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생존한 유일한 월북 미군이었던 제임스 드레스녹 씨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드레스녹 씨는 한국전쟁 이후 월북한 4명의 미군 병사 가운데 북한에 남은 유일한 인물이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드레스녹 씨의 두 아들은 18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출연해 아버지 제임스 드레스녹이 뇌졸중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차남 홍철 군입니다.
[녹취: 제임스 드레스녹 차남 홍철]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2016년 11월 3일 우리 아버지의 병 상태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고 특별히 종합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 과정에 아버지가 병원에서 집적 치료를 받다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됐습니다.”
‘홍순철’이라는 북한 이름을 쓰는 장남은 아버지 드레스녹이 유언으로 북한 정권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드레스녹 씨의 정확한 사망 시기는 알려져지 않았습니다.
주한미군 병사였던 드레스녹 씨는 55년 전인 지난 1962년 8월 비무장지대를 통해 월북했습니다. 당시 그는 위법 행위로 군법회의에 회부된 뒤 처벌이 두려워 탈영해 월북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평양에 머물면서 포로수용소의 잔인한 미군을 연기하는 등 주로 미국을 악으로 묘사하는 북한의 선전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영화 속 이름이 별명이 돼 북한 사람들은 그를 ‘아서 선생’이라 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또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대외연설문을 영어로 번역하고,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드레스녹 씨의 행적은 일본인 아내를 따라 일본으로 귀환한 4명의 미군 탈영병 가운데 한 사람인 찰스 젠킨스 씨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52년 전 주한미군으로 복무 중 탈영해 북한으로 넘어갔던 젠킨스 씨는 자신이 펴낸 ‘마지못한 공산주의자 (The Reluctant Communist)’란 책에서 드레스녹 씨가 루마니아 출신 여성 ‘도이나’와 결혼했다고 밝혔습니다.
‘도이나’는 북한 공작원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쳤으며 북한 당국의 지시로 드레스녹 씨와 결혼했지만 1997년 암으로 사망했다고 젠킨스 씨는 밝혔습니다.
드레스녹 씨는 1997년 아내가 암으로 죽자 아프리카 외교관과 북한 여성 사이에 태어난 북한 국적 여성과 재혼해 셋째 아들을 낳았습니다.
북한 내 다른 2명의 탈영 미군은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에 생존하는 마지막 미군 탈영병이 됐던 드레스녹 씨.
미 동부 버지니아주 출신인 드레스녹 씨는 아들 셋과 손자, 손녀를 북한에 남긴 채 76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