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북한 방문을 선별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밝혔습니다. 킹 전 특사는 6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막아야 하지만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방북 길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또 억류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가 사망한 것은 북한의 책임이라며, 북한 당국으로부터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었다고 확인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 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와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킹 전 특사) 과거 사례로 볼 때 북한은 억류 미국인을 조심스럽게 다뤘던 것 같습니다. 미국인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걸 원치 않았고, 따라서 억류 중 사망을 피하고자 했을 겁니다. 강도 높게 심문하면서도 폭력은 사용하지 않았고요. 2011년 억류됐던 에디 전 씨 건강이 악화됐을 때는 병원에 데려갔고, 고령의 메릴 뉴먼 씨는 억류 몇 주 만에 석방했던 전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웜비어 씨 사망 원인이 무엇이든 북한이 원하던 바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의도와 상관없이 웜비어 씨에게 일어난 일은 그를 억류하고 있던 북한의 잘못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정말 오슬로에서 미국 정부 관리와 만나기 전까지 웜비어 씨의 상태에 대해 알리지 않았습니까?
킹 전 특사) 그렇게 들었습니다. 또 제가 국무부에 재직하던 지난 1월까지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북한은 웜비어 씨가 회복되기를 기대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게 명확해졌고요.
기자) 그럼 북한은 그 동안 미국의 웜비어 씨 석방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킹 전 특사) 미국의 요구를 그냥 무시할 때도 있었고, 북한 법을 위반한 웜비어 씨를 억류할 권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국무부에 재직할 때까지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알리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웜비어 씨 재판 이후 현지 스웨덴대사관 측의 영사접견마저 불허한 이유는 그가 곧바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억류 미국인들에 대한 스웨덴대사관의 영사접견은 제한적으로 이뤄졌었지만 완전히 차단되진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씨의 장기 구금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요. 전임 행정부가 어떤 석방 노력을 기울였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킹 전 특사) 오바마 대통령은 억류 문제에 개의치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상황이 달라졌다는 식의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미국의 관련 정책과 시도는 행정부마다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북한에 억류 미국인의 석방을 촉구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절차는 모두 똑같고, 이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직업외교관들이라는 얘깁니다.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하는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북한도 서명한 국제법에 따라 영사접견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미국은 북한 당국과의 연락 채널을 통해, 혹은 북한 관리들과 접촉할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는 겁니다. 북한은 새로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한 ‘마법의 단추’는 없습니다. 다루기 힘든 북한인들과 계속 상대하면서 상황의 변화를 겪을 뿐입니다.
기자) 억류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킹 전 특사) 여행 금지를 강제하는 건 쉽지 않지만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타당한 이유로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이 있는 만큼, 선별적 여행 금지령이 적합할 것으로 봅니다. 가령 평양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한 여행 등은 금지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 여행은 가지 말아야 합니다. 반면 다재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의료 지원 등 인도주의 차원의 방북엔 이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여행 금지령을 계획 중이라면 미국인들이 거기서 무엇을 할지를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 중 2명이 평양과학기술대학 직원인데요. 이제 이 학교에서 일하는 미국인들의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킹 전 특사) 평양과기대에서 일하다 억류된 미국인들은 독자적인 인도주의 활동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해 억류됐을지도 모릅니다. 미국 정부는 자선이나 교육 활동을 벌이는 미국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습니다. 평양과기대에서 일하는 미국인들은 그들의 활동에 대해 미국 정부에 계속 설명하고 있고, 미국 정부 또한 도울 게 있다면 돕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학교에 근무하는 것이 안전한지 여부는 최종적으론 개인이 내려야 할 결정입니다.
기자) 최근에 억류된 미국인 모두 한국계인데,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을 더 가혹히 대한다고 보시진 않습니까?
킹 전 특사) 북한이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을 차별대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 배경을 지닌 자국민을 차별하려고 하지 않지만, 북한은 한국계 미국인을 비한국계 미국인보다 가혹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으론 그렇습니다.
기자) 2009년부터 7년 동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지내셨습니다. 그 동안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킹 전 특사) 이 시기 동안 일어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점입니다. 미국은 유엔 총회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기록에 대해 계속 압박을 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결과는 2013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를 개설한 것이죠. COI는 중요한 북한 인권 보고서를 작성하고 워싱턴 등에서 공청회를 열었고요. 미국 정부는 이런 활동을 적극 지지하면서 깊숙이 관여했고, COI 보고서가 발표된 뒤에는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매우 강력한 결의안이 통과되는 데도 일조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10년전이나 15년전에도 문제였지만, 이제 전 세계 최악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심도가 높아진 데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또 대북 방송 등을 통한 정보 유입 확산에 주력했는데, 저는 특히 이 부문에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기자) 북한 인권 상황을 겨냥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킹 전 특사)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계속 압박하고 가해자를 제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전면적 제재 보다는 실제로 인권 침해를 저지른 개인들을 찾아내는데 집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실제로 인권 침해 피해를 당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고요. 물론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김정은 입니다.
기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킹 전 특사)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문제는 유엔 안보리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움직임을 지지하지 않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안보리 회원국들 가운데 제소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다른 나라들이 있습니다.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고요. 따라서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건 효과적이 아니라고 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로부터 억류 미국인 문제 등 북한 인권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