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 산림 복구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지난 10월 북한에서 조림과 식량난 해소를 위한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산림 복원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식량농업기구 FAO가 북한에서 ‘식량난 해소를 위한 림농복합경영 개발 사업 (Technical support for agroforestry development in lowland landscapes for improved food security)’을 시작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의 더글라스 맥과이어 정책조정관은 지난 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FAO가 북한의 황폐한 산림 복원 사업의 하나로 지난 8월 이 사업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임농복합경영은 북한이 농경지 부족과 산림 황폐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경사지에서 농업, 임업, 목축업을 함께 하도록 하는 토지관리체계입니다.
지난 2004년 스위스 개발협력처 SDC에 의해 북한에 처음 도입된 이 사업은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재해의 위험도 줄이면서 식량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미화 40만 달러 예산으로 앞으로 2년 간 북한 농업성, 국토환경보호성과 함께 임농복합경영 기술이 도입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식량농업기구 방콕사무소의 패트릭 덜스트 산림정책관은 19일 ‘VOA’에, 지난 10월 말 북한을 방문해 이 사업의 시범장소로 평안북도 운전군 포속리와 평안남도 순천시 원상리, 황해북도 린산군 봉화리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덜스트 정책관은 이 지역이 경사가 가파르고 산림이 황폐한데다 토양 침식에 취약하다며, 현지 농민들에게 토양 보전과 관리, 임농복합경영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사업의 주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씨앗과 묘목 생산을 지원하고, 산림과 토지 관리 분야 관계자들에 기술을 전수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주요 산림 관계자들의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산림 전문가들을 북한에 초청해 현지 관계자들에게 교육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또 산림 복구 현장에서 농업 종사자들에게 기술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기술지침서 (technical manuals)도 제작합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이 사업과는 별개로 올 한 해 북한 내 산림 복구를 위한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의 ‘산림경관 복원 메커니즘’ 운영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7월 산림 복구를 위한 계획 수립에 미화 15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었습니다.
맥과이어 조정관은 국제 산림 전문가가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해 산림 복구 사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지 당국자들과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과이어 FAO 산림위원회 정책조정관] “We had a senior consultant who went out to DPRK to begin process of trying to help put together a national plan, a readiness phase for national plan in North Korea. So we now have a kind of foundation elements of what would be required to develop a full project….. ”
산림 복구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 지원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를 통해 본격적인 산림 복구 사업에 앞서 큰 그림을 그렸다는 설명입니다.
스위스 정부와 유럽 비정부기구들도 올 한 해 북한 산림 복구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스위스 개발협력처의 경우 미화 60만 달러를 지원해, 북한 9개 군, 2천여 가구 주민들이 임농복합경영 방식을 이용해 직접 경사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도 자연재해에 대비한 식수 사업을 벌였고, 독일의 구호단체 ‘세계기아원조’는 63만 달러 예산으로 재난 대비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맥과이어 조정관은 국제사회의 이 같은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산림 조성 10년 계획 (10-year reforestation plan)’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림농복합경영 민족전략. 행동계획 (2015-2024)’과 ‘산림조성 10년 계획’을 세우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산림 복구를 강조하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산림조성 10년 계획’은 오는 2022년까지 나무 심기 작업을 진행하고, 2024년까지 상대적으로 산림 조성이 부족한 곳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산림 복구를 강조하는 등 산림 녹화 사업을 직접 지시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산을 보물산 황금산으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하시면서. 우리 당은 산림 복구도 총 포성 없는 전투로 간주하고 자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문가들은 황폐해진 북한의 산림을 10년 안에 복구하기 위해서는 유엔과 한국 정부 등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임농복합 경영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쑤잔추 중국과학원 산하 쿤밍식물연구소 교수 겸 국제임농복합경영센터 (World Agroforestry Centre) 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산림 복구 계획을 달성하려면 국제사회로부터 종자와 묘목, 비료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쑤잔추 쿤밍 식물연구소 교수] “They first are lack of material, and second also technique to get the high quality seedling are very difficult. You need greenhouse, you need material import from outside, sometimes they don’t have enough money….”
북한은 산림 조성에 필요한 묘목이나 씨앗, 온실 등 자재와 기술이 크게 부족하다는 설명입니다.
쑤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현재 약 6만 가정이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임농복합경영 방식을 이용해 경사지 농법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10개 가정이 한 조가 돼 10헥타르 면적의 경사지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여기에서 생산된 농작물 등 식량의 일부는 공식적으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고 쑤 교수는 말했습니다.
쑤 교수는 아직 일부 지역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임농복합경영 방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산림 녹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나무 65억 그루를 심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원 그린 코리아 무브먼트’의 이춘호 사무총장도 ‘VOA’에, 남북 간 긴장 고조와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북한의 산림 녹화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호 원 그린 코리아 무브먼트 사무총장] “지금 국제정세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봐서 구체적인 일들이 이뤄지기 굉장히 힘든 상황에 있습니다. 실제로 나무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부터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서 나무를 구체적으로 심는 일들이 못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13년 12월 이 단체에 수림화와 원림화를 위한 65억 그루의 나무 생산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 지원에 관한 위임장을 전달했었습니다.
이춘호 사무총장은 북한의 산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특히 한국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북한의 산림은 총 503만1천 헥타르로, 지난 1990년 820만 1천 헥타르보다 40%가 줄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