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이 오늘(24일) 수교 25주년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교환했습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로 양국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과 중국 양국 수교 25주년을 맞아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축하 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24일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지난 1992년 수교 이래 25년 간 여러 분야에서 양국 관계의 빠른 발전을 평가하고, 이는 양국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신뢰를 높이고 성숙한 관계를 발전시켜온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7월 독일에서 시 주석과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양국 정상 간 공감을 바탕으로 양국의 공동 번영, 더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의 24일 기자설명회 내용입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한국 외교부] “(한국)정부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더욱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양국이 한-중 관계를 중시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기반으로 당면한 현안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메시지에서 수교 25년 간 양국 관계가 부단히 발전해 두 나라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었다며 이러한 관계의 결실은 소중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시 주석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함께 노력해 정치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며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양국 정상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지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당장 쉽게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일단 양국 정상이 축하 메시지는 교환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외교부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통상 정상 간 메시지는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하는 게 관례입니다. 표면적인 축하메시지 교환 속에서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중국의 19차 당 대회가 열리는 오는 11월까지는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 대회를 통해 5년 더 권력을 이어갈 시 주석 입장에서는 지금은 제 3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상황으로, 그런 차원에서 올해까지는 이런 냉랭한 기류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상하이주재 한국 총영사를 지낸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역시 지금처럼 경직된 한-중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11월 당 대회가 끝나면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까지 가했지만 한국이 이를 견뎠고 결국 사드 4기의 추가 배치까지 검토되는 상황에서 압박을 지속한 뒤 결국에는 중국 측에 유리한 교섭을 해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한석희 교수 / 연세대 국제대학원] “냉정하게 봤을 때 당 대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 (한-중 관계가) 이렇게 지속돼서 갈 것이다, 또 당 대회 이후 사드 때문에 더 안 좋아질 것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이대로 갈 것이다, 이 셋 중에 택하라고 하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요. 더 안 좋아지는 것은 가능성이 없고 이대로 흐지부지 지나가는 것은 어느 누구한테도 이익이 안 되기 때문에 더 좋은 쪽으로 가겠죠. 그런데 누구한테 더 좋게 가느냐에 대해 이제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이죠.”
한 교수는 현재 중국도 다른 방법이 없고 사드 때문에 한국을 버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면서, 한국 정부는 당장의 한-중 관계에 대해 조급해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