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지 17주년이 됐습니다. 남북한은 당시 갈등과 대립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 관계로 바꿀 것을 다짐했지만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7년 전인 2000년 6월15일,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녹취:김대중] “이제 공동성명에 완전히 합의를 봤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십시오.”
남북한의 두 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은 남북대화 정례화와 경제협력,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 5개 항의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6.15 선언 이후 남북 간에는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고조됐습니다.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렸고 남북 간 도로와 철도 연결이 추진됐습니다. 또 12 차례에 걸쳐 1만2천여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습니다.
그 해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는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 깃발을 들고 공동 입장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녹취:유투브]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동시입장이 역사적으로 진행됩니다. 남북한이 하나되는 모습을 전세계 60억에 과시하는 남북한, 기립박수를 아까지 않는 관중들…”
그러나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폐쇄됐고, 민간 교류와 남북한 간 연락을 위한 군 통신선과 판문점연락관 접촉마저 끊겼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건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강인덕] "문제는 핵이지요, 가장 큰 걸림돌인데, 계속 핵개발을 중단 않고 계속 했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핵 문제로 엄청난 장벽에 부닥친 거죠. 핵 문제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최대 장애물이죠. 만일 이 것이 없었다면 남북관계는 크게 발전했을 겁니다.”북한은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3년, 그리고 지난해 1월과 9월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핵 문제와 함께 남북 경제협력을 앞세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상응하는 긍정적인 행동을 끌어내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Efforts and investment as a part of sunshine policy were not really producing improved relations…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수 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에 엄청난 안보적 위협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달러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이번에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앞서 2010년 3월 북한은 서해에서 잠수함으로 한국 해군 함정 천안함을 공격해 해군 장병 46 명이 숨졌습니다. 이어 11월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 병사 2 명과 민간인 2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자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남북교역과 인적교류를 중단하는 5.24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녹취: 이명박]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 도발입니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남북한 교류와 교역도 중단될 것입니다.”
이제 6.15 선언의 주역들은 모두 세상을 떴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9년 8월 서거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11년 12월 타계했습니다.
이어 등장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으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합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이를 받아 들일 경우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기존의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해 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미-북 관계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의 중단을 촉구한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