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도성민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요청이 무산된 분위기라는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검찰의 요청을 거부한 것인가요?
기자)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검찰의 요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조사를 요청한 것이 29일까지였고, 청와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 전인 오늘 오후 급박한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 마련과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특별검사 임명 등의 일정으로 검찰의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거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찰이 박대통령에게 대면조사를 요청한 것은 세 번째였는데, 사실상 무산된 것입니다.
진행자)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새누리당이 ‘명예퇴진’을 건의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어제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등 정계 원로들이 박대통령에 대한 하야를 요구 한데 이어 오늘은 마지막 지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의 친박계 핵심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청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퇴진을 요구하면서 탄핵 정국으로 이끌고 있는 야당 중심에서 여당도 가세하는 분위기인데요. 임기를 채우는 것을 고집하기 보다는 국가와 본인을 위해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의를 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직접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어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박대통령의 거취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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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주말 촛불집회 상황도 정리해보겠습니다. 주최측 추산으로 190만명, 역시 기록적인 규모군요.
기자) 서울광화문일대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지난 26일의 촛불집회는 역대 최대규모로 기록했습니다. 경찰은 33만여명이 모였다고 집계했지만 주최측에서는 서울 150만, 지역 40만으로 총 190만명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고 추산했습니다.
진행자) 촛불집회 현장에 있었다구요?
기자) 지난 토요일 (26일)은 서울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눈비가 내리고 날도 쌀쌀해서 집회의 규모가 예상과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후 4시쯤 눈비가 그치자 광화문 시청일대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로에 자동차 통행이 금지되고 광화문 쪽을 향해 약속을 한 듯 걸어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는데요. 모임과 단체별로 모여 개별 집회에 참여하던 사람들이 어둠이 내리자 준비한 촛불을 밝히고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연사들의 말과 공연단의 노래 등에 반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집회 대열을 만들어가는 모습이었구요. 아버지의 목마를 탄 3~4살 된 아이 엄마 품에 안긴 갓난아이 뿐 아니라 70대 남녀와 가족단위 참가자들과 친구와 직장동료 사이라고 밝히는 참가자들이 상당수였습니다. 시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촛불집회 참가 시민] “ 계속해서 이런 상황들을 집에서 지켜보고 인터넷으로 보고 알고는 있었는데 이제는 저도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어요. “
“나라가 너무 암담해서 그냥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 먹는 것도 재미있는데 미래에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한번쯤 나와야겠다 해서 나왔어요.”
“바른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요. 바른 나라를. 가진 자들의 세상이거든요. 가진 자들의 세상이라고. 자기들끼리 주고 자기들끼리 가지고 해서 그래서 서민들의 삶이 아주 어렵습니다.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 왔어요. “
진행자) 시민들 목소리 뒤로 느끼지는 현장 분위기가 분주해 보이는군요?
기자) 집회의 중심 무대는 광화문 앞 광장 북쪽에 차려졌지만 수많은 인파가 함께 할 수 있도록 15대의 대형 화면과 스피커가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중심 대열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스피커와 인근 화면을 통해 현장 상황을 전달하고 있었는데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장 광장을 지나 숭례문방향으로 광화문광장 사거리에서 동서 쪽으로 서대문과 종로 지역까지, 광화문 앞 율곡로에서 청와대가 연결되는 도로 까지 촛불인파로 가득찬 모습이 앞선 몇차례의 집회 규모보다 더 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촛불집회 현장은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대중문화 공연이 이어지는 축제 현장 같았습니다.
진행자) 촛불집회가 거듭될 수록, 청와대로 가까이 가려는 집회자들의 행진도 주목을 받았는데, 청와대를 에워싸는 모습이 만들어졌더군요.
기자) 청와대에 가장 가까운 곳 까지 촛불을 들고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의 행사였습니다. 광화문을 지나 동서쪽으로 다시 북쪽길로 행진해 청와대를 에워싸는 시민들의 대형 ‘인간띠 잇기’가 연출됐는데요. 광화문 일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경찰들이 지하철 경복궁역 부터는 집중 배치됐고, 이중 삼중의 차벽을 만들고 경찰을 배치해 집회자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었습니다.
진행자) 과거의 대규모 집회를 보면 물대포라든지 최루액가스 살포 소식도 들릴만한데, 이번 촛불집회는 외신들도 주목할 만큼 새로운 집회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한 것 같습니다.
기자) 자발적으로 참여한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집회의 중심이 됐고, 또 경찰측에서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 질서있는 집회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부 시민들이 경찰차벽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민들이 나서 끌어내리기도 하는 경찰과의 충돌을 자제 했고, 또 경찰들이 무슨 죄가 있냐며 차에 꽃 스티커를 붙이거나 의무경찰들을 안아주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이날 집회에서는 저녁 8시 정각에는 집회현장에 촛불이 일시에 꺼지는 순간이 있었는데요. 꺼졌던 불빛이 옆 사람의 불을 이어받아 다시 환해지는 장면을 연출해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촛불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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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역사교과서 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될 역사교과서가 공개됐군요?
기자)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공개됐습니다. 지금까지의 집필된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 받기 위한 ‘현장검토본’입니다. 한국 정부는 새 역사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문제부터 공개하지 않았던 집필진 문제 등까지 그 동안 역사교과서 문제는 한국사회의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먼저 교육부 담화부터 들어보시죠. 이준식 교육부장관입니다.
[녹취:이준식 교육부장관] “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개발했다”
진행자)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이상적인 기준으로 들리는데,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볼까요?
기자) 논란의 중심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입니다. 기존의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뀐 것인데요.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진영에서는 늦게나마 ‘건국’ 사실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환영했고, 반대진영에서는 ‘건국’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쓸 수 없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동안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국민주권 원리를 내세운 것을 대한민국 성립의 정설로 보는 입장도 있었는데요. 새 역사 교과서에서의 1948년 대한민국 수립표현은 보수진영의 ‘1948년 건국설’과 맞닿아 있는 기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공개된 31명의 집필진이 보수성향에 치우쳐 있고, 현대사 부분에는 전통역사학자가 아닌 경제학자, 북한학자, 군사전문학자, 정치학자로 구성돼 있다는 부분과 함께 논란의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진행자) 새 역사교과서에 북한 관련, 달라진 부분도 보이는 군요?
기자) 대한민국 건국시기와 관련해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는 기존의 표현이 ‘북한 정권 수립’으로 바뀌었습니다. 국가 정통성 부분에서는 한국을 선거가 가능한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표현했던 부분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1~4줄로 축소해 서술했던 부분은 북한의 군사도발을 소주제로 구성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 천안함 침몰과 관련 된 사항은 도발 주체가 ‘불분명한’에서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으로 서술됐고요. 6.25 전쟁의 책임 부분은 남ㆍ북한 공동책임으로 오해할 수 있는 자료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새 교과서에는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 치밀하게 준비한 북한의 불법 남침임을 분명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장검토본’이라고 하니까 앞으로 내용이 수정될 부분도 있겠군요?
기자) 앞으로 한달 동안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역사교과서 내용을 확정한다는 계획인데, 역사교과서 문제도 박 대통령의 퇴진 목소리와 무관치 않습니다. 당초 새 역사교과서는 내년 3월 중고등학교 교육에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오늘 교육부 담화에서는 이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