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시대 한국 외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제2, 제3의 사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가 사안별로 갈등과 협력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중 양국과 안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간 갈등이 커질 경우 양국으로부터 전략적 선택을 강요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동덕여대 이동률 교수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하는 상황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영역에서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제2, 제3의 사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동덕여대 이동률 교수] “한국의 입지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이 틈새 기간에 아시아에서의 세력을 확장시키려 할 경우 미국 내 정통 공화당 주류세력들 사이에서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그럴 경우 미국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동맹국들에 대한 역할 분담을 많이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드 문제의 경우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핵심 사안으로 인식되면서 한국 정부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미-중 한쪽의 반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국의 사활적 안보과제인 북 핵 문제입니다. 미-중 관계의 판이 새롭게 짜이면서 북 핵 문제가 양국의 전략적 계산에 따라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수록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목표는 변하지 않겠지만 북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서강대 김재천 교수입니다.
[녹취: 김재천 서강대 교수] “중국의 셈법을 바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유도해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중국을 몰아붙이기만 할 경우 미-중이 갈등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고 중국이 인식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는 용인하면서 북한을 점점 더 감싸 안으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북 핵 문제가 미국의 대중정책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통일연구원은 ‘트럼프 시대 미국 대전략의 전환과 동아시아-한반도 정세 변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과의 경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미-중 갈등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핵 능력 조기 완성을 통한 핵 보유국 기정사실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북한은 오는 2020년 이전에 다양한 유형의 핵미사일을‘전략군’에 배치, 운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 “국내외 연구기관들에서는 대체로 오는 2020년이 되면 북한이 20개에서 100개 사이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평가는 좀 더 비관적입니다. 이제 미국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개발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은 앞으로 핵과 미사일 보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 도발을 더 빈번하게 높은 강도로, 미국에 대해서도 상당히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전략연구실장은 미-북 관계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핵탄두 탑재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물론 ICBM 실전배치를 완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불확실한 동북아 정세 속에 북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스트롱맨’이 지배하는 주변 4강의 ‘새 판 짜기’ 게임에서 국익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미-중 간 갈등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아주대 김흥규 교수는 향후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진하는 한편, 미-중 간 협력 요인을 촉진하기 위한 외교적 교량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북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동덕여대 이동률 교수는 북 핵 문제가 미-중 간 상호 대리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북 핵 문제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 북 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한편, 양국의 공동이익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고 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녹취: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성되지 않은 만큼 정책 조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와 수단에 대해 잘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잘 조율이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북 핵 문제에서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경하고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으므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북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중 간 전략대화 채널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