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북한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드리는 ‘뉴스 풍경’시간입니다. 지난 2012년 한국 정부는 조선 말기 일제에 의해 처분된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102년 만에 사들여 화제였습니다. 지난 해부터 복원공사가 시작됐고 내년 봄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요. 지난주 복원 공사의 진행 과정을 알리는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역사 보존 지역인 로간서클.
1840년대 벌어진 멕시코-미국 전쟁에서 공을 세운 존 알렉산더 로간 장군의 동상이 있는 주변 지역을 로간서클이라고 부릅니다.
이곳 일부 가옥들은 1800년대 말 건축된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느릅나무에 둘러싸인 ‘로간서클 15번지’는 구한말 대한제국이 미국과 첫 외교수호조약을 맺었을 때 세워진 옛 주미 대한제국 공관입니다.
1891년 고종은 당시 2만 5천 달러를 들여 이 건물을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본에 의해 1910년 당시 돈 5달러 헐값에 미국인에게 팔리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한세기가 지난 2012년 한국 정부가 공사관 건물을 매입하면서 102년만에 주인을 되찾게 됐습니다.
해외 최초로 세워진 옛 대한제국 공사관이 현재 미 주류사회와 한국정부와 미주한인사회의 관심 속에 대한제국의 자주외교의지와 미한우호의 역사를 상징하는 박물관으로 내년 봄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공사 현장음>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의 보수복원 사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공사관 보수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오수동 국외소재문화재단 사무총장은 지난해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VOA에 이번 사업의 의미를 세가지로 설명했었습니다.
[녹취: 오수동 총장] “역사의 현장이라고 하는 의미, 자주독립의 의지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두 번째 한미 우호의 요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미국을 믿을 수 있는 우방으로 생각하고 개설해 16년 간 한미 우호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세 번째 대한민국 발전의 상징이 되고 동포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주미한국대사관에서는 1년여동안의 진행과정과 공사현장을 공개 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주미한국대사관이 주관한 이번 설명회에서 안호영 주미대사는 100여명의 한인들에게 이 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안호영 대사] “중요한 것이 여러 동포 지도자들이 많은 역할을 해주셨는데, 앞으로도 그런 고견을 기탄없이 전달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 실천할 수 는 없겠지만 대한제국공사관을 운용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날 보수복원 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김종헌 박사가 사진자료와 함께 소개했습니다.
김 박사는 공사 진행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구한말 대한제국 공관이 일제에 빼앗기던 시대상황도 설명했습니다.
당시 고종이 미 국무부에 일본의 강요로 이뤄진 을사늑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서류나 고종왕실의 영어교사로 미국에서 온 학자이자 선교사인 호머 허버트 박사가 쓴 책이 청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 박사는 허버트 박사가 1906년에 쓴 책 “대한제국의 멸망“The Passing of Korea”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김종헌 박사] “망해가는 나라의 황제에게 독립을 예견하는 문장을 썼습니다.”
한인들은 당시 상황에도 일본에 반대하며 조선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미국인에 대해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김 박사는 공사관의 건축양식 등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사관에 대한 이모저모를 소개했습니다.
설명회에 이어진 복원공사현장 방문 시간에는 90여명의 한인들이 안전모를 쓰고 김 박사의 안내에 따라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이번 복원공사는 미국 내 보수복원 전문업체인 CVMNEXT 회사가 시공을 맡았습니다.
공사현장에는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명이 작업하고 있는데요, 미국인 로이 웨인 현장감독은 VOA에 공사과정에서 어떤 것도 훼손 해서는 안되고 옛 모습을 복원하며 튼튼하게 보수해야 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습니다.
웨인 감독은 예를 들어 이 건물은 방문 틀 재료로 쓰여진 원목을 여러 겹 벗겨내 독특한 나뭇결을 살렸는데 그런 모습을 복원하는 작업이 시간이 걸리고 정교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이 웨인 감독]” This stain was made for this project, and the application ..”
특수 주문한 목재를 십 수 차례 벗기고 벗겨내 100년 전 사용된 원목의 결을 재현해 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웨인 감독은 자신은 철저하게 건축설계 청사진을 보고 작업하기 때문에 따로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점이 미국에서 복원공사를 하는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라고 김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종헌 박사] “아무래도 한국에서 문화재 수리체계와 미국에서 수리하는 게 많이 달라서 그 부분을 조정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설계자체가 완벽하게 진행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가 융통성 있게 작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문화재 수리 작업은 일일이 철저한 공문작업 후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배가된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김 박사는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종헌 박사] “당시 저택 같은데는 하인들이 따로 별도의 공간이 발견됐습니다. 하인이 다녔던 공간인데, 다른 구조물에 대한 영향이 미쳐서 그대로 복원은 안됩니다. 알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구현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벽난로를 뜯었더니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 딸의 초청장 등 서신과 기록 등이 발견돼 공사 부인들의 외교활동이 있었다는 근거자료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사관 건물과 이웃해 살며 1년 넘게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김 박사는 1년 전 VOA에 “벽을 뜯어봐야 건물의 훼손상황과 공사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었습니다.
다행히도 건물의 훼손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며 공사관의 공개되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발견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공사관의 복원은 미국역사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종헌 박사] “ 랑팡이라는 건축가가 워싱턴 디씨를 설계했는데, 남북전쟁 이후 흑인들이 이 도시로 몰려오면서 슬럼화 됐죠. 우연인지 모르지만 공사관 복원과정은 워싱턴 디씨의 기본 초기 안이 되돌아 오는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간서클 지역 주민과 시의원 등 미 주류사회에서 공사관 복원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잭 에반스 디씨 시의원, 로간서클 주민협의회 회장지역 주민과 시의원 등 300여명이 대한제국 공관의 문화 역사적 가치를 축하하는 탐방 행사를 가졌습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워싱턴 디씨의 역사적인 유물과 예술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관장과 논의를 가졌고 박물관 개관 후 교육프로그램을 구상할 계획입니다.
한편 김 박사의 안내에 따라 현장을 둘러본 한인들은 100년의 역사가 묻어있는 공사관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기대감을 갖고 공사현장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2012년 한인사회의 풀뿌리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정세권 워싱턴 내 민간단체인 미주한인재단 명예회장은 현장을 돌아본 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녹취: 정세권 회장] “단돈 10불이고 100불이고 기부해서 찾은 것이, 우리가 한국 사람이 피가 살아있다는 것을 산 증거로 이렇게 뜻이 모아져서 우리가 다시 찾았다는 거, 역사를 다시 찾았다는 것이 감개 무량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후손들에게도 긍지를 갖고 미 주류사회에 진출해서 꿈을 키우는 것이..”
대한제국공사관 복원사업에는 건물 구입 비용 35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천만 달러가 투입됐습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복원공사는 현재 80% 진행된 상황인데요 마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구조적인 것이 보완되고 나면, 벽지 도배, 조명, 가구 배치, 한국식 담장 설치 등이 이뤄집니다.
미한우호 역사교육의 장이 될 워싱턴 역사문화박물관은 내년 5월 개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