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앞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추가 도발을 막고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 핵 문제 해결에 전례 없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중국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 핵 문제를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한 중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은 우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의 전면적인 이행과 함께 중국으로의 북한 인력과 물자 반입, 북-중 간 금융 거래 등과 관련해 제재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중국은 우선 자국 내에 있는 5~10만 명 가량의 북한 노동자들을 대폭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국내법상으로 비자 갱신이나 신규 발급을 까다롭게 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하는 등 별다른 노력 없이도 단기간에 북한 노동자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 제재안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국경지역에서의 밀무역을 적극적으로 차단, 단속하는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중국은 북한산 석탄 반송 지시에 이어 북한 관광상품을 없애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대 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한국 외교가는 보고 있습니다. 정성윤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북한이 ICBM 도발을 조기에 감행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대로 중국을 배제하고 군사적 강압 수단을 급격히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또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 때문에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미국의 기대에 일정 정도 부응하는 수준으로 대북 제재의 강도와 폭을 높일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ICBM 도발을 할 경우 미국은 중국에게 원유 공급을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를 직접적으로 하는 등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보다 강압의 강도를 훨씬 더 높일 것이므로 중국에게도 전략적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시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축소하고,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해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최근 변화된 중국 내 기류를 보여주는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체제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고강도 제재 동참은 중국으로서도 상당한 비용이 초래되는 결정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입니다.
경상대학교 박종철 교수는 중국에게 대북 원유 공급은 북한 정권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자산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대북 원유 공급 제한 조치는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 축소를 의미한다고 박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중국 배제론’까지 언급하며 독자 행동을 예고함으로써 중국에 협력 거부로 발생하는 비용이 제재 참여 비용보다 높을 것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강력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와 ICBM 시험발사 중단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몇 년 안에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미-중 교역을 중국에 대한 설득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경고 메시지는 중국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한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박병광 실장]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선제타격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대북 협상력 제고와 중국에 대한 압박 가중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습니다. 북 핵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이 열리고 중국이 의장국을 맡은 배경도 2003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결국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를 관리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6자회담 의장국을 맡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중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것은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군사력 사용에 대한 의지를 시사함으로써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를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근본적인 대북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한국 외교가의 관측입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입니다.
[녹취: 남성욱 행정대학원장] “중국은 현재의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변화’라는 것은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 체제가 약화되는 것으로, ‘투 코리아’가 ‘원 코리아’가 되는 정세 변화를 중국은 원치 않는 만큼 ‘현상 유지’ 정책으로 갈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있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에 경제적 타격을 줄 만한 거래를 중단하거나 금융 거래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진정성 있게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자제시키며 상황 악화를 막는 한편,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그동안 북 핵 문제 해법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의 병행 추진을 주장하며,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첫 걸음으로 제안해왔습니다.
한국 외교 소식통은 올 가을 19차 당 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일단 군사적 충돌로 치달을 수 있는 사태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압박과 설득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당초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일성 주석의 생일과 군 창건일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은 데는 미국의 대북 압박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가세한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북한의 도발 수위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 등을 지켜보며 대북 제재와 압박의 폭과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