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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O “북한, 작황 부진·제재로 올해 식량 상황 악화될 것”


북한 황해도 옥수수 밭에서 농부들이 일하고 있다.
북한 황해도 옥수수 밭에서 농부들이 일하고 있다.

유엔은 대북제재와 가뭄 때문에 북한의 올해 식량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을 위험 상황을 주시해야 할 7개 나라에 포함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식량농업기구 FAO는 올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와 연이은 작황 부진으로 앞으로 3개월간 북한 식량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최근 발표한 ‘식량안보∙농업 부문 세계 조기 경보-조기 대응 보고서’에서 올해 가뭄으로 이모작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감소한 데 이어 올가을 추수하는 주요 작물 수확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북한에 비가 적게 내려 주요 작물 작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유엔의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7월 초부터 중반 사이 비가 좀 내리기는 했지만 이미 주요 작물이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어 다시 정상적으로 자라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체 곡물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 남포시가 올해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최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새 대북제재도 북한 식량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기구는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2375호 등으로 북한의 구매력과 곡물 비축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을 위험 상황을 주시해야 할 9개 국가에 포함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뭄으로 인한 곡물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과 함께 위기 상황을 감시해야 하는 국가에는 몽골과 미얀마,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우간다 등이 포함됐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식량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농민들에게 필요한 농업 자재와 관개 장비 등을 제때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가뭄에 잘 견디는 작물의 품종을 개발하고 작물-축산 농법의 다각화를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비닐, 온실 등 농업 자재뿐 아니라 새로운 농업기술인 기후스마트농법 (Climate-smart Agriculture) 같은 기술 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후스마트 농업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급변하는 기후패턴과 기상이변 등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농법입니다.

식량농업기구의 이 같은 분석은 미국 농무부의 분석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 농무부는 앞서 지난 27일 ‘VOA’에 공개한 자료에서 북한의 올해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 생산량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가을 추수에서 쌀 160만t, 옥수수 220만t을 수확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올해 가뭄 때문에 쌀과 옥수수 등 주요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유엔의 전망과 다릅니다.

미 농무부는 북한 날씨와 강우 패턴, 위성 사진, 관개 상황, 대체 작물 재배 실태, 그리고 식량 가격 등을 토대로 북한 주요 작물의 수확량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엔과 미 농무부 분석이 차이가 나는 데 대해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앞서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식량농업기구가 북한 수확량 추정을 최대한 낮게 잡았을 수 있다며, 북한의 식량 부족을 우려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FAO] would probably estimate on the low side because that’s kind of their job to worry about food shortage whereas department of Agriculture make their best guess… ”

반면 농무부는 북한의 곡물 수확량을 정확히 추산하려고 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스 동북아 연구원장은 ‘VOA’에 미 농무부는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농지의 푸르른 정도를 근거로 삼고 있어 실제 곡물 수확량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미 농무부는 연면적 지수를 바탕으로 곡물 상황을 비교하는데요, 연면적 지수는 잎의 색을 가지고 보는 건데요, 알갱이가 실제 어떤지는 알 수 없는 거죠. 잎이 아무리 새파래도 알갱이가 피해를 받은 것은 전혀 표시가 안나죠..”

이와 달리 식량농업기구는 관계자가 직접 북한을 방문해 곡물 피해 상황을 살펴본 뒤 가뭄의 영향을 확인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권 원장은 다만 북한의 곡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많은 경우 북한이 발표하는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나마 과거에는 북한이 유엔 등 국제기구를 초청해 작황을 조사하도록 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식량 사정을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도 유엔에 작황 조사를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식량농업기구 ‘세계정보, 조기 경보국’의 크리스티나 코슬렛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작황 조사 없이도 북한 농작물 수확량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지만, 구체적 실상을 아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슬렛 담당관] “We can pretty well estimate the yields without CFSAM, but without entering the county, we can’t assess remotely food security situation in DPRK… ”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과 계층, 부족 식량 종류와 지원 품목 등 북한 주민들의 전체적 식량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유엔의 작황 조사는 지난 2013년을 마지막으로 4년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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