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당국자들 사이에서 북한의 전자기파, EMP 공격 역량에 대한 경고가 나오면서 이 같은 위협의 실체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하지만 EMP와 핵물리학 전문가들은 EMP 공격의 파장은 물론 성사 여부조차 증명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진단을 내렸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EMP 공격 가능성은 6차 핵실험 이후 부각됐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 9월, 수소탄을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초강력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역량과 공격 가능성이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등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EMP 공격이 핵무기 공격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련 분야를 연구해온 학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북한의 그런 능력이나 실제 공격의 여파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녹취: 웨이드 앨리슨 교수] “I am unpersuaded as a physicist that EMP phenomenon would work.”
전자기파와 핵 물리학 전문가인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명예교수는 7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EMP 공격 시 긴 전자기파가 발생하려면 많은 전류가 흘러야 하는데 핵 분열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EMP 공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접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관련 내용이 소개된 교과서조차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웨이드 앨리슨 교수] “I can see the questions but I have seen no estimates on how big the impact is. I have never seen it described in a textbook, which is surprising, if it is real.”
그러면서 EMP에 대한 각종 우려나 피해에 대한 경고는 군사적 이유로 과장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MP 공격이 통신시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반도체 장비에 영향을 가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상대방을 겁주려는 군사 전략 행위로 보인다는 주장입니다.
[녹취: 웨이드 앨리슨 교수] “Large amount of energy which would have long range of effect on telecommunication and things and burn out everybody’s semiconductors, it seems to me, this is military exercise in persuading people to be frightened and that happens all the time in the war time and military matters because it is much cheaper to persuade your enemy to be frightened than it is to actually use the weapons against them. Very easy way to win the battle.”
제임스 보거트 미국 펜실베니아주 주니아타 대학 물리학 교수 역시 7일 ‘VOA’에 북한의 EMP 공격 가능성은 아직은 이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보거트 교수] We have detonated almost 1,000 nuclear weapons to study their effects and what they would do to buildings and people. And EMP, we don’t have that depth of knowledge. A lot of it based on good science but hasn’t been backed up by experimental tests.
1천 번 가까이 실험을 거친 핵무기와 달리 EMP는 실험에 기반을 두지 않은 과학의 영역이며, 따라서 깊은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또 이는 대기권과 수중에서 핵실험을 하지 않기로 한 1963년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의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거트 교수는 북한이 EMP 공격 역량을 갖췄을 수 있지만 이 같은 공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체계 마비 등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겁니다.
[녹취: 제임스 보거트 교수] “But the part of challenge is that no one really has great understanding of what the effects are. There is not a lot of evidence based how this would work.”
하지만 보거트 교수는 앨리슨 교수와는 달리 대기권에서 핵폭탄이 폭발한다면 EMP가 무조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른 여파가 전력망에 영향을 끼칠 순 있지만 일각의 주장처럼 심각한 피해를 가할진 알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보거트 교수는 특히 공격 목표 지점에 타격을 주기 위해선 정확한 고도와 폭발 강도 등 많은 부분을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관련 실험도 실제 상황과 동일한 대기권이 아닌 소규모 실험실 등에서만 행해졌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딘쇼 미스트리 신시내티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북한이 아직 EMP 공격 능력을 완전히 갖추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핵과 미사일 확산 문제 전문인 미스트리 교수는 EMP 공격이 성공하기 위해선 고도의 정확성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딘쇼 미스트리 교수] “It has a limited capability of doing so. It does not have the highly accurate, precise capability. Missile accuracy is in question. Can it explode an EMP with precision? Exact place it wants? That is not sure.”
북한의 미사일이 예정된 위치까지 날아가 핵폭탄을 폭발시키고, 여기서 발생한 전자기파가 정확한 목표지점을 공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겁니다.
미스트리 교수는 북한의 EMP 공격에 따라 발생할 사회기반시설 붕괴와 질병 등으로 미국인 90%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녹취: 딘쇼 미스트리 교수] “I think that is theoretical maximum. This would depend on North Korea using multiple explosions at the same time, maybe 10 to 20 nuclear weapons…Physically I don’t see that happening.”
이런 상황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핵무기 1발이 아닌 10발에서 20발 이상이 미국 본토를 공격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입니다.
국가안보와 핵무기통제 전문가인 하워드 스토퍼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EMP 위협은 우려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녹취: 하워드 스토퍼 교수]“Wherever this idea started from, I don’t think it is very likely threat to worry about.”
미 국무부를 거쳐 유엔 안보리 대테러위원회 부국장을 지낸 스토퍼 교수는 EMP 공격에 대한 우려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EMP 공격이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끼치긴 매우 어려우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해 주요 컴퓨터 시스템에 방어막을 설치해놨다고 밝혔습니다.
스토퍼 교수는 또 EMP 공격을 하기 위해선 핵폭탄을 터뜨려야 하는데 이는 미국과의 전쟁 개시를 의미한다며 북한이 이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