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뇌부는 캄보디아 양민 대학살 주범 2 명에게 내린 종신형 재판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유엔 사무총장 특사가 말했습니다. 이런 언급은 김정은 위원장을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에 파견된 데이비드 셰퍼 유엔 사무총장 특사는 23일 재판소가 1970년대 양민 대학살 ‘킬링 필드’의 핵심 전범 2명에게 종신형을 선고하자 북한을 언급했습니다.
셰퍼 특사는 이번 재판 결과는 인권을 유린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특히“북한 수뇌부는 오늘 이 곳 재판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 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북한 외에도 시리아와 수단, 과격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IL 등을 지적했습니다.
캄보디아 전범재판소는 이날 1970년대 양민 대학살 ‘킬링 필드’의 핵심 주범인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에 반인도적 범죄 혐의 등으로 종신형 확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크메르루주 정권이 1975년에서 1979년 사이 전 국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70만 명 이상의 양민 학살을 주도했었습니다.
셰퍼 유엔 사무총장 특사가 이번 판결을 북한과 연관 지은 것은 북한 수뇌부에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인권 침해를 멈추라는 공개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앞서 지난 15일 인권 유린을 주도하는 북한 수뇌부를 국제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12년 연속 채택했습니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에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며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거나 독립 재판소를 세워야 한다고 유엔안보리에 권고했었습니다.
당시 한국인으로서 캄보디아 전범재판소 재판관이었던 정창호 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은’VOA’에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권고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 재판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했었습니다.
[녹취: 정창호 재판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개별 국가 차원에서 다룰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에 입각한 국제 재판 절차를 통해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런 중요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하려는 의도로 이런 제안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재판관의 후임인 백강진 현 캄보디아 전범재판소 재판관은 지난달 한국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통일 후 (북한)전범재판소가 세워진다면 캄보디아 재판소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백 재판관은 북한이 국제형사재판소 비가입국이기 때문에 유엔안보리가 회부를 하기 힘들다며 캄보디아와 같은 독립재판소 설립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셰퍼 유엔 사무총장 특사는 이날 “국제 재판은 뒤로 후퇴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진전 중에 있다”며 북한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들을 압박했습니다.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전범재판소는 지난 2006년 세워졌으며,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즈 정권은 1975년에 정권을 잡은 뒤 공산주의 유토피아 사회를 만들겠다며 반대파들을 무차별 숙청하고 학살했습니다.
당시 희생자들은 대부분 굶주림과 고문, 200곳에 달하는 강제수용소에서 질병 등으로 숨졌습니다.
하지만 전범재판소가 내전 등으로 늦게 설립돼 폴 포트 등 많은 핵심 관련자들이 이미 사망하거나 건강 악화로 기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