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반인도범죄 가해자로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3년 연속 채택되기도 했는데요. 현실화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2월 9일 뉴욕의 유엔 안보리 회의장. 북한인권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논의한 이날 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 이름이 호명됐습니다.
[녹취: 파워 대사] “Kim Jong-un, Choe Pu Il, Minister of People’s Security, Ri Song Chol, Counselor in the Ministry of People’s Security, Kang Song Nam, Bureau Director with the Ministry of State Security…”
사만다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미 정부의 인권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인사들을 일일이 거론한 겁니다.
이어 유엔총회는 20일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결의안을 3년 연속 채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주민의 생계를 위해 쓸 돈을 전용해 인권 상황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포함됐습니다.
북한의 인권과 핵 문제가 결코 무관치 않다는 건데, 이 같은 국제사회의 인식이 최근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이정훈 북한인권특별대사입니다.
[녹취:이정훈 대사] “이제는 핵문제와 인권 문제를 완전히 별개취급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와 인권탄압을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 도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북한의 도발로 고조된 정치적, 군사적 불안정이 인권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t is clear that political tensions and the prospect of instability continue to impede..."
올해에도 북한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개선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인권 유린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CC는 대량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심리하고 처벌하는 국제적 기구입니다.
영유권 등 국가 간의 법적 분쟁을 취급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ICC는 개인에 대한 형사 책임을 다룹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국제형사재판소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냉전 체제가 이어지면서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르완다와 보스니아에서 발생한 인종학살사태를 다루는 국제 형사재판소가 세워지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 근거인 ‘로마 규정’이 마련됐고, 이에 의거해 2003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124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ICC는 그동안 여러 건의 반인도범죄를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한 바 있습니다.
특히 2012년 국가수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반인륜적 범죄 혐의를 인정해 징역 50년 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ICC 회원국이 아닌 북한의 인권 문제가 이곳에서 다뤄지려면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합니다.
또 안보리 결의를 위해서는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의 ICC 회부를 권고하는 유엔 결의안이 3년 째 통과됐지만, 안보리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는 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이 같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퀸타나 특별보고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 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했지만 안보리는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 등 일부 상임이사국이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불편해 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개별 국가의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논의하는 안보리 성격과 맞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인권 유린 책임자를 규명하고 처벌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유엔 차원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퀸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ICC 회부를 포함해 ‘책임 추궁’을 실현할 방안을 마련해 오는 3월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을 ICC에 회부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합니다.
한국 내 탈북자단체인 NK 지식연대는 지난달 23일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인권탄압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모아 ICC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앞서 9일에는 ‘NK워치’ 등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이 북한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정은 위원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ICC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은“유엔 안보리가 회부를 하지 않더라도 ICC가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반도 인권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태훈 변호사 입니다.
[녹취: 김태훈 변호사] “ICC 검사가 로마협약 당사국 주민들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난민기구가 북한 주민은 남한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론에 따르면 김정은도 남한에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 인권위원회 데이비드 호크 위원은 지난 21일 헤이그에서 열린 ‘ICC와 북한의 반인도범죄’토론회에서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안보리 결의를 반대하는 중국 등도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 인권문제의 ICC 회부 가능성을 떠나,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실례로 북한 당국은 지난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결의안에 ICC 회부 문구를 포함시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쳤고, 이것이 실패하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바 있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도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ICC 회부와 관련해 "북한 주민이 ICC를 모르지만, 김정은이 재판에 넘겨진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퍼지면 정권에 치명적 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