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은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석유는 북한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가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 는 최근 사설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외교경로를 통해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 신문은 이달 중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 주목됩니다.
앞서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 신문은 지난 12일 사설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원유 공급 중단 같은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에 중국이 동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문제를 연속적으로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원유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그동안의 중국 태도와는 대단히 다른 것이고,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행동을 하고 있고 `환구시보' 보도도 그런 태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이렇게 대북 압박에 나선 배경으로 지난 7일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을 꼽았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 남부 플로리다에서 북한 문제를 장시간 논의한 자리에서 대북 석유 중단 문제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 스나이더]”I think its possible, the subject may be come up…”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할 경우 석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또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경고했었습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북한이 전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채 6차 핵실험 또는 ICBM 발사 등 고강도 전략도발을 감행한다면 안보리 제재 결의는 물론 우리와 주요국의 독자 제재 등을 통해서 북한 정권이 감내하기 어려운 강력한 징벌적 조치가 반드시 따를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조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징벌적 조치에 ‘원유 공급’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방침을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조 대변인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조치 배경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론했습니다.
[녹취 ; 조준혁 대변인] “안보리 결의 2321호 49항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또는 발사시에 안보리가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관측통들은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을 거론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 것은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뜻과 함께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북한에 대해 핵실험 자제와 대화 테이블 복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은 14일 “미-북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며 북한 핵 문제는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도 한반도 긴장 국면이 완화되기를 바란다”며 모든 유관 각국이 되도록 빨리 대화 테이블 앞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3년과 2006년에 중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해 실제로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경술] "6자회담에 북한이 계속 불참하니까, 6자회담을 주도했던 중국이 3일 간 원유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어서, 결국 북한이 6자회담이 참여하게 했는데, 원유 공급이 북한과 대화가 잘 안될 때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늘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현재 중국은 북-중 국경도시인 단둥에서 길이 30km의 지하송유관을 통해 평안북도 백마리에 있는 봉화화학공장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제공된 연간 50만t의 원유를 정제해 군사, 교통, 발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김경술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단둥에서 신의주 봉화화학공장이라는 정유공장까지 송유관이 묻혀있는데, 조중우호송유관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원유를 100만t이상 보냈는데 지금은 50-55만t을 해마다 공급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공하는 원유는 북한이 소비하는 석유 에너지의 95% 이상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중국이 실제로 송유관 꼭지를 잠글 경우 북한의 군사 부문과 경제는 즉각 마비될 것이라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광진 선임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선임연구위원] “군사장비를 움직이는 것, 모든 게 원유가 들어가죠. 그 뿐이 아니고 경제 각 부분, 그리고 인민들 땔감이죠 석유, 개스 이 모든 것들이 다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면 큰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 냉전 시절 북한은 옛 소련으로부터 연간 100만t 가량의 원유를 공급 받았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수입이 중단됐습니다.
에너지 난에 시달리던 북한은 석유를 찾기 위해 1990년대 후반 서해 서한만에서 석유 탐사 작업을 벌였으나 기술과 자금 부족, 그리고 국제 제재로 인해 실패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