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은 체제를 보위해오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전격 해임됐습니다. 이번 사태는 북한 권력 내부에 적잖은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원홍 실각의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했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전격 해임됐다고 한국 통일부가 밝혔습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발표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 국가보위상 김원홍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이후에 해임되었습니다.”
김원홍이 갑자기 해임된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보위성이 당 간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문으로 사망했다거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족을 내사하는 것이 발각돼 최고위층의 분노를 샀다는 등 여러 소문이 무성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 NK 지식인연대] “김정은의 지시를 받지 않고 간부들과 김정은 가계 즉, 패밀리에 대한 조사까지 했대요…”
주목할 점은 김원홍의 이번 실각이 그동안 김정은 정권에서 봐왔던 간부 처형과는 다소 다르다는 겁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과오를 저지른 간부들을 두 가지 방식으로 처벌해 왔습니다. 하나는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것으로, 2015년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최영건 내각 부총리 제거가 이에 해당됩니다.
‘혁명화’로 문제가 된 간부를 일정 기간 지방에 보내 근신하게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2015년 지방에서 석 달 간 혁명화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김원홍 보위상의 경우 즉각 처형이 아닌 ‘해임, 강등’ 입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김원홍이 ‘혁명화 전 단계’에 있으며 그가 어떻게 될지 여부는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 "아직 김원홍과 보위성에 대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혁명화를 가거나 숙청되거나 총살형에 처해지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위세가 한층 커졌다는 겁니다. 노동당의 최고 감찰, 검열기관인 조직지도부는 지난 2013년 12월 장성택 제거에 앞장서면서 권력의 전면에 부상했습니다.
이어 조직지도부는 국가보위성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떠받드는 양대 축이 됐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위성의 수장인 김원홍이 간부들과 함께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해임된 겁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평양의 세력균형이 깨어졌으며 조직지도부의 독주가 계속될 수 있다고 안찬일 소장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 "김원홍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권한이 더 강화되고, 당적 지배, 선당정치가 자리잡고 세력균형이 당에 집중돼 유일독재가 강화될 수 있습니다.”
올해 72살인 김원홍은 인민군 총정치국 지도원으로 간부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국가보위상이 된 이후 장성택 축출에 앞장서면서 김정은 정권의 핵심이 됐습니다. 당시 장성택에게 사형을 선고한 기관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였다는 것을 보면 김원홍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원홍의 위상은 2014년경 절정에 달했습니다. 당시 김원홍은 평양보위대학에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세우고 제막식 연설을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김원홍/KCNA] “혁명의 수뇌부와 혼연일체를 이룬 고위전사들이 있는 한 선군조선의 앞길에는 오직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원홍의 위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현재 김원홍은 보위상에서 해임돼 김정은 위원장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미국 정부도 김원홍을 주목해 왔습니다. 미 국무부는 1월 북한의 개인 7명을 인권 유린 책임자로 지목하면서 김원홍을 첫 번째로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