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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미 국무·국방장관, 구체적 대북정책 방향 제시


미국과 일본은 17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 방위상, 고도 타로 외무상,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미국과 일본은 17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 방위상, 고도 타로 외무상,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회에선 그 동안 다소 엇갈린 관측이 나오던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있었는데요.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밝힌 미 대북 접근법의 현주소에 대해 백성원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이번 협의회에서 미-일 두 나라간 광범위한 안보 협력 방안이 논의됐습니다만,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나란히 서서 미국 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분명히 정리했다는 의미도 있는 거겠죠?

기자) 그런 자리가 됐습니다, 두 장관이 일본과의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 정책 방향을 조목조목 열거했습니다.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에 상반되게 들릴만한 신호를 잇달아 보냈죠? 무력 사용 의지를 강하게 암시하는가 하면 동시에 평화적 접점을 모색하는 듯한 발언들도 이어졌기 때문에, 이날 회견의 초점은 트럼프 행정부 대북 기조의 일관성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맞춰졌습니다.

진행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불식시키기 위한 미국의 접근 방식엔 정부 부처간 이견이 없고 각국과의 조율도 원활하다, 이렇게 들렸거든요.

기자) 이날 미 국무, 국방장관이 제시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외교적, 경제적 압박, 그리고 군사적 뒷받침, 이렇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외교적” 접근법이라는 게 북한과의 외교를 말하는 게 아니고요. 대북 압박을 늘리기 위한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적 공조를 뜻한다는 점입니다. 그 차이는 매우 크고, 국무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누누이 강조됐던 점이어서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 중요한 점은 미국의 군사 행동은 북한의 공격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현실화될 것이라는 게 미 당국의 인식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가령 북한이 최근 위협한 대로 미국령인 괌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바로 그런 상황이 되겠죠.

기자) 미국 영토뿐 아니라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 아래 놓일 때 미국은 즉각 군사 행동에 들어간다는 얘깁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날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 옆에서 짧지만 단호하게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공격을 암시한 반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단언해서 간극이 크게 느껴졌는데, 매티스 장관이 정확한 군사 행동 지침을 제시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려 한 거죠.

진행자) 그러나 미국 정부 대북 정책의 방점이 여전히 대화에 찍혀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기자) 그 부분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무부에서 이미 충분히 설명을 했습니다만, 여전히 오해가 있기 때문에 이날 틸러슨 장관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얘길 했습니다. 북한이 엄청난 외부 제재로 인한 고립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살 길을 찾으려고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압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과 서로 대화 조건을 흥정하겠다는 게 아니라 북한에 다른 선택이 없게끔 압박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흥정이든 압박이든 미국은 결국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거 아닌가요?

기자) 최종 목표가 아니라 중간 목표죠. 이렇게 말씀 드리는 이유는 막상 대화가 열려도 기존에 북한이 응했던 대화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가 될 것이라는 점을 틸러슨 장관이 특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노력을 다해 북한을 대화에 관여하게 만들겠지만, 과거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이해하고 대화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압박 수위, 대화의 성격,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응도 면에서 과거보다 강도와 집중력이 훨씬 세졌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전임 정부 대북 정책과의 차이점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막상 국무부에선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들릴만한 얘기들이 나오거든요. 북한이 핵 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 멈추면 대화하겠다, 국무부 대변인이 최근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나요?

기자) 그 부분은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의 관련 발언이 나오자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3대 조건을 제시했다, 이런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노어트 대변인은 핵과 미사일 시험, 도발 중지를 대화의 직접적 조건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과의 대화 근처에도 못 왔다면서, 그런 선의를 보이는 게 좋은 출발점이라고만 했습니다.

진행자) 그게 대화의 출발점을 말한 거 아니었을까요?

기자) 그건 “해석”이고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국무부 대변인 발언에 그게 무엇의 출발점인지가 담기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해석”에 따라선 북한이 추가로 이행해야 할 행동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국무부에 이 모호한 표현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분명한 답을 듣지 못하다가, 17일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리로부터 “선의”는 말 그대로 “선의”일 뿐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 중지를 통해 “선의”를 보이면 미국으로선 그런 태도를 “검토(review)”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지 어떻게 즉각 대화 단계로 넘어가겠느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현 단계에선 가장 현실적인 설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자) 백성원 기자와 함께 미·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제시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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