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상원 법사위원회가 월요일(3일) 닐 고서치 연방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전체회의에서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백악관이 주요 보좌관들의 재산을 공개했는데요.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보좌관들보다 훨씬 더 재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 정규교과에 헌법 수업을 편성하는 고등학교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마지막 소식으로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원래 대법관 9명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에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사망한 이후, 8명 체제가 이어졌는데요. 곧 남은 한 자리가 채워질 전망이죠?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말에 콜로라도 연방 항소법원의 닐 고서치 판사를 스캘리아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했는데요. 상원 법사위원회가 월요일(3일) 닐 고서치 연방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그 결과 11-9로 통과됐는데요. 법사위원 중 공화당 의원은 전원 찬성을, 민주당 의원은 전원 반대를 한 겁니다.
진행자) 위원회를 통과하면 인준안이 상원 전체회의로 올라가는데요. 전체회의에서는 진통이 예상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원에는 ‘필리버스터’,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란 독특한 제도가 있습니다. 의원들이 장시간 발언하는 식으로 표결을 막는 건데요. 대법관 인준안의 경우,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최종 표결에 부치려면 전체 의원의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60표가 필요한 건데요.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의석 비율이 52석 대 48석이어서 8표가 모자라는 상황이죠.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월요일(3일) 총41명의 의원이 고서치 지명자에 반대한다고 밝혔는데요. 따라서 공화당은 60표를 모으지 못하면서 인준안을 최종 표결에 부칠 수 없게 됐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의원들이 왜 고서치 판사를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고서치 판사가 보수적이라는 점, 또 당파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점이 주된 이유입니다.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셸던 화이트하우스 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화이트하우스 의원] “Judge Gorsuch needed to convince…”
기자)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과거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들이 공화당과 기업 편에 서서 법을 확대 해석해왔다고 비판했는데요. 고서치 판사가 자신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청문회에서 계속 확실한 대답을 피했다는 거죠. 하지만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건 메릭 갈랜드 판사 일 때문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갈랜드 판사라면 지난해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했던 인물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라는 점을 들면서 갈랜드 지명자에 대한 인준 절차를 밟길 거부했습니다. 새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결국, 갈랜드 판사는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이 일에 화가 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민주당 태도에 대해서 공화당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고서치 판사는 대법관이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며 반박했습니다.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는 일요일(2일) 폭스 뉴스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위크(This Week)’과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상 대법관 지명자가 필리버스터로 인준이 가로막힌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코넬 대표] “Unanimously well qualified by …”
기자) 고서치 판사는 미국변호사협회(ABA)가 만장일치로 자격을 인정한 법률가라는 건데요. 그동안 고서치 판사가 내린 결정이 대법원에서 바뀐 일은 단 한 번밖에 없었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송무 담당 차관 역시 고서치 판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매코넬 대표는 고서치 판사가 결국에는 인준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상원의원 60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인준안을 최종 표결에 부칠 수 있는데, 결국 공화당이 60명을 못 모으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공화당은 ‘핵 선택(nuclear option)’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정족수의 5분의 3, 그러니까 60표 이상인 토론 종결 기준을 과반수로 낮추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공화당 의원이 52명이니까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거죠.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이렇게 규정을 바꾸는 게 가능합니다.
진행자) 전에도 이렇게 규정을 바꾼 일이 있었나요?
기자) 네,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지난 2013년에 이런 식으로 기준을 바꿨습니다. 대법관 인준안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명자에 대한 종결 투표 기준을 과반수로 낮춘 겁니다. 민주당이 고서치 지명자에 계속 반대하면, 공화당이 연방 대법관 인준안에 대한 기준마저 바꾸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게 ‘양날의 검’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규정을 바꾸면 앞으로는 대법관 인준안을 소수당이 저지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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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이나 행정부 관리로 일하려면 재산 내역을 보고하고 이를 공개해야 하는데요. 백악관 보좌관들의 재산이 공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이 지난 주말에 일부 보좌관들의 재산 내역을 공개했는데요. 언론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부동산 재벌 출신이고, 트럼프 행정부에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이 많기 때문인데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딸과 사위 역시 백악관 보좌관으로 활동 중이어서, 이들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공개된 재산 내역 좀 살펴볼까요?
기자)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재산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공개될 예정인데요. 가장 관심을 끄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딸과 사위인 이방카 트럼프 씨와 재러드 쿠슈너 씨의 재산입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두 사람의 자산 규모가 2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사위 쿠슈너 씨는 현재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 1월 이후, 최소한 260개 기업과 단체 직책을 사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이방카 씨가 남편 쿠슈너 씨에 이어서 공식적으로 백악관 참모진에 합류 헀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에 대통령 보좌관이란 공식 직함을 달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좀 더 자세한 재정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방카 씨는 자신의 패션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재산 내역을 보면, 워싱턴 DC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의 지분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백악관 참모로서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론이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보좌관들의 재산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은 지난해 최소한 14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요, 자산 규모가 1천만 달러가 넘습니다. 금융인 출신인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소한 2억5천만 달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고, 지난 2016년에서 2017년 초 사이에 4천800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습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역시 부동산 부자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100만 달러가 넘는 임대 수익을 올렸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보좌관 가운데 4명 중 1명은 매우 복잡한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이는 이들이 매우 부유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내각과 고위 보좌관들의 재산이 약 12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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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헌법을 정규교과에 편성하는 고등학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국의 ‘헌법’과 ‘독립선언문’, 또 미 헌법의 해석서로 일컬어지는 ‘연방주의자 논고’를 가르치는 고등학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것도 선택과목이 아니라 이들 수업을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도록 사회학 수업의 정규 과정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건데요. 지난 2015년 이후 이렇게 필수과정으로 채택한 주가 10여 개 주에 이른다고 합니다.
진행자) 방대한 헌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운다는 겁니까?
기자) 네, 지역에 따라 접근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가장 최근에 헌법을 정규교과에 편입한 켄터키 주와 아칸소 주 등의 고등학교에서는 시민권 시험을 칠 때 통과해야 하는 질문 100가지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따려면 구두시험을 쳐야 하는데요. 이민국 관리가 100가지 예상질문 가운에 10가지 질문을 해서 시민권 신청자가 6개 이상을 맞춰야지만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시민권 시험을 칠 때 나오는 질문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물어보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예를 들어 볼까요? 정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미국 수정헌법 1조부터 10조까지를 통틀어서 뭐라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진행자) 권리장전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또, 미국의 수정헌법은 모두 몇 조항으로 돼 있습니까? 이런 질문도 있는데요. 답은 27개 조항이죠. 이런 식으로 미국의 헌법과 관련해서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을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겁니다. 아칸소 주의 은퇴 교수이자, 관련 법안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메이다 버클리 씨는 권리는 천부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정신은 배움으로써 얻는 것이라며, 미국의 건국이념이 담긴 독립선언문과 또 미국을 움직이는 헌법에 대한 기본 정신에 대해 학생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헌법 수업은 또 대부분 주에서 당파에 상관없이 채택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 공화 양당의 주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초당적인 법안을 내어놓고 있는데요. 하지만 법안지지자들의 의도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합니다.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권 남용을 우려하면서 관련수업 채택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로드아일랜드 주에서 관련 법안을 제안한 교사 출신 그레그 아모르 주 의원은 국민이 국가의 원칙과 역사를 어느 정도나 이해하느냐에 국가의 생존이 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헌법 관련 수업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미국 내 17개 주에서 헌법 관련 수업이 채택됐다며, 이렇게 헌법을 배우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하나의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는 찬성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권 시험문제를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화된 교육이라는 반론도 있는데요. 안 그래도 학생들은 시험에 진저리를 내는데 헌법마저 시험을 위한 수업으로 배우는 것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이죠. 따라서 미네소타 주의 경우 학생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을 더욱 확실히 배울 수 있도록 헌법과 독립선언문 등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 배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