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6개월째 억류 중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대학 동기들이 최근 졸업했습니다. 이들은 졸업식장에서 웜비어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행사를 벌였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일 미 버지니아 주 샬로츠빌에 위치한 버지니아주립대학에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여느 미국 대학 졸업식과 다를 바 없는 축제의 현장이었지만, 졸업생들의 모습이 사뭇 달랐습니다. 검은색 가운과 모자에 자물쇠와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인 졸업생들이 있었습니다.
“오토를 석방하라”라는 글귀를 담고 있는 이 스티커는 이날 졸업식에 참석했어야 하지만, 북한에 여전히 억류돼 있는 오토 웜비어 씨 구명을 위해 친구들이 제작한 것입니다.
버지니아주립대학 3학년이던 웜비어 씨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억류된 뒤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체제전복 혐의가 적용된 그에 대한 선고는 평양 양각도호텔에 걸려 있던 정치 구호를 뗐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이날 졸업식 현장 취재를 통해 웜비어 씨의 빈자리를 아쉬워 하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스티커를 나눠주던 산자야 세카르 씨는 이 신문에 “오토는 우리가 이 날을 즐기면서 동시에 자신도 생각해주길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카르 씨는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국가안보의 문제이지만, 웜비어 씨는 이와 무관한 자신들의 친구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친구들이 기억하는 웜비어 씨는 장학금을 받는 우수생, 스포츠 애호가, 깊은 사색가, 근면한 노동관을 가진 사람, 우스꽝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미리 철저히 계획하는 사람으로서 달력에 약속과 모임, 학습계획 등을 꼼꼼히 기록하곤 했었다고 친구들은 전했습니다.
네드 엔데 씨는 “오토는 학교 공부나 일, 또는 가족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절대로 이를 버려두고 친구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런 웜비어 씨가 2016년 1월 사전 계획과는 달리 북한에서 중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 친구와 가족들은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3월 가족들에게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에서 연락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웜비어 씨가 북한에서 재판받는 모습이 TV를 통해 공개되자 친구들은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친구들은 모두 4학년으로 올라가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는데도 웜비어 씨가 돌아온다는 소식은 없었습니다.
웜비어 씨의 친구 재크 겔펜드 씨는 `워싱턴 포스트'에, 지난 1년 간 다가올 졸업식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겔펜드 씨는 “곧 졸업식인데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할 친구는 돌아올 기미가 없고, 그래서 우리의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들은 웜비어 씨가 북한에 억류되지 않았다면 이날 졸업식에 평소처럼 괴짜 옷을 입고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졸업식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웜비어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스티커를 받으러 왔고, 친구들은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 한다며 곧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