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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애리조나서 '장벽 예산' 압박...해군 함대 활동 일시 중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행사 연단에 올라 두손을 맞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행사 연단에 올라 두손을 맞잡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22일) 서남부 애리조나 주의 국경지대를 방문합니다. 이에 맞춰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질 예정인데요. 관련 소식 먼저 전해 드립니다. 최근 미군 함정이 다른 선박과 충돌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해군 지도부가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했다는 소식, 또 백인우월주의시위대의 유혈사태 이후 미국 곳곳에서 남부연합의 상징을 지우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애리조나주라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를 방문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22일) 저녁에 서남부 애리조나주의 피닉스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한 주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선거 유세 방식의 집회를 열고 있는데요. 지지를 모으기 위한 노력의 하나인데, 이번에 애리조나주 차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집회에 앞서 미국-멕시코 국경 마을인 유마를 방문하는데요. 유마는 국경 장벽 건설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입니다. 유마에 높은 철제 울타리를 건설한 뒤 이 곳을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크고 아름다운 장벽을 건설하겠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였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의회에서 장벽 건설 예산을 받아내는 데 고전하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의원들 역시 별로 효과적인 방법이 못 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에 12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국토안보부는 실제 비용은 21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멕시코 정부가 장벽 건설 비용을 대게 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태도를 바꿨습니다. 일단 미국 정부 예산으로 건설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멕시코가 갚게 하겠다고 했는데, 멕시코 정부는 절대 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죠.

애리조나주 멕시코 접경지역인 사사베 자치구에 있는 국경 장벽.
애리조나주 멕시코 접경지역인 사사베 자치구에 있는 국경 장벽.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마에서 국경 장벽을 직접 시찰할 예정인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앞서 정부 관리들은 방문 일정에 장벽 시찰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습니다만, 일정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격납고를 방문하고, 국경 경비에 사용되는 무인기와 순시선, 감시 트럭 등을 둘러본다고 합니다. 또 당국자들로부터 현지 국경 경비 노력과 추가 예산 지원의 필요성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을 예정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애리조나주에서 승리했습니다만, 이번 방문을 앞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그렉 스탠튼 피닉스 시장은 충돌 사태가 우려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닉스 방문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반트럼프 시위가 계획되고 있습니다.

주민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그렉 스탠튼 피닉스 시장.
주민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그렉 스탠튼 피닉스 시장.

진행자) 이들이 시위를 계획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애리조나주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는 곳이니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일 텐데요. 지난주에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사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큰 비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남부연합 지도자의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와 이에 맞선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1명이 사망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해서 보도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피닉스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애리조나 주지사나 상원의원 두 사람은 모두 공화당 소속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 출신 상원의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존 매케인 의원과 제프 플레이크 의원, 두 사람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 공화당 지도부가 추진한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서 법안이 부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요. 플레이크 의원은 얼마 전에 공화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플레이크 의원이 내년에 재선에 도전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플레이크 의원의 낙선을 바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네요.

제프 플레이크(공화) 애리조나주 연방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공화) 애리조나주 연방 상원의원

기자) 네, 플레이크 의원의 공화당 경선 도전자인 켈리 워드 후보에 대해 지지를 나타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워드 후보가 플레이크 의원에게 도전하는 데 반갑다고 말했고요. 플레이크 의원은 국경 문제와 범죄에 나약한 입장을 보인다며 비판했습니다. 한편, 덕 두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공항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겠지만, 이날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 쓰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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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최근 미 해군 함정들이 해상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여러 수병이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벌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21일) 새벽 싱가포르 연안에서 미 해군 구축함 존 S. 매케인호가 유조선과 충돌했는데요. 매케인호가 무사히 싱가포르항에 정박하긴 했지만, 승조원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부상했는데요. 침수한 선내에서 일부 실종 선원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조금 전에 들어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두 달 전에는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호가 일본 영해에서 필리핀 화물선과 충돌해 승조원 7명이 숨졌습니다.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22일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에서 전날 새벽 유조선과 충돌한 구축함 존 S 매케인함을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22일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에서 전날 새벽 유조선과 충돌한 구축함 존 S 매케인함을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진행자) 두 달 만에 여러 해군 병사의 목숨을 앗아가는 충돌 사고가 발생한 건데요. 이에 따라서 해군 당국이 함대 활동을 일시 중단시키기로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함정의 관리 상태와 안전 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조처인데요.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승조원들 간의 협력과 안전, 선박조종술 등 다른 기본적인 문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 277개 해군 함정의 활동을 하루에서 이틀 동안 일시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어제(21일) 한국에서 시작된 미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훈련이나 작전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서로 시차를 두고 검토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또 일본에 기지를 두고 있는 제7함대에 여러 달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를 지시했는데요. 지난 2월 이후 7함대에서만 4건의 충돌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렇게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일단 미 해군 당국은 외부에서 고의로 충돌을 일으킨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요. 최근 두 건의 충돌 사고가 별개의 독립적인 사건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인지는 이번 점검 과정에서 파악하겠다는 겁니다. 퇴역 장교들과 전문가들은 미 해군의 과다한 활동량을 지적하는데요. 미 해군 함대 규모가 세계 최대이긴 하지만, 부여되는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란 겁니다. 따라서 훈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또 최근 상선 활동이 크게 증가해 해로가 매우 붐비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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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버지니아주의 몇몇 고등학교가 학교 이름을 바꾸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학교 이름이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게 문제가 된 건데요. 버지니아 주에 있는 스톤월 잭슨 고등학교가 대표적입니다. 프린스윌리엄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라이언 소이어스 위원장은 해당 교육구 내에 있는 이 학교의 이름을 변경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스톤월 잭슨은 남부군의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토머스 잭슨 장군의 별명으로 잭슨 장군은 주요 전투에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으며 ‘Stonewall’, 즉 ‘돌담벽’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죠. 소이어스 위원장은 하지만 노예제를 찬성한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학교 이름으로 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제 잘못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학교 이름을 바꾸겠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 있겠죠?

기자) 네, 바로 지난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시위의 발단이 된 사건이 바로 남부연합 상징물인데요. 지난 4월, 샬러츠빌 시의회가 남부연합군의 영웅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백인우월주의단체가 시위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날 유혈사태로까지 번진 겁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곳곳에서는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학교 이름과 도로명을 바꾸거나, 관련 상징물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진행자) 폭력시위를 일으킨 사람들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인데, 남부연합의 역사를 지우려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최근 미국에서 남부연합과 관련된 인물을 기리는 기념물이 노예제도와 인종차별 그리고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부연합은 19세기 중반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부 주들의 모임이었는데요. 결국, 남북전쟁에서 패했죠. 역사학자들은 하지만 1865년 남북 전쟁이 끝난 이후 지역 당국자들의 주도로 학교 이름이나, 도로명에 남부 연합군의 이름이 사용되거나, 또 관련 기념물이 세워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남부빈곤법률센터’ 측은 미 전역에 로버트 리 장군 등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학교 이름이 약 100군데에 달하고, 도로명은 500개 가까이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이들 학교의 절반은 버지니아와 텍사스주에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에 논란이 되는 고등학교 역시 버지니아주에 있는 학교고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 이름을 변경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민주당 성향의 소이어스 위원장은 학교 이름 변경안을 내놓았지만, 공화당 소속으로 같은 카운티 감독 위원회의 코리 스튜워드 위원장은 비열한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해당 교육구나 학교의 교직원과 학부모,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는데요. 노예제를 지지한 인물을 학교 이름으로 삼은 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며 학교명 변경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역사와 추억을 없애는 일이고 또한, 학교명을 변경하려면 큰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남부 연합기념물의 철거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고요?

21일 텍사스 대학교 관계자들이 남부연합 지도자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고 있다.
21일 텍사스 대학교 관계자들이 남부연합 지도자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고 있다.

기자) 그렇습니다. 21일 새벽, 미 남부 텍사스 대학이 남부연합 관련 동상 4개를 전격 철거했습니다. 그레고리 펜브스 총장은 전날 밤 철거 결정을 내리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통해 증오가 가져오는 끔찍한 모습을 목격했다며, 남부연합 상징물은 백인우월주의와 신나치를 상징하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샬러츠빌 사태 이후 이미 철거되거나 철거 예정인 남부연합 기념물이 적지 않죠?

기자) 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도 남부연합 기념물 4개를 이미 지난주에 철거했고요.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의 남부군 동상과 뉴욕 브루클린의 리 장군 명판도 철거됐습니다. 또한, 켄터키주 렉싱턴시와 앨라배마주 버밍햄 시장 등은 시에서 남부연합 기념물을 조속히 철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남부연합기념물을 철거하는 움직임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 PBS 방송, 여론조사 기관인 마리스트가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62%, 그러니까 2/3 이상이 남부연합기념물 철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사적 상징물로 남길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더 많은 건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앞서 아름다운 동상과 기념물이 철거돼 미국의 역사와 문화가 찢어지는 것을 보니 슬프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념물은 사라져야 한다며, 기념물을 훼손하거나 철거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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