 심리치유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김광호 소장은 매주 탈북민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내담자가 있습니다.
[녹취: 김광호, 새조위 북한이탈주민 코칭센터 소장] “저는 2012년부터 북한이탈주민 코칭센터 소장직을 맡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딸들과 같이 자원봉사 하다가 지금은 제가 소장직까지 맡게 됐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은 분이, 제가 <난 행복하면 안돼요.>라는 책에 소개한 분인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남한에서 내가 행복하면 안 된다고 자책을 심하게 했던 사람입니다. 코칭을 통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김광호 소장은 통일 준비를 위해서 무엇보다 탈북민들을 위한 기반 마련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한국에 잘 정착한 탈북민들이 결국에는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김광호, 새조위 북한이탈주민 코칭센터 소장] “이 분들이 사실은 남과 북을, 통일이 되면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분들이기 때문에, 이 분들이 남한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의료지원, 코칭이나 상담 같은 정서지원 활동들을 많이 해줘서, 이 분들이 잘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실질적인 통일 준비, 연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마 이 분들이 그런 역할들을 굉장히 많이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되면, 사실은 남과 북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 분들이 실질적으로 북한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굉장한 롤모델이 될 거고,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조위에서 교육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을 코칭해줄 수 있도록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마침 많은 기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활동들이 점차 더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 민족이고, 우리 이웃이니까, 이 분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 분들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NGO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고맙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사단법인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 역시 탈북민들의 상처치유를 돕는 기관인데요, 특히 탈북 과정이나 한국정착 과정의 상처보다, 북한체제 내에서 생긴 상처 극복이 시급하다는 생각으로 북한 의사출신인 유혜란 센터장이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녹취: 유혜란,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장]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고요, ‘준비된 통일은 아름답다.’라는 표어 아래, 2013년도 통일부 사단법인을 받았어요. 사실 저희가 탈북 과정, 그리고 한국 정착에서 트라우마가 있지만, 실제적으로 북한 탈북민들에게 있는 가장 큰 트라우마는, 그래서 체제 상처라고 했거든요, 체제 트라우마. 그러니까 우리가 한국에 와서 겪는, 그리고 중국에서 겪는, 그런 것은 일반 주민들도 겪죠. 그러나 그런 트라우마들은 일시적이거나 간헐적이거나 하지만, 체제 트라우마는 항시적인, 그런 것으로부터 한국사회 정착에서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대인관계예요. 그래서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체제 트라우마로 야기된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유혜란 센터장은 평양에서 태어나 경성의대를 졸업한 뒤 6년 간 의사로 일하다가 친척 중 한 명이 정치범으로 체포되면서 부모님과 함께 한국 행을 결심했는데요, 한국에 와 신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바로 보게 됐고, 북한체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한국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상담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설립했습니다.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센터는 탈북민들의 상담과 동시에 전문상담사 양성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유혜란,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장] “저희 센터에서는 22주 치유교육을 하고 있어요. 체제상처 치유교육을 하고 있는데, 통일을 위해서. 그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게 뭐냐 하면, 지금은 우리가 작은 통일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게 되면, 현장에서 보게 되면, 탈북민들이 그렇게 제대로 잘 정착하고 있지는 않죠. 굉장히 자살률도 높고. 한국인들에 비해서 탈북민의 자살률이 3배나 높죠. 그래서 실제적으로 우리가 통일을 준비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지 않으면, 정말 건강한 통일이 될까, 아름다운 통일이 될까, 그래서 우리가 통일이라고 볼 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온, 그래서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예정된, 허락된, 그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초점을 두고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