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연방 법원에 공석이 많아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사법부 성향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그동안 논란이 돼온 자선단체 트럼프 재단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관련 소식 먼저 알아봅니다. 이어서 하와이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현지 미군 장병들을 위문한 소식 전해 드리고, 미국에서 결혼을 하고도 남편 성으로 바꾸지 않고 본래 성을 유지하려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살펴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연방 법원에 공석이 많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지난 2월에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공석이 된 대법관 한 자리를 포함해서 연방 법원 공석이 100석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8년 전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에는 연방 법원 공석이 54석이었는데요. 이번에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겁니다. 연방 사법부에 따르면, 항소법원에 13석, 지방법원에 82석이 현재 비어있고요. 연방 국제무역법원 등 특별 법원에도 8석이 공석인 상태입니다.
진행자) 연방 법원에 공석이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기자)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이 다수당인 연방 의회가 분열 양상을 보여와서 그렇습니다. 연방 판사는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런 인준 절차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거죠. 2년 전에 공화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한 뒤, 판사 인준 과정이 크게 지연됐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통계를 보면, 공화당이 다수당인 현 상원은 지난 2년 동안 20명의 종신직 판사를 인준했는데요. 이는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 메릭 갈랜드 워싱턴 DC 항소법원장을 지명했지만, 이에 대한 상원 인준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죠?
기자) 맞습니다. 공화당은 새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면서, 갈랜드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이제 비어있는 대법관 자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하게 됐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사망한 스캘리아 대법관과 성향이 비슷한 보수적인 판사를 새 대법관으로 지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원칙이나 견해, 사법적인 철학이 스캘리아 대법관과 비슷한 인물을 후임자로 뽑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연방 판사는 종신직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헌법에 따라서 종신직이 보장되는데요. 큰 문제가 없는 한, 사망하거나 사임할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판사를 지명하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연방 판사는 미국 정치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인 낙태와 이민,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 판결을 내리게 되는데요. 어떤 판결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미국 사회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 법원의 공석을 모두 보수적인 판사로 채운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판결이 나올 수 있겠죠.
진행자) 당장 트럼프 당선인이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하게 될 텐데요. 하지만 대법관을 여러 명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법관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기 때문인데요.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78살,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80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83살입니다. 소속 정당이나 성향이 대통령과 다르면, 대법관들이 은퇴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브라이어 대법관과 긴즈버그 대법관은 민주당 대통령이 지명한 진보 성향의 판사이고요. 케네디 대법관은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적인 판사이지만, 때때로 진보 판사들 편에 서기도 합니다.
진행자) 실제로 케네디 대법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진 경우가 많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동성혼 합헌 판결의 경우가 그랬는데요. 진보 대 보수, 대법관들 성향에 따라서, 4대4로 갈렸는데, 케네디 대법관이 진보 편에 서면서, 5대4로 동성혼 합헌 판결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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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트럼프 재단과 관련한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재단을 해체하겠다고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토요일(24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 트럼프 재단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재단은 트럼프 당선인이 세운 자선단체인데요. 재단 운영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모른다는 의혹으로 현재 뉴욕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구체적으로 언제 재단 문을 닫을지 밝히지 않았는데요. 앞으로 법무팀이 재단 해체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트럼프 재단이 자선 단체라고 했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나요?
기자) 네, 트럼프 당선인은 재향군인 지원과 경찰,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많은 좋은 일을 해왔다고 밝혔는데요. 미 연방국세청(IRS) 보고 내용을 보면, 지난 2014년의 경우, 면역체계 이상 질병이죠? 루푸스를 연구하는 루푸스연구재단과 미국피부협회, 여러 재향군인 단체들이 트럼프 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987년에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판매로 얻은 수익금을 바탕으로 트럼프 재단을 세웠습니다. 2005년까지는 트럼프 당선인이 개인적으로 지원하는 돈으로 운영됐지만, 그 뒤에는 전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친지 등 후원자들의 기부금에 의존해왔죠.
진행자) 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재단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나왔죠?
기자) 네, 먼저 재단 등록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기부금을 받아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10월에 에릭 슈나이더맨 뉴욕 주 법무장관이 이 점을 지적하면서, 기금 모금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는데요. 당시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도우려는 술책이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재단 자금으로 자신의 초상화를 구입했다는 문제도 제기됐고요. 또 지난 2013년에 트럼프 당선인이 팸 본디 플로리다 주 법무장관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재단 자금으로 2만5천 달러의 후원금을 냈다는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진행자) 당시 본디 장관이 트럼프대학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결정을 앞둔 상황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대학교는 트럼프 당선인이 세운 부동산 전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강의 내용 등이 선전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수강생들 사이에서 사기 혐의가 제기됐습니다. 본디 장관이 결국, 수사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본디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후원금과는 상관없이 나온 결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본디 장관 후원금이 트럼프 재단 돈에서 나온 건 실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뉴욕 검찰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단 해체 결정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트럼프 재단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지적하면서,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법적으로 해산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언제 수사가 끝날지 시기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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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25일)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원래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독교 축일이지만, 미국에서는 한 해 가장 중요한 명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미군 장병을 위문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태평양의 섬 하와이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요. 어제(25일)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하와이 카네오헤 만에 있는 해병대 기지를 찾아 연설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에 퇴임하지 않습니까? 이번 연설은 재임 중 미군 장병에 대한 마지막 연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최고 사령관으로 지낸 것은 인생의 큰 특권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더라도 미군 장병들에게 감사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에는 해외 주둔 미군들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더라도 카네오헤 해병대 기지를 계속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특권이 있으니, 기지 내 체육관과 골프코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며 농담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출신인데요.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매년 연말이면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겼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미셸 오바마 여사는 휴가 중에도 미국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추적해주는 서비스를 하는데요. 어린이들이 전화를 걸면, 자원봉사자들이 대답해주는 서비스를 하는데, 오바마 여사도 여기에 동참한 겁니다. 산타는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절 전날 밤에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지구를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해준다는 상상 속의 인물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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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연말이 되면 미국인들이 여행을 많이 하고 쇼핑도 많이 한다는 소식 전해드렸었죠. 그런데 연말에 또 한가지 많이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프러포즈, 즉 청혼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말이 되면 미국은 도시든, 시골이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아름답게 물듭니다. 또 연말 연휴를 맞아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등 1년 중 가장 낭만적이고 또 마음이 포근해지는 때가 연말이죠. 그리고 이때 사랑하는 연인을 마음에 품고 있던 젊은 남녀들 역시 용기를 내어 청혼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까 부부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는 거죠. 자, 그런데 미국에서 부부가 되려면 청혼 후 결혼식만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결혼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요. 이때 여성들의 경우, 독신일 때 이름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이름을 바꿀지 결정하게 됩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여성들이 결혼하게 되면 남성의 성을 따르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북한의 청취자분들께는 좀 낯선 문화일 텐데요. 미국에선 보통 결혼을 하게 되면 부인이 패밀리네임(family name)이라고 하는 성을 남편의 성으로 바꾸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신의 본래 성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여성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결혼정보사이트인 나트(The Knot)가 지난해 결혼한 1만8천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를 보면, 10명 중 9명이 결혼하면서 이름을 바꿨는데요. 이 비율은 지난 3년간 90%로 거의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더라도 미들네임(middle name)이라고 하는 중간 이름이나 아니면 남편 성에 붙여서라도 자신의 처녀 때 성을 유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의 오랜 전통이 좀 변화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30년간 결혼과 성명 변화를 연구해온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로리 슈블 교수는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건 미국에서 일종의 규범이 돼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건데요. 설문조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전해 드리면, 응답자들 가운데 80%는 남편 성을 따라 이름을 바꿨다고 답했고요. 10%는 본래 성을 중간에 넣는 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이름을 바꾸지않고 원래 성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혹시 원래 성을 유지하려는 여성들 가운데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특히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들, 직업이 있고, 독실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고, 전통적인 여성상과 좀 다른 여성들에게서 처녀 때 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요. 이런 여성들의 남편 역시 교육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진행자) 여성이 자신의 처녀 때 성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는데요. 우선, 자매들만 있는 경우, 결혼해서 다 남편 성으로 바꿔버리면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성씨가 사라질 수 있으니까 이를 지키고자 하는 경우가 있고요. 또 앞서 슈블 교수도 설명했지만, 요즘은 전문직을 가진 여성들이 많지 않습니까? 따라서 이름을 바꾸게 될 경우 일하면서 혼돈을 줄 수 있죠. 또 은행 계좌 등 모든 개인 정보를 바꾸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본래 성을 유지하는 여성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여성이 성을 바꾸는 것이 결혼 생활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네, 남편 성을 따른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잘 사느냐,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아내가 성을 바꾼 부부나 아닌 부부나, 이혼율은 비슷하다고 하네요.
진행자) 그러면 혹시 결혼해서 남편이 부인의 성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주와 뉴욕 주 등 미국 내 9개 주에서 결혼 증명서만 있으면 남편이 부인의 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50개 주에서는 부인이 남편의 성으로 바꾸게 하고, 남성이 여성의 성을 따를 수 있게 하는 주는 9개 주에 불과하다며, 불공평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결혼을 하면 이렇게 여성의 성을 바꾸는 나라, 미국 외에 또 있겠죠?
기자) 네, 한반도에서 가까운 일본이 그런데요.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은 지난해 부부가 서로 다른 성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한 민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부분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돼 있죠.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나라들은 결혼해도 원래 성을 유지하고요. 벨기에와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의 퀘벡 주 등에서는 여성이 결혼하더라도 법적으로 본래 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