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탈북민단체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제형사재판소, ICC 제소를 다시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남 암살 사건이 ICC의 관할 범죄에 해당되지 않아 제소는 사실상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는 김정남이 북한 암살 범죄의 상징적인 피해자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제형사재판소, ICC 제소를 다시 촉구할 것이라고 22일 밝혔습니다.
강철환 대표는 북한 주민의 인권 유린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테러 문제도 시급하다며, 북한 바깥에서 피해를 본 북한 사람들의 사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철환 대표 / 북한전략센터] “지금까지 자행된 북한의 테러, 납치 등 만행들이 김정남 사건을 계기로 이한영 사건, 아웅산 테러 등 북한의 테러가 반인도 범죄, 정말 인간이 해서는 안 될 범죄이기 때문에 충분히 추가 조사를 해서 고발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철환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1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를 방문해 장성택과 연관된 사람들이 집단학살됐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제소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을 ICC에 제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박사는 김정남 암살이 국제형사재판소가 다룰 수 있는 4가지 범죄, 즉 대량학살, 반인도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제소는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태훈 변호사도 관할권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ICC 제소 문제는 김정남 암살 사건 발생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특정 인사를 회부하기 위해서는 관할권이 있어야 하지만 가해자의 국적인 ‘북한’과 사건 발생 장소인 ‘말레이시아’ 모두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이 아닙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토대가 되는 로마협약은 ICC 관할권 요건으로 범죄가 당사국의 영토 안에서 발생한 경우, 범죄혐의자가 당사국 국적자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태훈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태훈 변호사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로마협약의 당사국이라든가 또는 ICC 검사가 하든가, 유엔 안보리에서 회부를 하든가 그래야 하거든요. 유엔 안보리가 회부를 안 하면 로마협약의 당사국이 해야 하는데 범죄 발생국은 말레이시아인데 (거긴 당사국이 아니에요).”
다만 시야를 김정남 암살 사건을 포함한 김정은 정권의 자국민 대상 각종 인권 침해 행위와 범죄로 넓힌다면 제소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로마협약은 사건 발생 장소와 범죄혐의자 국정 등이 ICC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안보리가 해당 사건을 ICC에 회부하도록 결정하면 ICC가 나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ICC에 회부하는데 동의할 가능성이 작다는 문제가 뒤따릅니다.
이미 유엔이 총회 결의를 통해 안보리가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중국 등 일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 만큼 북한인권 결의에 반영된 국제여론은 더욱 고조될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에도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