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응해 직접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대외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인데요. 김 위원장이 성명을 낸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지난 21일 직접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명의로 성명을 낸 것은 이 번이 처음이라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이런 일이 없었어요. 과거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 인민군 총사령관 명의로 유엔군사령관 앞으로 서한을 보냈는데, 그 것도 국가주석 명의로 한 것은 아니니까, 이 번이 처음이죠.”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된 성명 내용을 보도하면서, 성명 발표 장소가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당 중앙위원회 청사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특히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집무실에서 성명을 손에 들고 마이크 앞에 앉아 있는 사진도 게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성명을 낸 것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격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더] ”자살행위라고 하지 않았어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뿐만 아니라 네 세습체제를 지구상에서 없어진다는 거죠, 완전파괴라는 것은, 그러니까 죽기살기로 덤벼드는 거죠.”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성명에서 언급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표현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도발을 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현재 초강경 조치로 거론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유엔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언급한 대로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는 것입니다.
[녹취: 리용호] ”아마 역대급 수소탄 지상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실제로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폭발 실험을 할 경우 이는 방사능 낙진 등 커다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이는 미국의 군사적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앨라배마주에서 연설하면서, “그(김정은)는 지금 태평양에서 거대한 무기를 폭발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엄청난 재앙을 촉발시킬 수 있다”며,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뭔가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Now he's talking about massive weapon explosion Pacific Ocean…"
두 번째 가능성은 리용호 외무상이 언급한대로 미국의 전략폭격기에 공격을 가하는 겁니다.
[녹취:리용호 ]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경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군사적 조치를 취해 미-북 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If North Korea do knock down US military aircraft…”
실제로 북한은 1969년 동해에서 미군 EC-121 조기경보기를 공격해 미군 31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1981년에는 미국의 고공 정찰기 SR-71을 지대공 미사일로 공격했으나 실패한 바 있습니다
세 번째 가능성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괌 주변이나 북태평양 공해로 발사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북한은 미 본토에 대한 자신들의 공격 능력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투명합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뒤 북한의 당, 정, 군은 일제히 이를 지지하는 반미 집회를 열었습니다.
노동당은 22일 평양 중앙위원회 회의실에서 집회를 열고 반미 대결전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리만건] “무자비한 철추를 안기신 강철의 영장의 폭탄 성명은 우리 군수공업 전사들에게 내리 승리의 전투 명령이며….”
인민무력성 소속 군인들도 반미 결전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리명수 총참모장은 ‘만일 적들의 공격 움직임이 있으면 선제타격하겠다’며 ‘남조선을 깔고 앉아 조국통일을 이루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이 참석했습니다.
23일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만 군중집회가 열렸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외부 위협을 고조시켜 체제를 결속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긴장을 높여서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노림수를 드러낸 거죠. 인민무력성, 보안성, 노동적위군, 청년동맹까지 들고 일어나서 반미 사상을 강조하고…”
북한 `노동신문'은 28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비난 성명 이후 엿새 동안 학생과 근로자 470만여 명이 군 입대와 재입대를 탄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