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거쳐 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한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가 최초로 언론 인터뷰를 갖고 공개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리 씨는 북한의 대표적 외화벌이 기관인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등을 거쳐 망명 직전엔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지냈으며 2002년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특히 중국, 러시아, 일본 기업들과 연계해 광물, 원유, 수산물 등을 거래했고, 홍콩 자본을 끌어들여 북한 서해에서 석유 탐사를 시도하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정호 씨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먼저 어렵게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정호 씨) 저 역시 감사합니다.
기자) 북한에서 나오시기 전에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먼저 소개해 주십시오.
리정호 씨) 예 제 이름은 리정호 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북한 노동당 직속 중앙 기관에서 사업하였습니다. 1998년부터 2004년 사이에 7년간 39호실 대흥총국 무역 관리국 국장 사업을 하였고 그 후 2007년도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적인 임명으로 국방위원회 소속 금강 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직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또 망명하기 전에는 39호실 대흥 총회사 중국 다롄 주재 지사장으로 사업하다가 2014년 10월 한국에 정착하였고, 그 이후 다시 2016년 3월에 미국에 망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2002년에 북한의 최고 훈장인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고, 2004년도에 경제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논문을 발표해서 경제학 석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고위직에 계시다가 망명을 결정하게 된 동기를 설명해 주시죠.
리정호 씨) 제가 망명하던 2014년도는 참 살벌한 시기였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비롯해서 고위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처형과 숙청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의 측근들과 그 가족들 수백 명이 고사총으로 처형 됐고 수천 명이 숙청되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였습니다. 그 때 제가 알고 지내던 여러 명의 고위급 간부들이 고사총으로 무참히 처형됐고 또 우리 자식들이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 가는 걸 보면서 정말 저희들은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가족들은 정말 그런 비극적인 상황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영어자막: 리정호 전 북한 39호실 고위관리 "망명을 결심한 이유"]
기자) 지금 말씀하신 상황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일인데, 그런 숙청과 처형은 김일성, 김정일 대에도 있었던 일 아닌가요?
리정호 씨) 예 물론 그 시기에도 처형과 숙청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처럼 전대미문의 학살 만행은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사회주의 제도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지게 되리 라는 것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기자) 그럼 그런 일들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북한을 탈출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어렴풋이라도 하신 적은 없었습니까?
리정호 씨) 예 그런 일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충격 사건이 있기 전 까지만 해도 애국심이 상당히 높았던 걸로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항상 뒤떨어진 조국을 가슴 아프게 바라봤고 북한경제개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유익한 사업들을 많이 했습니다.
기자) (중국) 다롄에서 활동을 하셨거든요. 거기 39호실 대흥그룹 다롄 대표부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셨습니까?
리정호 씨) 예, 39호실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나와있는 모든 대표부들은 자기 본사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을 자문해주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나라의 융성 발전을 위한 유익한 사업들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로 유익한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기자) 39호실 고위 관리가 나와서 이렇게 직접 내부 사정을 얘기하는 건 처음인데, 유익한 일을 많이 하셨다고 하셨습니다만, 39호실하면 외부에선 북한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규정돼 있는데요. 어떤 조직인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리정호 씨) 예 저도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실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내에서 노동당 39호 실의 합법적인 직능은 국가 지도자의 통치자금을 관리하고, 외화벌이 생산과 무역을 지도하는 것 입니다. 그 직속 상관은 최고 지도자 입니다. 북한은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어 외부에서 똑바로 알 수 없습니다.
기자) 39호실에선 그럼 몇 명이나 일하고 있고, 또 그 아래 어떤 조직들이 있죠?
리정호 씨) 예39호실은 그 산하에 수십만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노동당이 국가의 모든 부분을 지도하는 특수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당 39호실은 그 기능을 수행하는 중앙기관들과 각 도, 시, 군에 정연한 조직체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 중앙기관에는 금강총국, 대흥 총국, 대성총국, 대성은행, 대외건설총국을 비롯해 모란지도국, 선봉 지도국, 대경지도국, 유경지도국, 낙원지도국 등이 있고, 회사들로는 외국선박대리회사, 조광 천명 알론 회사 들이 있고, 39호실의 정책지도만 받는 능라총국, 은하총국, 828 무역회사 등이 있습니다. 39호실 중앙기관책임자들은 그 규모에 따라 장관급 또는 차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기자) 앞서 39호실이 그렇게 비밀스러운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을 하셨는데, 바깥에선 북한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따라서 불법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알려져 있거든요.
리정호 씨) 예 그러나 북한 지도부도39호실에서 불법경제활동을 하지 않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과 노동당의 이미지가 손상 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 대흥총국에서도 25년전에 마약을 생산하여 수출하다 중단하였습니다. 지금 일부에서 말하는 마약, 위조 화폐, 가짜 담배 등은 39호실과 전혀 무관한 다른 특수단위들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39호실은 합법적으로 대규모 조직 체계를 갖추고 외화 벌이 생산과 무역을 진행하고 정상적인 은행 업무를 진행 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 은행들과 정상 적인 은행 거래를 진행 할 수가 없어 개인 계좌를 개설하거나 차명계좌를 개설 해서 사용 하게 됩니다.
기자) 외부에선 그런 차명계좌를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현금이 흘러 들어가고, 그래서 불법으로 보는 건데요. 말씀하신 이유로 차명계좌를 개설한다면 주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디에 개설합니까?
리정호 씨) 예 북한 사람들도 무역을 하는 자기 대방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대방들을 설득해서 차명계좌를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또 개인 계좌도 여러 개 설립합니다. 일단은 대북 제제로 길이 막혀 있으니까 자기들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겁니다.
기자) 대흥총국 역시 북한에서는 최고의 외화벌이 기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거기서도 일하셨죠?
리정호 씨) 예 그렇습니다. 대흥총국은 노동당 39호실의 지도를 받는 중앙기관으로서 그 집단의 외화벌이 정책을 제시하고 외화벌이 생산과 무역을 집행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흥총국도 역시 각 도 대흥관리국들이 있고 각 시, 군에는 대흥 5호 관리부들이 있고, 수산기업들을 비롯한 수백 개의 기업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산하에 수만 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습니다.
기자) 대흥총국 아래 있는 무역관리국이라든지 선박무역회사, 이게 다 다른 나라하고 무역하는 기관들이잖아요.
리정호 씨) 예, 그렇습니다. 대흥총국 무역관리국은 대외적으로 조선대흥무역회사로 활동하였습니다. 제가 거기서 무역관리국장을 7년간 했습니다. 대흥총국 무역관리국은 4개의 무역회사와 여러 개의 가공공장들, 10여척의 무역선박들을 운영하면서 여러 무역 활동들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송이버섯과 붉은 대게 수출 지표들에 대한 국가 독점권을 가지고 무역하였고 일본에 매해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사장 자격으로 일본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기자) 금강 경제개발 총회사라는 곳이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KKG로 불리죠? 미국에선 이 회사와 거래하면 대북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고 바깥에선 베일에 가려져 있는 회사인데, 여기도 39호실 산하조직인가요?
리정호 씨) 예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금강 경제개발 총회사는 39호실 소속이 아닙니다. 다만 제가 39호실 성원으로서 홍콩 회사의 투자를 유치했고 회사 설립과 발전에 대한 제안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금강 경제개발 총회사는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돼 있고 홍콩 안중국제석유주식회사와 합작한 회사입니다. 그 회사의 약칭은 KKG입니다. KKG는 북한 서해 지역에 대한 석유탐사를 끝냈고, 300MW짜리 화력발전소 6기를 건설 하도록 합의하였으나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발전소 6기의 금액은 약 15억 달러에 달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강철공장, 시멘트 공장, 광산업, 수산업, 연구기관, 은행을 비롯해서 북한의 기간 산업을 현대화 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 들을 추진 했습니다. 2007년도 제가 이사장을 맡아 하였습니다.
기자) 북한의 수출 현황을 아주 가까이서 보신 분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게 광물 수출이잖아요. 광물 수출이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죠?
리정호 씨) 북한의 수출 규모를 보면 주로 석탄, 철광석, 수산물을 위주로 해서 자원을 수출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수출 규모는 1년에 약 30억 달러에 달하고 그 중 광물 수출이 차지 하는 비중은 45%에 달합니다.
기자) 결국은 수출의 주력 상품이 석탄이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선 석탄을 아주 많이 파내야 될 텐데 북한의 탄광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또 작업 환경이 상당히 열악한 걸로 들었거든요.
리정호 씨) 예, 사실 북한의 탄광들은 생산규모가 크거나 시설이 좋은 탄광 들이 많지 않습니다. 가보면 탄광들의 노동 환경도 상당히 열악하고 생산성도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석탄 수요가 급증하자 너도나도 석탄 수출에 매달리면서 수백 개의 소규모 탄광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 탄광들의 일부는 어린 꽃제비들을 데려다가 먹을 것을 주면서 일을 시켜서 이런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기자) 그건 북한에서도 불법이죠, 원칙상?
리정호 씨) 이건 불법입니다. 비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통제를 받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런 것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자) 무연탄 수출 비중이 다른 수출 품목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걸로 보면 되겠죠?
리정호 씨) 예 맞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석탄수출로 자원이 고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습니다. 그러므로 북한 당국은 그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무연탄 수출을 제한하는 쿼터 제도를 내와 2008년부터 국가수출 계획을 년간에 500만톤으로 고정하였습니다.
기자) 그렇게 고정돼 있었습니다만, 실제 수출량은 훨씬 더 많았던 거 아닌가요?
리정호 씨) 예. 맞습니다. 그 시기에 군부를 비롯해서 노동당 행정부가 앞장에서 무연탄 수출을 늘림으로써 2013년도 무연탄 수출량은 약 1천만 톤 이상에 달했습니다. 또 그런 이유로 노동당 행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진행되었고 그들의 가장 중요한 죄목이 무연탄을 헐값으로 마구 팔아먹었다는 것입니다. 자원을 고갈시키고. 그만큼 북한당국은 무연탄 수출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무연탄 수출이 지금 얼마나 더 늘어난 겁니까?
리정호 씨) 예 2016년 북한의 무연탄 수출량을 추산해 보게 되면 약 2천200만 톤에 육박하였고 수출액은 약 12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것은 북한의 국가 수출 계획 기준으로 봤을 때 4배를 초과 한 것이고, 2013년과 비교해 봤을 때는 2배가 초과되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 나 타 났습니다. 그런 것을 볼 때 지금 북한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 경제가 너무 특정 부문에만 치중돼 있고 이 한 부분이 잘못되면 전체가 금방 잘못될 수 있는 뜻으로 들리거든요. 그런 일들을 북한에서 활동하면서 직접 목격하신 적이 있으세요?
리정호 씨) 그렇습니다. 북한의 현 경제구조를 보면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광물 수출이 중단 되면 많은 탄광, 광산들이 문을 닫게 되고 그와 연관된 부문의 기업 들과 회사들, 심지어 서비스하는 식당, 상점 들까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제가 목격한 바에 의하면 노동당 행정부에 대한 숙청사업이 진행되던 2013년12월부터 몇 개월간 석탄수출이 중단되자 평양 시내 장마당들과 식당, 상점, 봉사부문들이 일제히 타격을 받아 아우성 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자) 지금 3개월 동안 일어난 일을 예로 들어 주셨습니다만,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의 광물 수출이 완전히 막히게 되면 북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생기게 되죠?
리정호 씨) 예 앞에서도 말했지만 탄광, 광산들과 연관 부문들이 직격탄을 맞을 겁니다. 그러면 피해자가 수십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정이 됩니다. 또 석탄생산이 줄어들게 되면 그 석탄을 가지고 생산하는 발전소라든지 공장들의 생산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지금 북한의 전력 생산량은250만 KW로써, 보통 다른 국가들에서는 한 개 도시에 필요한 전력량입니다. 이렇게 취약한 상황에서 발전소들의 전력 생산이 줄어든다면 전국의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 식당, 상점, 봉사 부문들까지 연쇄적으로 생산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북한에서 자주 발생 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개인들이 유통시키는 외화규모는 약 50억 달러로 추산 하고 있습니다. 만약 광물 수출 중단으로 외화가 유입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인차 지갑을 닫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가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기자) 거기까지는 대북 제재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었고, 과연 지도부에까지 그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겠느냐,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이 있거든요.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죠?
리정호 씨) 예 사실 지도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금 광물을 수출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군대 회사들이고 특수 기관의 회사들입니다. 광물 자금이 들어가야 북한 지도부가 추진하는 대상 건설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핵, 미사일 개발 이라든지 국방 부문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군대 유지비로도 자금이 충당되는데 그것이 막히면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대북 제재가 계속 진행될 경우에는 북한정권의 기능이 약화되어 개인들의 시장 활동 공간이 넓어지게 되고 부정부패와 무질서가 난무하게 됩니다. 그것은 정권의 통제기능이 약화되어 수령 중심의 체제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영어자막: 리정호 전 북한 39호실 고위관리 "대북 제재의 효과"]
기자)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할, 그런 얘길 들으셨어요? 그럴 수 있다고 보세요?
리정호 씨) 예. 저는 지도부, 북한 정권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사실 속심이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만약 북한 지도부가 제재 압박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이럴 때는 아마 최후의 선택으로 핵을 가지고 남한을 공격해서 통일하려고 시도 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그들의 핵 공격 목표가 남한으로 되어 있는 건 명백한 사실 입니다. 그들의 핵 공격 목표가 항상 남한으로 규정돼 있고 이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기자) 핵 공격 목표가 남한이라는 말을 자주들 합니까? 간부 회의 등을 통해서?
리정호 씨) 이건 내적으로는 항시적으로 하는 얘깁니다. 북한의 고위 엘리트들은 누구나 알고 있고 군부도 이건 알고 있는 문제 입니다. 지금 한국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안일하게 생각하는데, 북한이 체제 대결하는 상대는 남한 아닙니까? 그러니까 북한은 공격 목표를 분명히 남한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국 정부로서는 중국 정부가 좀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요. 중국 사람들과 상당히 가깝게 거래를 하시면서 대북 제재를 이행할 의지는 있는지, 간접적으로라도 파악한 적이 있으세요? 또 실제로 이행이 되고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요.
리정호 씨) 저는 중국 정부가 지금처럼 계속 미국에 편승해서 대북 제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전략적 목적이 미국하고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북한 보다는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 시키려는 음흉한 전략을 가지고 지금도 북한을 이용해서 남한을 자기 영향권에 끌어들이려고 획책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 북한정권을 붕괴 시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를 한국이나 미국이 차지하게 되면 우리가 보통 “닭 쫓던 개 신세” 가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식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반면에 북한 지도부도 중국의 전략과 딜레마를 잘 알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광물 수출 얘길 듣다가 제재 얘기가 나오면서 정치 쪽으로 좀 흘렀는데, 다시 경제 쪽으로 주제를 좀 돌려서요. 지금 북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오르고 있다는 보도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거든요.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리정호 씨) 예 저도 지금 평양 주유소 들에서 연유 값이 많이 오른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중국에서 탱크 선으로 수입하고 있는 가솔린이 차단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기자) 그러면 북한에 들어가는 원유는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 갑니까? 특히 중국에서 차관 형식으로 들어가는 원유의 규모는 어느 정도 입니까?
리정호 씨) 예 지금 북한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오일은 러시아 극동 지역의 블라디보스톡 항과 나호 드카 항을 통해서, 또 중국에서 탱크 선으로 수입하는 것들입니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연유 수량은 매해 약 20만 톤부터 30만톤 규모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탱크선을 이용해 매해 5만톤부터 10만톤 정도의 가솔린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양 시내의 주유소에서 외화로 팔고 있는 오일과 북한 내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오일은 전부 러시아 와 중국에서 탱크 선으로 수입하고 있는 것들입니다.중국에서 파이프관을 통해 차관조로 들어오는 원유는 1년에 약 50만톤이 되는데 이걸 봉화화학 공장에서 가공하게 되면 가솔린이 약 10만톤, 디젤유가 약 10만톤이 나오고 석유, 윤활유, 나프타 을 비롯한 각종 화학제품들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트럭들과 승용차, 탱크들 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일 수량은 20만톤 밖에 안됩니다. 그것은 전부 군부에 공급하고 일부는 비축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대부분의 원유는 수입해서 쓴다는 건데요 최근에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는 나라를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까?
리정호 씨) 예, 만약 미국정부가 원유수입을 제재하는 행동에 나선다면 북한 정권은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 입니다.사실 러시아와 중국에서 탱크선으로 수입하는 통로들이 막힌다면 북한정권의 생명줄이 끊기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원유 수입에도 관여 하신 걸로 들었습니다. 원유수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또 어떤 회사들과 거래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리정호 씨) 예, 저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탱크 선 3척, 그러니까 대흥6, 대흥7, 대흥12호를 운영 하면 서 러시아에서 원유 수입거래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1997년 당시 북한에는 탱크선이 1척 있었는 데 우리가 그 시초를 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이 러시아에서 연유를 수입하는 구조와 탱크선들의 움직임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아시아 원유 거래의 중심이 싱가포르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싱가포르 회사들하고 원유 거래 계약을 맺고 또 그들을 통해서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했습니다.
기자) 어떤 방식으로 거래했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리정호 씨) 일단은 싱가포르 회사들과 원유 계약을 합니다. 그러면 싱가포르 회사들이 러시아 원유 회사들과 재계약을 하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서 싱가포르 회사들은 이익을 취하게 됩니다.
기자) 그런 거래 방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나요?
리정호 씨)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배들이 계속 움직이잖아요.
기자)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리정호 씨) 그렇죠.
기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북한 경제가 좀 나아졌다, 이런 진단도 사실 있거든요.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은 건설이 많이 늘어났다면서 여력이 좀 있는 거 아니냐 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론 어떤 상황이죠?
리정호 씨) 북한 사람들 삶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평양시에 여명거리를 비롯해서 현대적 건물이 들어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것이 북한정권의 리더십이나 경제 정책이 변화돼서 발전한 것이라고 보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도부가 추진 하는 평양시 대상 건설에 국가의 모든 자원과 자본을 총집중 해 투자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 면 북한은 경제적 토대가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피해가 매우 클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경제가 최근에 좋아 보이는 이유는 정책 보다는 의도치 않게 시장이 확대된 결과로 보시는 거죠?
리정호 씨) 예 저는 종합적으로 그렇게 판단합니다. 최근에 북한 경제가 좋아 보이는 이유는 20년 동안 주민들이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삶의 방식을 찾아 생존 활동을 하면서 그 터전을 튼튼히 만들었고 시장 활동 공간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10년 전에 비해서 외화벌이를 하는 기관, 기업소, 상점, 식당들이 몇 배로 늘어났습니다. 또 이들은 시장 경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익을 추구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북한 경제가 활기를 띠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자) 그걸 북한 경제라고 해야 되나요, 아니면 평양의 경제라고 해야 되나요?
리정호 씨) 평양의 경제가 더 그렇게 되고, 또 지방 도시들도 이런 것들이 활기를 띱니다. 하지만 이건 북한 체제의 원칙과 충돌 합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시장경제가 활성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법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북한 경제가 좋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에 광물 수출이 2~3배로 늘어 나면서 외화 자금이 많이 유입된 데 있다고 봅니다. 지금 많은 자금이 평양시 건설에 투자되고 신흥부자들과 권력자들, 개인들이 주머니에 달러 자금이 많이 유입돼서 그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광물을 대량으로 수출하게 되면 자원이 고갈돼서 북한 경제가 스톱 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물수출이 중단되거나 자원 수출이 줄어 들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대폭 위축 되게 됩니다.
기자) 최근까지 북한 대외거래 실태와 경제 상황에 대해 얘길 좀 들어봤고요.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요. 고난의 행군 시절 얘길 앞서 잠깐 하셨는데, 그 때도 물론 간부를 지내고 계셨죠?
리정호 씨) 네, 그렇습니다.
기자) 그때 북한 지도부나 혹은 엘리트 층에서 느끼셨던 위기감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리정호 씨) 고난의 시기에는 북한 지도부가 굉장한 체제 위협과 위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2000년도에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가 고난의 시기를 어떻게 헤쳐왔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우리 형편이 어렵고 39호실에 돈이 다 떨어졌다는 걸 남조선 괴뢰들이나 미국이 알았다면 당장 쳐들어 왔을 수도 있다,” 이렇게 얘기 했거든요. 이 회고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때 북한 지도부는 굉장한 체제 위협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선군 정치이고 그래서 핵개발에 집착 하고 있는 겁니다. 핵개발은 사실 북한 지도부의 위기감으로부터 출발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98년도에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해서 햇볕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그 당시 북한지도부에서는 햇볕정책이라는 건 우리 체제를 발가벗기려 는 아주 위험한 적대적 행위로 분석했습니다.그리하여 햇볕정책을 우리가 평 적인 관점에서 볼 수 없다, 적대적 관점에서 봐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기자) 당시에 간부로서 간부회의 같은데 참석하시면서 햇볕정책, 그러니까 한국의 대북 포용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지침을 받으셨고, 또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죠?
리정호 씨) 예 햇볕정책을 적대적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에 북한은 역으로 이용해서 실용주의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실용주의 정책은 남한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 따내라고 했거든요.남한의 자본과 물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 빼앗아 내라, 한마디로 ‘따내기 전략’이죠. 하지만 그 속에 들어오는 자본주의 사상은 철저히 막아야 된다. 그래서 모기장을 2겹, 3겹으로 단단히 치고 “단 것은 받아들이고 쓴 것은 버리라” 라고 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에선 그런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당시에 한국 당국과 접촉도 많이 하고 그랬거든요.나름대로 햇볕정책에 동조하는 세력들도 내부에 있지 않았나요?
리정호 씨) 예 그렇죠.많은 관계자들이 한국 사람들 만나니까 말도 통하고 그래서 동조했던 사람 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총화를 하면서 수십 명이 처형 되거나 숙청되는 일들이 벌어 졌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들의 가족들이 있었는데 햇볕정책에 대한 불만이 대단합니다. 남한 기업들도 그 당시 북한에 사업을 벌이러 왔다가 성공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때 북한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기자) 좀 다른 얘길 해보겠습니다. 작년에 한국 언론에서 전 39호실 고위 간부가 해외에 설립될 북한 망명정부 대표를 맡을 것이다, 이런 보도가 나와서 많은 주목을 받았거든요. 그 분이 맞습니까?
리정호 씨) 맞습니다.
기자) 그럼 그 보도는 사실입니까?
리정호 씨) 사실 저도 그 보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를 염두에 두고 저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아마 이렇게 뒤에서 음모를 꾸몄고 또 보이지 않는 세력들도 여기에 가담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내용을 보고 즉시 한국 언론사에 삭제하도록 요구하고 해당한 대책을 하였습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얘깁니다.
기자)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공사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인터뷰가 나가게 되면 북한 당국이 과거에 계속 그랬던 것처럼 아주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실 수 있거든요.
리정호 씨) 예 저는 그런 점을 각오합니다. 물론 북한 정권이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일단 자기 원 밖으로 나가면 다 적으로 간주합니다.
기자) 끝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 지도 소개해 주시죠.
리정호 씨) 저는 조만간 워싱턴에 경제개발 연구원을 설립하고 미래에 북한의 경제 개발과 발전을 위한 비전을 설계하고 또 북한이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미국이나 일본, 또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서 북한을 현대화하고 싶다 하는 겁니다.
기자) 오늘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설명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리정호 씨) 예,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리정호 씨로부터 북한의 광물 수출 실태와 경제 상황, 대북 제재의 여파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