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이번 소형 무인기는 지난 2014년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보다 항속거리가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엔진이 비정상적으로 작동돼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21일 무인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백령도 무인기와 외형은 비슷하지만 항속거리는 약 2배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항속거리는 항공기가 연료를 최대한 채우고 이륙해 연료를 다 쓸 때까지 비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합니다.
인제에 추락한 무인기는 전체 비행거리만 약 490km에 달하며 백령도 무인기의 항속거리는 180~300km로 추정됐습니다.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김종성 본부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종성 항공기술연구본부장 /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인제 무인기는 백령도 무인기에 비해 연료탱크 용량이 2배 이상 커지고 배터리 용량도 2배 정도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중량 증가로 날개폭을 약간 키우고 엔진 출력을 높여 외형은 유사하나, 항속거리는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백령도 무인기의 경우 엔진 출력이 35cc였지만 인제 무인기는 50cc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연료를 담는 엔진탱크 용량도 7.47L로 백령도 무인기보다 2배 이상 커졌습니다.
북측 강원도 금강군에서 출발한 이 무인기가 한국 측 후방 지역인 경북 성주까지 내려와 사드 기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도 엔진 성능 향상으로 비행거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무인기에 장착된 2개의 배터리 용량도 5천 300mAh로 백령도 무인기의 2배 이상이었습니다.
엔진연료는 혼합 휘발유로, 백령도 무인기와 같았습니다.
인제 무인기의 엔진 성능은 크게 향상됐지만 추락 원인은 엔진 성능 결함 탓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엔진 비정상으로 비행속도 저하와 연료 과다 소모가 발생했다며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성 본부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종성 항공기술연구본부장 /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엔진 비정상으로 공급한 연료만큼의 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음을 뜻하며, 연료 소모량이 늘어나고 비행거리가 감소하게 됩니다. 회수한 엔진을 저희가 지상에서 시험해본 결과로 엔진이 비정상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비행조종 컴퓨터에는 위치와 속도, 고도 등 52개 항목이 0.2초 간격으로 기록돼 있었으며 저장된 비행자료는 1시간 42분 분량입니다.
인제 무인기는 다섯 지점에서 속도가 시속 60km 이하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때문에 비행고도가 갑자기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행경로는 금강군에서 경북 성주군 방향으로 직선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이 보여주는 경로와도 정확하게 같아 무인기의 주 임무가 사드 기지 정찰이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박사의 분석입니다.
[녹취: 고명현 박사 /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제일 중요한 건 이들이 원했던 게 사드 배치 과정이 진척이 됐는지를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사드가 어느 정도 전면적으로 배치됐는지 궁금하고 자체 인공위성이 있지 않으니까 무인기를 보낼 수밖에 없고요.”
비행 중 촬영된 사진 551장 가운데 사드 기지를 찍은 사진은 10여 장입니다. 하지만 해상도가 크게 떨어져 사드 발사대 등 핵심 장비는 흐릿하게 보이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명현 박사는 무인기에 사진을 전송하는 기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는 일본산으로, 날개 조종면을 움직이는 ‘서보 구동기’는 한국 제품으로 확인됐습니다.
무인기 무게는 남은 연료 1.3L를 포함해 13kg이었습니다. 전체 길이는 1.85m, 날개폭은 2.86m로 백령도 무인기보다 조금 컸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