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30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28일 발사한 ICBM이 재진입 환경에 노출됐던 건 분명하다며, 기술 완성 단계에 바짝 접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로켓 전문가인 맥도웰 박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이번 발사가 기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맥도웰 박사) ‘화성 14형’의 2차 시험발사는 이 미사일을 처음으로 완전히 실험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7월 4일 1차 시험 때 미사일의 원형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진짜’를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제대로 된 기능을 갖추고, 원래 의도한대로 작동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게 된 것이고, 따라서 북한 미사일 개발의 획기적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 미사일이 뉴욕을 포함한 일부 미 동부 도시까지 닿을 수 있다는 분석에 동의하시는지요?
맥도웰 박사) 그렇습니다.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1000km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이는 플로리다를 제외한 미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기자) 사거리 외에 이번 시험을 통해 추가로 얻고자 한 기술은 뭘까요?
맥도웰 박사) 북한은 보조엔진이 늘었다는 주장을 했는데, 1차 발사 때보다 최고고도가 높아졌고 추진력이 강해진 건 실제로 그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거의 수직으로 쏴서 3700km 넘게 올렸으니까요.
기자) 북한이 발사 때마다 발표하는 시험 결과는 믿을 만 합니까?
맥도웰 박사) 대체로 그렇게 보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관측 결과도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1,2차 ICBM 시험을 주시한 서방 국가들이 내놓은 정보도 북한의 발표와 매우 가깝습니다. 러시아만 미사일 고도를 훨씬 낮게 추정하고 있는데, 왜 그런지 확실히 알 순 없지만 1단 추진체만 관측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러시아가 정치적 의도와 별개로, 북한의 발사를 관측하는데 그런 물리적 한계를 겪을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맥도웰 박사) 그렇습니다. 레이더는 거리에 민감한 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뤄진 발사에 대해 일정 고도 이상을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한국에서 관측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는 얘깁니다. 러시아가 그런 종류의 발사를 추적할 수 있는 위성을 갖고 있고 이전보다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많이 개선시켰지만 여전히 그들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이 전례를 깨고 심야 시간에 미사일을 기습 발사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십니까?
맥도웰 박사) 분명히 고려했을 겁니다. 북한 스스로 과시한 기습 발사 역량을 실제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겁니다. 첫 시험을 낮에 하는 이유는 발사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카메라로 상세히 관찰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럴 경우 문제가 뭔지 이해하기 더 쉬워지죠.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밤에 발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자) 그만큼 발사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건가요?
맥도웰 박사) 적어도 1단계 추진체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단 로켓은 ‘화성12형’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형태이니까 이번이 3번째 시험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제 상단 추진체 완성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워낙 높은 고도에서 시험이 이뤄지는 만큼 낮과 밤 여부는 관계가 없죠.
기자) 이번 발사를 통해 1차 때보다 사거리를 2000~3000km 늘렸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어떤 설명이 가능합니까?
맥도웰 박사) 1차 발사 때는 최대 사거리를 7000~8000km로 봤고 이번엔 1만1000km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최근 시험 때는 같은 미사일의 전용량을 다 발휘하도록 했을 수 있습니다. 또 미사일에 보조엔진을 추가 장착했다는 북한 주장이 흥미로운데요. 엔진을 추가로 단 추진체가 2단인지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옵니다. 저는 1개의 대형엔진과 2개의 소형엔진이 달린 2단 추진체에 2개의 보조엔진을 추가해 추진력을 높인 걸로 진단합니다.
기자) 북한이 탄두 무게를 줄여서 사거리를 대폭 늘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요.
맥도웰 박사) 저는 북한이 1차 ICBM 시험 때와 같은 모형탄두를 사용한 것으로 봅니다. 탄두 무게를 줄인 것 같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이 1차 시험 때와 비슷한 크기이면서도 더욱 강력해진 2차 추진체를 이용해 같은 무게의 미사일을 더 멀리 날려보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기자) 가장 의문시되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인데, 여전히 불확실한가요?
맥도웰 박사) 북한은 이번 시험 직후 대기권 재진입 환경에서 탄두부의 유도와 자세 조정이 정확이 진행됐을 뿐 아니라 핵탄두 폭발장치도 정상 작동했다면서 성공을 주장했습니다. 저처럼 이 부분에 회의적 견해를 갖고 있던 분석가들을 겨냥한 설명이죠.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은 단순히 궤도를 비행하는 로켓만이 아니라 ICBM 무기 체계를 개발한 셈이죠. 저는 북한의 그런 주장을 반박할 특별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기자)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회수하면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보다 분명히 파악할 수 있지 않나요?
맥도웰 박사) 일본 홋카이도에서 재진입체 추정 섬광이 관측됐는데, 잔해가 온전히 떨어졌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산산조각 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분명한 건 ICBM이 대기권 재진입시 견뎌야 하는 환경에 재진입체가 노출됐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관련 시험을 했다는 것인데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미 국방부는 미사일에서 북한으로 전달된 무선 신호를 포착해 상황을 파악했을 겁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재진입체를 제대로 된 환경에서 시험한 적이 없다며 그 역량을 일축했었는데, 이젠 그렇게 말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기자) 북한이 안정적인 ICBM을 생산, 배치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맥도웰 박사) 현실적으로 ICBM 배치에는 1~2년이 더 걸릴 걸로 전망합니다. 이번 시험은 제대로 작동하는 ICBM의 원형을 보여주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앞으로 핵탄두 장착과 지휘통제 네트워크를 갖추는 등의 과제가 남았습니다. 지금은 미사일부대가 아니라 ‘생산자’가 무기를 시연한 단계입니다. 자동차 엔지니어가 신형 모델을 만들어낸 것과 실제로 고객에게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과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로부터 북한이 최근 시험한 ICBM 기술 수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